| Lucerne train station


루체른 역을 나오자마자 관광선을 탈수있는 선착장이 보였고 시야가 환해졌다. 정말 길치라도 길을 헤멜일은 없을것처럼 건물이 큼직큼직하고 한눈에 들어오게 책꽃이의 가지런한 책처럼 정리되어있어서 오히려 빙 돌아가보고싶은 마음이 들만큼 모든것이 한눈에 딱 들어왔다. 정리가 잘되어있는 도시에 서있으니 게임속 마을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앞의 아치형 석조 건축물이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건축물이겠지]생각했지만 아무런 안내판이 없다. 결국은 시계역활만 하는 개선문인가 싶었는데 예전에 독일의 왕이 루체른을 방문하고 초라한 역사를 보고 실망해서 웅장한 대리석으로 새로 지은 역사가 불에타서 사라지고 정문 입구만 남아있는것이 내가 지금 서서 보고있는 아치형 건축물이다. 지금봐도 꽤 세련되고 멋스러운데 예전 기차역 전체가 소실되지않고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유람선 선착장에서 배를타면 리기산, 알프나호슈타트, 흘뤼엘렌과 연결된다는데 풍경을 보니 마냥 걷고싶어졌다




괴테가 사랑한 클래식한 도시, 파이프오르간소리와 하얀성당의 루체른


| Jesuit Church at sunset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로 유명한 저자인 괴테가 루체른에 머물면서 스위스를 여행했던 도시라서 오래전부터 더 머물러보고싶었던 곳이었던 루체른은 상상이상으로 클래식했다. 괴테외에도 문학작가로 명성을 날리는 실러, 바이런도 취리히를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불렀다니 문학가역시 사랑하는 도시였구나 싶다.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프스산이나 융프라우등 대자연과 만년설, 중세시대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스위스를 항상 꿈꾸고, 다녀온 사람들도 잊지못하는 나라라는데 걷는 내내 현실감 없는 풍경이 눈으로 봐도 실감이 나지않긴했다


이슬람 사원같은 양파지붕을 한 예수성당은 항상 개방되있어서 언제든 입장이 가능하다. 건물외관보다 성당내부가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흰색 벽 내부에 시선을 압도할만한 장식과 그림들로 한번 놀라고,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한번 더 멈칫하게된다. 예수성당 내에서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는데 교회내부의 풍경이 꽤나 격식있고 아름다워보여서 볼만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카메라를 끄고 입장해야해서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중세시대의 드레스나 정장이 더 어울릴 모습으로 차보다 마차가 더 어울릴 풍경을 하고서있는 도시가 꿈만같았다고 말하고싶지만, 그 도시에 한가운데 서있어도 실감이 나지않는만큼 점잖은 산책을 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긴 나무다리 카펠교


| 로이스강변의 카펠브리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나무다리 카펠교를 앞에두고도 [이게 그렇게 유명한거야?]하는 실없는 소리를 내뱉었던 나는 에펠탑이나 자유의여신상, 만리장성과 마추픽추는 들어봤지만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에 대한 이름을 살면서 들어본적이 없었다. 200m에 달하는 다리가 있는 강변에는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파란 하늘에 갈색 지붕을 덮고있던 카펠교가 내 머릿속에 고정된 이미지였는데, 친구가 자신도 다녀왔다면서 내가 보여준 사진에는 다리 양옆을 풍성한 꽃화분이 장식하고있었다. 꽃으로 다리를 꾸며놓은 카펠교는 내게 낮설고 화려한 목걸이를 한 할머니같은 느낌이들었다. 나무로 지어진 낡은 다리의 여기저기 홈이패인 난간을 손가락으로 스치면서 걸어서인지, 수수한기억이었는데 가끔 예쁘게 꾸며주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 유리속이 아닌 팔닿으면 만져질 거리의 그림과 문화재


| 하인리히 베그만의 판화작품


다리를 덮고있는 나무천장에는 제도용 삼각자형태로 루체른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그려놓았다는 그림이 걸려있다. 다리의 길이만큼 많은 작품수가 걸려있는데 예전에 불붙은 시가를 다리에 버려서 큰 화재로 인해 다리 대부분이 소실되면서 다리위에 있는 그림중 85작품이 불에탔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루체른 역사에 이어 카펠교 다리마저 불에탔다니 화재로 참 많은것을 잃은 도시다. 루체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같은 역활을 하는 다리라고 어필하는 건축물인데 한인간이 버린 담배로 인해 그림은 65점밖에 남지 않고 그조차 일부는 복원이라니, 남대문 소실을 겪었던 상황만큼이나 황당한 일이 아닌가


문화재를 한사람때문에 잃었다고 전 세계적으로 부끄러울 일이라며 민심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던때를 경험했던 내가, 스위스까지 와서 이런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알게되니 참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 쓴웃음이 나왔다. 최근 SNS에 유행하는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조금 순화해서 옮기자면 어딜가나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존재한다는것이다. 한국에도, 스위스에도.




