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엠립 / 캄보디아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럴룩시장과 시골외곽 에피소드

처음보는 것은 항상 신기하고 몇백배 좋아보인다

 

 

| 오토바이에서 내리지도 않고 물건을 사는 현지인들

 

캄보디아에서는 아주어린학생들도(내가 본 기준으로 13살정도) 오토바이를 몰기 시작한다. 그 나이에 맞는 체형의 작은 오토바이를 별도로 모는것은 아니고 성인의 오토바이를 체구가 아주 작고 가녀린 여학생이 당연스럽게 운전하면서 지나가곤 하는데, 어설프게 오토바이 배우기를 시도했지만 자전거조차 제데로 떼지 못한 나는 빠른 포기와 함께 현지친구의 등뒤에 얹혀다니는 신세일 뿐이다. 그러다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교복입은 어린아이들을 만나면 뭔가 제몫을 해내지 못하고있는것 같은 마음에 머쓱해졌다

 

캄보디아의 붉은황토길도, 초록 논밭도, 처음봤을때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가슴벅찼던 풍경들조차 익숙해지고 오토바이 뒷자석에 긴장하며 매달려다니던 시간들을 지나 운전하는 친구 배에 손깍지를 끼고 꾸벅꾸벅 졸면서 운전자의 헬멧에 내 헬멧이 부딪칠때마다 [현지화되가고있구나] 싶을때쯤에도 항상 다시 눈이 커지는 풍경이 있다

 

 

 

 

조용한 시골에서 유일하게 활기를 띄는곳, 시장

 

 

동행인은 람부탄을 보고 이집트에서 먹었던 선인장 열매로 착각했다

 

캄퐁플럭에 가기전 붉은황토길 양옆으로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조그마한 시장 하나.

시엠립 시내에서 쉼없이 한적한 시골풍경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머무는 곳, 럴룩마켓은 평화로운 풍경에 젖어있던 마음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언제나 조용한 풍경에 익숙해져버리면 아주작은 소리에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데 그만큼 캄보디아에서는 길거리 소음이 없는편이다. 차가 많지않아서 경적소리를 들을일도 없고 오토바이들도 빵빵거리지않는다. 시골길에 들판과 나무가 전부인 풍경에서 가게끼리 경쟁하듯 큰 스피커를 앞에 놓고 음악을 트는일도 없다
 
가끔 듣는 소리라고는, 길거리에서 비켜주지않고 멍때리면서 사색하는 개를 비키라고 할때 [끼잉ㅡ] 하고 짜증섞인 원망을 보내면서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길거리 똥개들의 목소리정도니, 조금이라도 와글와글한 곳을 지나가게 되면 졸던 눈도 번쩍 뜨이게 되는데 그럴만한 미세한 소음이 들리는 곳은 작은 시장뿐이다
 
 
 

 

캄보디아 길거리와 시장에서 만나는 노란풍경

 

 

 

한병에 1.5$ 캄보디아 길에서 자주 판매하는것을 볼수있는 노란 기름병

 

처음 캄보디아에 도착하고 도로변을 조금만 지나가다 보면 1.5리터 페트병에 노란색 기름이 담긴것을 보고 캄보디아에서 유명한 특산품일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주배]나 [해남무화과] [여수갓김치]처럼 아주 유명한 특산품을 길거리에 내어놓고 팔겠거니 생각한 나는 농약값이 없이 모든 야채가 무공해라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파는 기름이 정말 좋을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확신이 있었다. 그것이 슈가오일이건 코코넛 오일이건 [한병 사서 가져가야지]마음먹었다

 

정성껏 병에 담아놓고 마개를 잘 여민 기름의 정체는 휘발류였다.  플라스틱 병에 담은것은 그렇다 치고, 유리양주병에 담아놓은 이유는 뭔가. 그리고 왜 휘발류가 색이 다 다른것인가. 마셔보지 않은게 다행이다. 자연발화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아무리 험하게 산다고 내 몸을 그정도로 막 쓰고싶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주유소라는 간판을 단한번도 본적이 없다. 페트병에 휘발류를 담아서 팔거나 시장통에 저렇게 엉성한 모양새로 마치 정성들여 농가에서 직접 짜낸 기름인양 판매하는 휘발류를 사들고 공항에 갔더라면 정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무지에서 비롯된 오명을 쓸뻔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 연꽃열매

 

 

열매의 색깔에 따라 먹는방법이 달라지는 연꽃열매 -  초록색, 갈색, 검은색으로 점점 변한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연꽃열매 줄기를 서너개씩 묶어놓은것이 보여서 한묶음을 구매하려고했다.

[얼마예요?]라고 물어보는데 알수없는 대답이 들려오고, 난 어쩔수없이 현지친구를 통해 물건의 양과 가격을 협상했다. 캄보디아 시내 어딜가든 만나는 사람마다 영어가 가능해서 편리하지만,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진다. 가격을 묻는데 상대쪽에서는 달러가 아닌 캄보디아 화폐[리엘]로 대답하고, 그럼 우선 달러를 건네고 보는수밖에.

