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왓방꿍사원과 불상

아는만큼만 보이는 여행, 언제나 친구가 필요하다



초등학교부터 불교교육을 받는 태국인들은 삶에 불교문화가 깊이 파고들고 관여해서 사원이 사회생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절이 불상을 모셔놓고 불자들이 공양을 드리고 절을 하러 가는 곳이라면 태국 사람들에게는 대광장이자 병원, 양로원, 모임장소등 여러가지 역할로 쓰이고 있다


불상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야외에 있는 계단앞에 마련된 향을 꽂는 제단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경견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는 현지인들을 보고, 건물 옆구리로 들어와서 입구에서 신발을 벗었던 내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건물 내부의 불상이 있는곳을 사원으로 생각하고 건물밖은 사찰소유의 마당인 개념이 아닌, 야외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올라야했었다


태국사람들이 내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여행객 입장에서 실수를 해도 제제하거나 바로 잡아주지않고 불편한 시선으로 마냥 바라볼때가 많은데 그들의 시선을 보고 내가 뭘 잘못했을까를 알아차리는것이 쉽지않다. 다른곳에 정신이라도 빠져있을때는 시선조차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수도 있으니까




울둥불퉁한 형태의 불상이 있는 왓방꿍사원


처음 불상을 봤을때 든 생각은 [불교를 믿는 국가라면서 불상을 왜 이모양으로 만들어놓았나]였는데,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일그러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형태가 꽤나 낮설었기 때문이다. 조촐한 사원의 규모에 한번 놀라고, 명확하지 않은 불상의 형태에 또한번 놀라고, 현지인들이 불상을 만지작거리면서 불상주변을 돌아다니는것에도 놀랐다


[만지지마시오]교육을 메너이자 에티켓으로 배운 나는 신성시해야할것 같은 불상을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이곳저곳을 만지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아주 낮설고 이상했는데, 얼마나 만졌으면 모양이 이렇게 일그러진것인가 금박이 벗겨진곳도 많고 너덜너덜하게 금박가루가 떨어질듯 말듯 애처롭게 매달려있는 형태가 참 그래보였다. 보통 나무를 깎아 만든 불상이나 형틀로 찍어서 외형이 명확한 불상을 보다가 이런형태의 불상과 만지는 문화의 낮설음이 종교가 없음에도 이상해 보였다 


금박이 너덜너덜해서 팔랑거리면서 애처롭게 간신히 붙어있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태국의 수많은 사원을 한곳도 가지않고 내가 처음 간곳이 작은 사이즈의 절이라서 더 놀랐던것 같다




여행은 정문으로 입장해야 순서가 보인다 


사원을 나오면서 정문옆에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있는 상점을 지나치려다가 왠 폭죽을 파는걸까 싶어서 축제가 있는지를 물었다가 폭죽이 아닌 스티커라고 이야기하는 상인의 대답에 잠시 의아해 하다가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인이 바디랭귀지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동작들로 전달해준 덕분에 내 어리석었던 오해가 풀렸다


폭죽으로 착각했던 긴 나무를 묶어놓은 저 종이는 금박이 들어있는데, 꽃이나 금박을 사서 들고 사원안에 들어간 다음 불상앞에서 기도를 하고 난 뒤 본인이 아픈 부위와 동일한 부위의 불상에 금박을 입힌다. 부처의 영험을 믿고 아픈곳을 낫게해줄것이라는 믿음과 불상의 외부를 오는 사람들마다 덧입혀서 낡거나 금박이 떨어져 나간곳을 스스로 보수하면서 메꾸는것이었다


그러고보니 공진단을 만들때 약을 만든 후 외관을 금색으로 덧씌우는 금박과 많이 흡사해 보였다. 사찰안의 불상의 형태가 일그러져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불상위에 꼭꼭 눌러 덧씌운 금박때문이었고 너덜거리면서 팔랑팔랑 떨어질듯 말듯한 금쪼가리들이 많았던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바램이 입혀진것인가를 생각해보니 무지할때 내 생각 안에서 보았던 한계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다




아는만큼만 보이는 불변의 법칙


들어온 순서대로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기도하고 난 후에는 꽃목걸이를 걸거나 불상주변에 난 계단을 따라 한바퀴 돌면서 낡은곳을 메꾸거나 아픈곳에 금박을 정성껏 덧입히면서 한번 더 한번 더 기도를 드리고 돌아나온다. 부처를 믿는것을 떠나 약간의 참여형 문화(?)에 담긴 의미를 알고보니 울퉁불퉁한 금박을 덧입은 불상이 다시보인다


그들중에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조금 더 있는 사람은 불상이 덮고있는 가사를 새것으로 바꿔주기도 한다니, 금색천의 가격이 얼마나 비싼것일까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작은 불상의 가사는 얼마하지 않더라도 와불이나 큰 규모의 불상들이 태국에는 널리고 널렸는데 애초에 조각으로 깔끔하게 만들지 않고 왜 후줄근한 천을 덮어놓았을까를 생각했던 부분도 이해가 된다


디자인을 하다보니 매번 깔끔하고 두번 작업할 일을 만들지 않게 기획하는게 최선이었던 입장에서 엉성한것을 볼때마다 [잘못기획했다]던가 [퀄리티의 한계가 저정도쯤일까]라고 넘겨짚은 부분이 많았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창피한 입장이다




매번 여행에서 필요한 것


사원 밖으로 나오자 넓은 부지에 무에타이를 하고있는 동상을 빼곡하게 만들어 놓은 훈련장과 나무들이 무성하다. 미얀마와 전쟁이 일어났을 때 모든것이 파괴되었다가 보리수 나무가 둘러싼 불상만 무사했다니 티니안의 보리수나무 이야기에 이어서 또한번 놀랍다. 보리수나무는 언제나 무언가를 감싸안고있어서 위험속에서 중요한것을 보호하는 나무 이미지로 내게 심어지고 있다


매번 여행에서 느끼는것이지만 아는만큼밖에 보이지않는다. 그래서 현지에서 현지인 친구가 필요하고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와 농담이나 친절속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화와 생각과 역사를 뜻하지 않게 배울수 있다. 학교공부에 취미가 없었다고 해도 역사나 종교에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알지 못한채 내틀안에 있는 시선의 한계로 뭔가를 본다는것은 한계가 있기도 하고 오해를 낳기도 한다


배낭여행을 와서 가이드없는 여행을 할때, 혼자 걷고 두리번거리고 맛보는것은 행복하지만 멋모르고 무심히 지나치거나 놓치는것들은 매번 아쉽다. 그럼에도 가이드 없는 여행을 선호하다 보니 매번 잦은 도움이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할때가 많아서 여행을 할수록 내성적이었던 성격에도 사교성이 늘어간다


여행중에 궁금한것이 쌓여가기 시작하는데, 무난한 좋은 친구를 만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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