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라켄 / 스위스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분위기 좋은 오븐레스토랑 MERCATO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터라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위스의 손떨리게 무서운 물가는 뭔가를 먹고싶을때마다 주춤주춤하게 했는데, 햄버거에 콜라하나 먹는데도 만오천원가량, 치약과 칫솔, 미니 샴푸린스를 샀는데 4만원가량 이런식으로 살떨리는 지출을 꾸준히 이어가다보니 원래 아침을 챙겨먹지 않고 호텔조식에서 끼적거리거나 아침잠을 더 자는편이었던 사람도 꼬박꼬박 일어나서 호텔조식을 입맛에 맞건 맞지않건 간에 꾸역꾸역 챙겨먹게했고, 점심이나 저녁을 사먹을때도 [맛없으면 대충먹고 나와서 배좀 꺼지면 다른거 먹으러 나가보지뭐]라는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인터라켄을 돌아다니면서 자꾸만 사람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은 융프라우도 아니고 잘 가꾸어진 스위스의 집이나 시내의 쇼핑샵들이 아닌 HOOTERS였다. 미드 the office를 정말 깔깔거리면서 봤던 나는 회사 회식때마다 마이클스캇(Michael Scott)이 섹시레스토랑에 가자고 졸랐던 후터스를 발견하고 일순간 고민에 휩싸였다. 엄청난 몸매의 여성 웨이트리스들이 수영복을 입고 서빙한다는 미국식 프렌차이즈를 눈앞에 놓고 호기심이 이끄는대로 갈것인가, 미리 봐놓았던 맛있는 한끼를 할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애를 먹었다


아무래도 서양의 글래머 언니들이 서빙하는곳에서 식사를 하기 쑥쓰러웠던 나는 결국 호기심을 꾹 누른채 [맛있는 집에서 먹는거야!]를 다짐하듯 메르카토로 향했다. 사실 그와중에도 치즈퐁듀를 먹을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후터스로 가볼것인가, 무난하게 맛으로 소문난곳으로 향할것인가에 대한 내적갈등이 극심했다. 인터라켄 시내의 splendid 호텔에서 묵고있던 나는 미처 고민을 끝내지도 못한 채 바로 옆골목에 있던 메르카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낮선맛에 인상쓰는 외국인이 된 한국인


스위스의 레스토랑은 대부분 매우 고가였고 인터라켄에 머물면서 메르카토에서 식사를 하고 너무 맛있어서 재방문을 계속 했다는 사람들의 리뷰(구글링, 국내검색 안됨)는 안전하고 배부른 선택을 해야할 나로서 중요한 한줄이었다. 한참을 메뉴판을 보다 주문한것은 여태껏 한번씩은 먹어왔던 메뉴를 제치고 낮선 피자를 선택했는데 나는 여지껏 먹어본 음식중에 이날의 피자를 아직까지 잊지못한다


확실히 아니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나는 비주얼과 냄새에 충격을 받았는데, 냄새가 고약했다. 나도모르게 [스위스에서는 젓깔로 피자를 만들어?] 싶을만큼 괴로웠고, 설마, 그래도 맛있는 집으로 소개된곳인데 맛은있겠지 싶은 마음에 한조각 입에 넣었다가 바로 뱉어냈다


허기는 지고 분노에 찼던 나는 양송이버섯과 윗쪽의 햄이라도 뜯어먹어볼까 생각했지만 이 피자는 한조각만 떨어져 나간채 고스란히 남겨졌고, 그래도 혹시 술취하면 안주로라도 먹을수 있을지 모르니 테이크아웃을 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호텔방으로 가져간 남은 피자는 고스란히 쓰레기통 안으로 버려졌다


스위스사람들의 음식에 조합을 아직까지 이해할수 없는것인가, 내가 단순히 메뉴를 잘못고른것인가 아직까지 모호한것이 괴로울정도의 메뉴라면 컴플레인때문에라도 메뉴판에서 삭제할텐데 장사잘되는 가게의 주메뉴로 자리를 잡고있는것은 그들입맛에는 훌륭하다는거겠지. 하면서도 머리로는 이해해도 여전히 거부감이 드는 그날의 맛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었다


 


고기를 재료로 한 메뉴가 언제나 무난하다


| 다행이 다음번에 나왔던 정직한 비주얼과 정직한 맛의 파스타


파스타는 다행이도, 비주얼도 무난하고 맛도 있었다. 외국인이 한국음식을 먹고 괴로워하면서 온갖 인상을 쓰며 얼굴을 망가트리는 영상을 깔깔거리면서 봤었는데, 피자앞에서 나는 그 외국인이 되어있었나보다. 


주변을 둘러보면 부드럽고 잘 정돈된 인테리어에 분위기도 아늑하고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머금고 식사를 하고있었고, 서비스나 레스토랑은 사실 흠잡을게 없었다. 무엇보다 가게 내부의가 참 차분하고 좋아서 피자테러만 당하지않았다면 나역시도 한번 더 방문했을법한 레스토랑이었다


인터라켄 여행 책에도 소개된 피자와 파스타로 소문나 Pizzeria Mercato는 내게 소소한 에피소드를 만들어주고, 역시 주문은 기본메뉴 아니면 익숙한것이 최고라는 교훈을 남겼다. 높은 물가에서 식당을 고를때 어쩌면 맛집보다 내 관심사였던 후터스에 가지못한 미련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했다. 평소보다 여행땐 조금 더 호기심이 끌리는대로 해도 좋았을텐데, 아마도 나는 언젠가 후터스안에 앉아서 비키니를 입고 서빙하는 언니들을 보면서 [드디어왔다]하고있지않을까 :)




한번도 안간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사람은 없다는 외국인들의 후기


| 5박을 인터라켄에서 보냈는데 4번을 메르카토에서 식사했다고 하는 사람의 리뷰 


인터라켄 최고의 피자, 훌륭한 식사등의 찬사가 가득한 트립어드바이저의 후기들이나 파스타를 보면 분명 다른 메뉴들은 괜찮겠지 하면서도 여전히 후터스에 미련이 남은걸까. 좋은 하우스와인과 라자냐를 추천하는 글들이 많은데 왜 추천메뉴를 꼭 무시하고 다른것을 골라대는지, 손가락이 원망스럽다.


8번을 이곳에서 식사했다, 매일밤 이곳에서 식사했다는 글들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고민스러운 경험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하기에는 애매한 기분이지만, 먹고 뱉어버린 피자를 생각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분명한것은 밀가루맛이 났거나 뭐 조리상 맛이없었던 문제가 아닌 낮선음식과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었고 내게는 충격적인 체험이었던 기억이었으니까 지나고보니 인터라켄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정도로 남았다


파스타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지않았으니 어쩌면 다음번엔, 조금더 익숙한 재료가 들어간 기본메뉴의 피자를 골라 식사한다면 꽤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위스에서 방문했던 레스토랑들중에서 인테리어도 가장 아늑했고 분위기가 가장 따뜻하게 잘 잡혀있었던것은 확실하니까




+41 33 827 87 87

Dining options: Dinner, Lunch, Reservations

Postgasse 1, Interlaken, Switzerland  

Merc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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