 

언젠가 TV에서 연꽃열매가 아주 맛있다고 진심이 아니면 믿기 어려운 상당이 하이톤의 [음, 이거 맛있는데요?]라고 말했던 여행 큐레이터의 맛에대한 평가가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언젠가 캄보디아에 가면 먹어봐야지] 마음속에 먹어보고싶었던 간식으로 담아두었던 연꽃열매 맛은 꿈속에서조차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맛없다. 안익은 도토리를 씹는느낌과 함께 내돈 0.5달러를 남의말 한마디를 믿고 사다니. 왜 이걸 맛있다고 한걸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현지에 가서 귀뚜라미볶음, 물방개 튀김, 뱀고기등을 대접받고 차마 맛있다고는 못하겠고 그래도 성의때문에 거절하지못하고 꾸역꾸역 씹던 그 큐레이터가 진심을 담아서 맛있다고 할수 있을만한 음식은 이것 뿐이었던것 같다

 

그래도 버릴수는 없고, 까진 한봉지는 현지친구에게 주고 고무줄로 묶어진 초록색 4묶음은 꽃다발이라고 생각하고 하루종일 들고다니다가 꽃병에 꽂아두었다가 지금은 벽에 말려보고있다. 드라이플라워가 될수있을지는 모르겠다

 

 

 

 

언제나 궁금한 맛 사탕수수

 

 

한번의 당황과 한번의 실패이후 언제나 궁금했던 사탕수수가 곳곳에 보여도 차마 사먹어볼 용기가 나지않았다. 오늘은 쇼핑하면 안될것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궁금했지만 나는 사탕수수를 그냥 지나치기로했다. 주인아저씨를 쳐다보니 [왜? 먹어볼테야?]하는 눈빛으로 빙긋 웃는데 [아니요. 전 사진만 찍을거예요]하는 눈빛으로 호기심없는척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지나쳤다

 

사탕수수주스는 도데체 어떤맛일까. 먹어본사람이 있다면 맛의 디테일을 좀 내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예를들자면 10점만점에 몇점정도고 쌉쌀하면서 단맛이 강한데 어떤 냄새가 난다는등의... 하하

 

 

 

 

캄보디아 시장의 간식거리

 

 

뭘 먹든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못믿겠다

나는 궁금한것도 많은편인데 매번 뭔가 궁금할때마다 돈이 나갈수는 없고, 내 돈으로 현지친구의 배를 반복해서 채워줄수도 없다. 시골에 온 뒤로 [맛있네]싶은 간식을 한번도 못먹어본것같다. 익숙한것은 거들떠도 보지않고 새로운것은 실패하니 언제나처럼 시장 나갈때쯤 아쉬운 마음에 과일이나 한봉지 사고말겠지.

 

그런마음에 구운옥수수도 지나가고, 태국뷔페에서 먹었던 코코넛부침개와 거의 흡사하게 생겼던 동그란부침대도 지나쳤다. 와플은 조금 먹고싶었지만 호텔조식으로 나온 와플도 이상한지경이었는데 시장에서 와플맛이 날것같지는 않았다. 정체불명의 처음보는 간식들은 그냥 지나치기 참 섭섭했는데 달러만 가지고 있는 나에게 [리라]단위로 이야기하는 상인들덕분에 맞는금액인지 계산하기 귀찮아지기도 하고 500원어치를 사도 자꾸 엄청큰 한봉지를 주는덕분에 짐이 많아지는것도 신경써야해서 절제가 쉬워졌다

 

 

 

 

캄보디아 시골 시장풍경과 사람들

 

 

하얀색 피부가 미인이라고 생각해서 더운날씨에도 긴팔을 입는 현지 사람들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을 팔지않는다는 정도일 뿐 현지시장이라고 별다른것은 없고, 각종 생필품과 식재료가 있을 뿐이지만 시장은 언제나 활기를 띈다

 

생선상인의 비율이 5라면 육류상인의 비율은 1정도, 세계에서 세번째 규모로 어획량이 많다는 톤레삽호수때문인지 육류보다 생선을 많이 판매하고 사치품은 0에 가깝다. 주식이 채소와 생선인것일까. 로컬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어차피 내가 고른 메뉴를 먹는 것일뿐 현지가정에서 식사를 하는것은 아니라서 도데체 뭘 먹고 사는지 알수가 없다. 캄보디아 시장에선 그흔한 쌀한톨 판매하는곳도 잘 보이지 않으니 쌀은 일반 가정에서 자급자족하는것일까

 

그나마 다른 시장에서는 보기힘들었던 소형 문방구같은게 있어서 정말 오랫만에 [아이들도 소비할만한 뭔가를 판매하는곳도 있구나]싶었다

 

 

 

 

간식거리의 종류가 많지않은 곳

 

 

그러고보니 슈퍼마켓이나 편의점같은 가게가 시골에서 한번도 본적없었던것같다. 물론 어디엔가 있기야 있겠지만 찾기 힘들정도로 없다는것을 알았다

 

과자먹은지가 언제인지, 평소에는 쳐다도 보지않는 입짧은 내가 계속 간식거리를 찾아다니고 있을 정도이니 확실히 캄보디아의 시골에서 매 끼니를 해결하는 일 외의 주전부리를 찾는것은 어려운 일인가 보다. 달달하든 짭짤하든 뭔가가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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