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암파와 수상시장의 숨은 풍경

2미터에 가까운 코모도와 대형견이 끝없이 나오는 골목길


한번씩 예능프로그램이나 여행다큐멘터리에서나 접하던 수상시장을 막상 두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기대감이 꽤 컸다. 명사 자체가 [수상시장-Bang Phli Floating Market]이기때문에 물위에서 배를 띄워놓고 배를 상가삼아 많은 상품들을 팔겠거니 생각하면서 나룻배를 빌려타서 태국식 국수와 과일도 사먹고 꽃을 파는 배가 지나가면 꽃목걸이도 하나 사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기대감에 신나있었다면 막상 도착했을때의 암파와 수상시장은 내 생각속의 뷰와 너무나 달랐다


배 위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을것이라는 기대는 어디에서 나온것일까. 암파와수상시장은 배를 띄우고 물건을 팔기보다는 긴 강물을 사이에 끼고 양옆으로 난 길위에 길게 이어진 상점길이 대부분이고 배위에서 뭔가를 팔고있는 광경을 본것은 두번뿐이었다. 그나마 길가에 주차(?)된 형식으로.


주말이 아니었기 때문인것인지, 암파와수상시장의 뷰가 원래 이런것인지 한번 여행한 입장에서 알수없지만 지금의 한적하게 조용한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한적한 시간을 보낼만한 자리가 많은 곳


의외였던것은, 시장의 풍경만을 생각하고 먹거리나 사람구경, 물건구경정도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시장은 내내 한적한 편이고 수로를 사이에 둔채 다리를 넘어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마사지를 받는곳이나 한적한 뷰를 즐기면서 차를 마실수 있는 카페가 길게 주를 이루었다. 식사보다 술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카페, 마사지샵등을 보니 시장이라기보다는 휴양촌에 온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로컬인들이 주로 애용하는 시장도 아닐뿐더러 방콕에서도 멀리 떨어져있다보니 상품을 사기위해 오는 관광객보다는 구경차 와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다가 밤이되면 반딧불이를 보기위해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의 분위기가 점점 변화하는것일까, 아니면 원래 왼편은 보통의 시장처럼 상품 위주의 가게들이 들어서있고 오른편은 휴양위주의 가게들을 계획한 것일까




잘못 들어선 길에서 만난 풍경


물길을 따라 시장구경을 하다 다리가 아파오자 다리를 건너 레스토랑이든 카페든 들어가 앉아서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리를 건너자 계단이 나오고, 계단을 오르자 또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자 민가가 나왔다. 물길 양옆이 상점이라면 상점 뒷편으로는 현지인들이 사는 일반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아 길을 잘못들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뒤로 돌아갈수 없었던것이 사람 무릎위로 올라오는 대형견들이 골목에서 달려오고있었다


여러마리가 한번에 빠른속도로 사람을 향해 달려오는데 내가 갑자기 뒤를 돌아 달리면 왠지 뒷 몸통을 콱 물릴것같은 마음에 무서운 마음을 숨긴채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골목길을 향해 계속 걸었다. 보통은 길에서 만나는 동물이 반갑기 마련인데 이렇게 커다란 개들을 한번에 많이 만나게 되자 잘못된 길인것을 알면서도 계속 걸을수밖에 없었다. 


걷다보니 차를타고 다니면서는 보지 못했던 초라하고 다 쓰러져가는 민가들과 사방이 낙서로 얼룩진 길을 계속 걸어야했다. 안타까운것은, 걸어도 걸어도 대형견은 계속 나오고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무너져가는 집들을 지나가다보니 이제 개만 무서운것이 아니라 으슥한 골목길 자체가 겁이나기 시작했다. 차라리 필리핀처럼 공항에서 나오자 마자 계속 낡은 건물들을 마주쳤더라면 도시풍경이겠거니 하겠지만, 보통의 무난한 삶을 유지하고있구나 생각했던 태국의 건물들을 보다가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초라한 풍경이 불편했다




채도가 낮은 낡은 동양의 베니스


무사히 40마리정도의 대형 개들을 지나쳐 다시 강길로 나와 신변의 위협에서는 벗어나자 정말 허기지고 다리의 피곤함을 느껴졌지만 다시 건너편으로 갈 용기는 사라진 상태였다. 보통은 다리를 건너도 상점이 길게 나오는데 하필 내가 건넌 다리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상점 뒷편의 민가로 통하는 길이었다


물길을 사이로 두고 양옆의 건물들이나, 걷다보면 중간중간 반대편으로 이동할수 있는 다리를 종종 마주치는것, 막상 다리하나를 건너고 나니 좁은 골목길이 어느방향으로 나있는지 종잡을수 없는것들이 왠지 낮익은 느낌이 들었다.

판자와 나무를 이어붙여 지은 건물의 약간 낡은 형태는 다르지만 꾸준히 만날수 있는 다리와 물길을 따라 걷고있다는 느낌때문인지 채도가 더 낮은 베네치아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긴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가장 큰 다리 하나가 나오는데, 양옆으로 주차된 빼곡한 배와 깃발들로 줄지어 장식해놓은 메인뷰를 만날 수 있는데, 아치형 다리위에 서고보면 정말 어딘지모르게 비슷하다고. 여긴 마치 동양의 베니스같다고 그새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입꼬리가 올라가있다




