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라완 /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닥터피쉬의 계곡 에라완 국립공원

달고다니지 마세요, 물고기에게 낡은 각질을 양보하세요



에라완에 도착하자마자 태국 관광청건물이 보였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관광지도나 안내서등을 받아볼까 싶은마음에 잠시 들렀다가 인쇄되어있는 팜플렛이 현지어로 된것만 있고 다국적언어로는 출판하지 않는 것인지 영어로 된 가이드팜플렛이 떨어진것인지 구할수가 없었다


뒷쪽 거리에는 가볍게 한끼를 해결할수있는 레스토랑과 아이스크림,길거리음식들을 파는 상점이 있고 기념품가게가 한줄로 늘어서있다. 관광지 치고는 사진에 보이는게 다일정도로 인근 상점이 없는편인데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에라완 전체를 태국에서 관리하는 만큼 상업지로의 분류보다는 좋은 자연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올라갈때마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검문소처럼 차려진곳에서 대기하고있는데 별다른 검사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청소통을 들고 일을하고있는 사람들이 보이는것을 보면서 얼마나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있는지 알수있었다



외국인에게 더 사랑받는 에라완의 일곱폭포, Pha Tad Waterfall


에라완폭포는 우리나라보다 다른 유럽국가에게 꽤 인기있는 관광지임이 틀림없다. 총 7개의 폭포로 이루어진 이 계곡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동안 산속에서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이 유럽과 미국등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동남아나 아시아쪽에서 온 관광객은 현지인(그조차도 거의없음) 나뿐이었다


내가 서있는곳이 태국이 맞나 싶을정도로 무수히 많은 백인들을 지나쳐 계곡을 하나하나 찾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수영을 할수없는 사람이라면, 눈으로 풍경감상만 할게 아니라면 위로 올라갈 필요가없다. 에라완계곡은 수심이 꽤 깊은편인데 물속으로 들어가면 땅에 발이 닿지않는다. 많은 나라에서 수영이 필수이수과목이기 때문인지 자유롭게 수영을 하고 노는데 아름다운 풍경에도 수심이 랜덤이고 발 아래가 꽤 미끄러운편이라 수영을 하지못한다면 여러모로 위험할수 있겠다 싶은 곳이었다




4번째 계곡에서 꼭대기까지 등산하는데 한시간, 체력이 필요한 휴양지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이정표에 다음코스까지 얼마나 많이 걷고 등산해야하는지 나와있음에도 결국 사람들은 걷는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은 더 높은곳이 있다는것을 알게되면 지금의 조건이 아무리 훌륭하고 만족스러워도 결국은 다시 일어나서 다음의 계곡으로 향한다. 더 멀리있고 더 높있는 계곡이 더 좋을것이라는 기대치와 믿음은 누군가가 헛소문내서 만드는것이 아닌 혼자 만들어내는것이다


걷고 걷다보면 햇빛에 계곡물이 반사되고 나뭇잎을 반짝거리게 하는 예쁜 빛들이 여기저기 모여있는데 기념사진을 찍다가도 다시걷기에 여념이없다. 분명 맨아래 있던 계곡이 넓고 깊이도 좋고 수영장처럼 좋은 분위기였음에도 걷고 올라서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다


등산객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고, 사실 등산하는 99%의 사람들이 외국인인 만큼 모두가 가장높은 계곡을 향해 물놀이를 하기위해 걷는것이겠지만 생각보다 에라완은 높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3단계폭포,4단계폭포,5단계폭포에 자리를 틀고 물놀이를 시작한다. 정상까지 가고싶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 4단계 5단계까지 오고나면 두갈래로 나뉜다. 한시간을 더 고생해서 꼭대기까지 갈사람들과 중간에서 머물 사람들로




계곡전체에 살고있는 닥터피쉬, 발만 담그면 각질을 향해 헤엄쳐온다


한참을 걷고 4번째 에라완폭포계곡에서 몸을 쉬었다. 첫 발을 계곡물에 담그는데 팔뚝만한 잉어같은 물고기들이 내 발로 몰려들어서 내 발에 입을 가져다 대는데 너무 놀라 카메라를 떨어트릴뻔 했다. [악]소리를 내면서 물에서 다리를 빼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깔깔거렸다


계곡이 깨끗해서 물고기들이 사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람의 각질을 먹고 피부미용에 좋다고 소문난 닥터피쉬들이 사는 계곡이었다. 계곡에 닥터피쉬라니. 사람들이 몸을 계곡물에 담그는동안 사방에서 닥터피쉬들이 몰려들어 사람몸에 붙어있는 낡은 각질을 뜯어먹고 물에서 나오면 사람은 매끈한 몸이 되서 피부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놀라워하곤했다

내눈엔 이 풍경도 낮설고, 닥터피쉬도 낮선데다가 물고기가 너무 커서 발을 물에 담그기조차 겁이났다. 발만 담그려고하면 철새때가 이동하듯 물고기들이 발주위로 몰려들고 어떤 물고기는 수면을 점프해서 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게 가능한 풍경인가를 넋놓고 있는데 [아, 여기가 태국이지]싶다. 타이마사지가 유명한 태국인데 닥터피쉬계곡이 왜 말이 안되겠는가