주말이면 소박한 결혼식이 있을것같은 시계탑


| Clocktower on the Old Town Square


올드타운 광장에는 예쁜 시계탑이 있다. 한눈에도 지붕이 독특해서 카메라를 들이대지않고는 못배길 독특한 시계탑이니까, 루체른을 다녀간 많은사람들이 사진에 담지 않았을까 싶다. 예쁜 시계탑이 참 많은데 이 시계탑은 타운 홀 시계탑 [Town hall clock tower]이다. 시계탑 꼭대기로 올라가서 루체른의 전망을 볼수있기도 하고 타운 홀 내부에서 결혼식을 진행할수도 있다.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18미터 시계탑[Lucerne 18m clock tower]도 타운홀 시계탑과 함께 전망대로 사용되고있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커서 다른 시계들보다 1분먼저 종을 울리는 특혜를 받은 1등 시계탑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가지고있지만, 개인적으로 타운홀 시계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언발란스하겠지만 할수만 있다면 윗 지붕만 톡 따서 우리집 지붕과 바꾸고싶을만큼 무난하게 예쁘다




대도시 한중앙에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바늘댐


| luzern NEEDLE DAM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설치된 루체른시의 댐은 촘촘한 나무바늘로 이루어져있는데 바늘의 설치와 제거 자체를 수동으로 사람이 하나하나 뽑았다 넣었다 하면서 로이스 강 물살의 흐름을 조절한다. 이런식으로 설치된 바늘댐이 루체른외에도 프랑스의 뫼즈강과 미국의 켄터기 댐이 있는데 19세기에 만들어졌다니 상당히 오래된 방식이다


댐 위에서 급물살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디론가 휩쓸려버릴것같은 느낌이 든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양쪽 길 사이 강물에 놓인 많은 유명한 다리들을 만나는데 다리에서 크게 떨어져있지 않은곳에 항상 댐시설이 붙어있는것을 볼수있다. 우리나라는 댐이 많이 건설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댐시설을 볼수없어서 내게는 낮선 댐풍경이 유럽의 대도시 한가운데에 툭하고 놓여있는게 참 신기하다




과거의 성이었던 부티크 호텔 샤토게슈


| Chateau Gutsch


한동안 부채로 파산해 경매에 붙여질졌다가 다시 문을 연 샤토게슈가 지금은 어느나라사람의 소유일지 모르겠다. 성처럼 보이지만 루체른에서 아주 유명한 호텔로 루체른 시의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5성급 부티크 호텔이다. 전용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수 있다. 1박에 40만원정도로 주위에 고급빌라등이 있고 승마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왕 루트비히에 의해 설계된 이 호텔은 왕이 머물던 곳이었으니 성이었던것이 맞는듯 싶다. 후에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건축가가 [미녀와야수 :외국에서의 원작명은 벨]에 나오는 에포크스타일로 바바리아 노이 슈반 스타인 성 풍으로 만들려고 했을만큼 호텔분위기는 르네상스시대에서 묶고있는듯한 분위기를 주고 꽤나 고급스럽다. 국제 고위 인사와 로열패밀리, 엔터네이너등 유명인사들이 자주 숙박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스위트룸이 있고 일반룸도 모두 다 엔틱한 동화풍 느낌이다 원래의 성도 1층은 오스만투르크시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니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럭셔리한 느낌이 남아있다


일정을 조금 넉넉하게 잡았으면 좋았겠지만, 사전정보 없이 방문한 탓에 금전적으로도 애매했고 잠시 지나쳐가는 일정으로 루체른을 넣은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던 도시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샤토게슈에서의 숙박을 다음번에라도 꼭 한번 해보고싶을만큼 구글링속의 호텔내 디자인은 중세시대 그 이상이었다




길드의 흔적과 건물에 생기를 입히는 프레스코화


| 프레스코화


뾰족한 첨탑이 많고, 지붕의 다채로운 모양에서도 동화속에 온것같은 착각을 들게하기도 하지만 길드였던건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것도 신기하다. 건물주가 바뀔때마다 새 페인트를 칠하고 유행양식이 바뀔때마다 부셨다 새로짓기를 반복하는 나라에서 온 나는 게임에서나 들을법한 길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니 정말 흥미로웠다.


몇백년전에 그렸던 벽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프레스코화기법으로 그려진 벽화가 많은 루체른 외벽이 꽤나 볼만한 것들중에 또 하나를 차지한다. 벽이 마르기 전 축축할때 물로 녹인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부온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진 벽화들이 직각으로만 지어진 건물에 생기를 더했다. 단색 페인트로 칠해진 심플한 건물들과 프레스코화가 남아있는 건물의 외관은 미적으로도 차이가 정말 많이났다. 


회반죽이 마른 후 그리는 기법을 세코라고 하고 어느정도 마른 벽에 그린것을 메초 프레스코라고 한다는데 어느것이 세코이고 어느것이 메초인지 알수없지만 눈,비,바람에도 긴 세월에도 아직까지 벽화가 외부의 영향을 견디고 남아있는것이 놀랍다




여행가는 항상 환상과 망상에 젖는다


| 백조의 목청은 내 상상을 현실로 되돌려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루체른희 호수길만 따라 빙 돌면서 가볍게 산책했을 뿐인데 볼거리도 많고 도시에 흠뻑 빠졌다. 물길을 따라 걷는데 도시 중심부의 호수임에도 물이 깨끗하고 호수주변에는 백조들이 이따금씩 외모와 어울리지않는 목청을 자랑하는것만 빼면 정말 잔잔하고 그림같은 도시다. 눈덮인 산이 어디에 서도 보이고, 예쁜 첨탑들 사이사이로 시계탑을 만나고 낚시를 하는 강태공도 있다 


음악가인 바그너가 살던 생가가 있고 작곡가 리하르트슈트라우스가 사랑했던 도시라니 루체른에 올때 괴테의 책을 한권들고 로이스강변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리하르트슈트라우스의 알프스교향곡을 들으면서 구시가지를 산책하고 저녁에는 샤토게슈에 숙박하면 내가 어느시대에 살고있는 사람인지 까맣게 잊어버릴것같은 하루를 보낼것같다 


어느날 이른 새벽녘 뿌옇게 물안개낀 로이스강변길을 따라걸으면서 지붕끝이 보이지않는 안개속에 인기척없는 길을 걷다보면 과거로 흔적도없이 내가 사라져버릴것만 같다 






20151031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스페셜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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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0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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