운이 좋으면 만날수 있는 대형 파충류


차분하게 앉아서 쉴만한곳이 없나 두리번거리는데 어렴풋이 뭔가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섬짓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싶어 폐가처럼 쓰지않는 물건들을 쌓아둔 공터를 보자 180~190cm 길이는 되어보이는 커다란 악어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움직이는데 정말 수상시장에서 이런것을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번 물리면 영원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할것이 확실했다. 폐가입구에서 머뭇거리던 나는 파란눈의 (키가크고 몸이 단단해보이는)백인커플이 지나가는것을 보고 급하게 불러세워서 [너희 혹시 악어 봤어?]라고 인사도 없이 급한마음에 용건부터 꺼내자 [아니? 악어가 있어?]라면서 깔깔거렸다. 이것들이 분명히 리조트에 붙어있는 작은 도마뱀정도를 생각하면서 웃는게 확실하지만 우선 악어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나를 보호할수 있을 커다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저기 가면 네 키보다 큰 악어가 있는데 같이가자! 보여줄게]라고 급한 목소리로 설명하자 흔쾌히 [내가 악어를 잡아주겠다]고 따라왔다


훤칠하고 단단한 근육질의 백인커플을 이 폐가에 데리고 와서 뱀처럼 갈라진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저 악어를 보여주자 백인남자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여자는 혹시 소리라도 날까봐 조용히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면서 남자의 등을 떠밀었다. 남자가 한발 앞장서고 그 뒤에 바로 뒤따라서 조심조심 악어를 향해 걸어가다가 이정도면 카메라에 잡히겠다 싶어 너나 할것없이 서로 셔터를 마구 눌러댔는데 카메라 셔터소리에 놀란 악어가 사람을 향해 몸을 흔들면서 꽤 빠른 속도로 가까이 오나 싶어서 모두가 비명을 질렀는데 다행이 수로 아래 물길로 빠르게 사라졌다




이미 다리는 지칠대로 지쳐있었는데, 악어까지 가까이서 마주하고나니 심장이 터질만큼 뛰었다. 태국은 악어도 묶어놓지 않고 키우는것인가. 깔깔거리던 백인커플도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진것을 보니 이제서야 마음이 좀 흐뭇(?)했다. 막상 가까이 스치고 보니 백인의 키가 185정도 되는 느낌이었는데, 그 백인남자를 눕혀놓았을때보다 더 길거나 고만고만 하지않았을까 할만큼 사이즈도 꽤 컸다


이제 정말이지 지쳤다. 오늘 반복된 공포와 놀라움속에서 수상시장을 돌아다니다보니 뭐라도 앉아서 먹어야할것같았다. 왔던길을 돌아서 차타기 가장 가까울 위치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했다. 허기진 탓에 음식을 이것저것 왕창 주문하고 [여기 악어가 살아. 너보다 더 커]라고 식당 매니저인듯한 현지남자에게 말을 걸었더니 [봤구나? 그건 악어가 아니고 코모도야]고 이름을 정정했다


존재를 알고있는 현지인을 만나서 그 동물의 명칭까지 알고나니 믿지못할것에 대한 증인이 생긴것같아서 그제서야 뭔가 마음이 후련해졌다. 시장에 이게 무슨일인가. 얼마전 반딧불이를 보기위해 암파와수상시장에 온 관광객이 물에빠져 죽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그땐 단순히 물에 빠져죽었구나. 어두워서 못찾았나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물에 빠지지 말아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암파와 수상시장을 방문하는 또다른 이유, 반딧불투어


나는 어떤 배를 타고 밤에 반딧불을 보러가는것일까. 식사를 하면서 낮은 조각배들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베네치아는 무슨, 이곳은 코모도가 사는 물위에 지은 수상시장이다. 차분하게 운치를 느끼면서 배를 타기에는 나는 이미 코모도의 존재를 알았다


식사를 마치고 반딧불이 관광 전용 배에 탑승했는데 다행이 높이는 있는 편이었지만 선장은 연인끼리 붙어앉아있는 사람들을 모두 띄엄띄엄 양쪽 사이드에 앉혔다. 별생각 없었더라면 [커플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구만]했겠지만 좌우로 휘청거리는 배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배의 중간부분은 비워두고 사람들을 배 양쪽 끝에 떨어트려 앉히고 조금이라도 슬그머니 연인옆에 앉기위해 자리를 옮기는 사람이 생기면 [거기! 네자리로 돌아가]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 강 아래 악어가 살아]라고 코모도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말해주었지만 역시 새로만난 여행객들은 믿지않고 깔깔거렸다. 선장이 나서서 [그래 이 강 아래 악어가 살아]라고 해도 [악어?ㅋㅋㅋㅋ]라고 깔깔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하게 나를 바라보고있는 커플이 보였다. 아까 나와 같이 코모도를 만나서 같이 비명을 지르고 달려나갈뻔한 백인커플. 차분하게 배 끝으로 서로 떨어져앉은채 묵묵히 배의 수평을 맞추고있는 :)




그리고, 읽을거리!


코모도 왕 도마뱀[Komodo Dragon]

인도네시아 남부 코모도 섬과 그 주변 섬에 살고 있는 도마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이다. 코모도왕도마뱀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도마뱀으로 성격은 매우 포악하고 호전적이다. 몸길이는 3m가 넘는 것도 있으며 몸무게는 최대 165kg에 이른다. .. 중략 . 시속 18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주둥이는 둥글며 끝이 두갈래로 갈라진 긴 혀를 내밀면서 냄새를 맡는다. 후각이 뛰어나며 피냄새에 민감하여 10km나 떨어져 있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사슴, 산돼지 등을 공격하고 몸집이 큰 물소도 공격하여 잡아 먹는다. 무는 힘과 이빨은 강력하여 상대의 뼈를 부러트리며 이빨 사이에는 치명적인 독샘이 있어 한번 물리면 혈압이 떨어져 곧 죽게된다. 한 번에 자신의 무게의 80%에 달하는 먹이를 먹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20160204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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