러시아인에게 사랑받는 에라완국립공원


발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닥터피쉬와 밀당을 유지한채 주변풍경을 둘러보고 에라완계곡에 적응해가던중, 여기저기에서 러시아말소리가 들려 유심히 듣다보니 꽤 많은 백인들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쓰고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한국에서 파타야가 유명하고 산호섬과 수상시장에 가면 한국인들이 널렷듯 에라완국립공원에는 러시아사람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러시아에서 태국 하면 떠오르는곳은 에라완폭포일까. 추운곳에서 왔을 러시아사람들은 물만난 고기때처럼 물놀이에 신이나있는데 애초에 닥터피쉬에 기대와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온듯 배낭에서 식빵을 꺼내 물에 뿌리면 수백마리의 닥터피쉬들이 (내눈에는 징그러울정도로) 한자리로 몰려드는데 그때 물에 들어가서 본인의 각질을 물고기에게 나눠주었다




천연 피부 스크럽 닥터피쉬


| 식빵으로 유인한 후 수백마리의 물고기에게 다리의 각질을 제공하고있는 러시아인


그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러시아사람은 각질벗기는것도 스케일이 다르구나 싶어 재미있어하고 있었는데 혼자만 물고기를 독식한것이 미안했는지 내쪽으로 식빵을 던지는데, 갑자기 수백마리의 물고기가 시꺼멓게 내몸으로 달라드는것을 보고 나는 순간 비명을 지르면서 바위위로 도망쳤다


대략 5~60대 정도 되보이는 중년 러시아인은 그모습을 보고 통크게 웃더니 와이프와 함께 닥터피쉬에게 각질을 제공했고 나는 그 노부부와 약간의 담소를 나누고 친해진 뒤 [나는 물고기가 징그러우니까 네가 다 데리고가면 나는 계곡을 즐기겠다]고 러시아 협약을 맺었고 그는 물고기를, 나는 물을 취했다 


러시아부인은 피부가 아주 매끈해졌다면서 담근 팔과 담그지 않은팔을 내게 만져보게 했는데 정말 피부의 감촉이 달라서 깜짝놀랐다. 물에 담궈서 낡은 각질을 제거한 팔은 놀랍도록 매끈했는데 알면서도 고기에게 몸을 맡기기엔 간지러움을 참을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높은 계곡 수심과 다양한 즐길거리


미끄럼바위에 올라가서 미끄럼틀도 타고싶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도 맞고싶지만 정말이지 물이 깊었다. 땅에 발이 닿지않아 한바탕 꼬르륵거리면서 물을 먹을뻔한 나는 모험을 포기했는데, 러시아 할아버지는 미끄럼바위며 폭포며 동굴을 마음껏 활보하고 다녔다


러시아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팔을 잡아줄테니 미끄럼바위도 가고 폭포도 맞으라고 자꾸만 권해주는 마음이 고마웠지만 괜히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이게 하는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노부부가 닥터피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나무들이 엮여 생긴 자연그네를 타고있을때 슬그머니 몰래 일어나서 한단계 낮은 계곡으로 가서 차분히 앉아있었는데 노부부를 그곳에서도 만났다


[너 왜 여기에있는거야, 같이놀아야지]하고 깔깔거리는데 그들보다 못한 내 체력과 수영조차 배워놓지 않은게 한스러우면서도 반갑고 기뻤다. 이미 닥터피쉬만으로도 놀랍고 충격적인 계곡에서 건강하고 장난끼많은 노부부를 만나 한참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국립공원의 터줏대감 산돼지


에라완폭포에서 내려가는길 길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동하는 멧돼지(아니면 산돼지)를 만났다. 사람들이 먹을것을 들고있으면 킁킁거리면서 다가오는데 안전한건지 알수가없었다. 사이즈가 꽤 커서 1미터 정도는 되보이는데 자유롭게 방목중인것인지 산에서 살고있는것인지 사람을 봐도 피하지도 않고 땅에 코를 쳐박은채 여기저기를 쏘다니는것이 그저 신기했다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오리걸음으로 다가가도 귀찮은듯이 꼬리를 휘휘 저으면서 이동하는 돼지를 보면서 계곡에서 닥터피쉬를 처음봤을때 만큼이나 놀라움에 눈이 커졌던것같다






카트를 타고 내려가는길, 버스정류장까지 가면서 많은생각을 했다. 유쾌한 러시아사람들. 러시아 악센트가 재미있어서 러시아어를 배워보고싶다는 생각과 여행에서 수영은 필수라는것, 그땐 겁내면서 우물주물 발만 넣었다 뺐다 하지않고 온몸이 매끈해져서 나와야겠다고, 폭포아래를 헤엄쳐가서 물파편도 맞고, 미끄럼바위도 꼭 이용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기전보다 돌아가는길에 하고싶은게 더 많아져버린 하루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음번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다시 에라완에 와서 몸을 푹 담근채 식빵을 던져줘야겠다고! 







20160102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오늘의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20160103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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