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엠립 / 캄보디아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Orn Janj village

지도에 없는곳을 여행하는 행복

 

 

지도에도 나오지않는 시골 외곽의 새빨간 흙길을 달리면서 엄청난 기쁨과 행복감속에서 차분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된 상태로 소소한 하나하나까지 만끽하고 있었다. 아주 가느다란 약한 바람과, 물에젖은 흙냄새, 들판 중간중간 높게 삐져나온 비맞은 나무들의 축축한 껍질까지.

 

강한 보색대비의 풍경이 아주 이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고 달릴수록 붉은 진흙 길과 초록 논이 익숙해졌다. 풍경에 단순히 질린것이 아니고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아주 어릴적의 짧았던 기억속의 풍경까지 가 닿는데 정말 오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 엄마의 고향인 익산에, 딸기농사를 하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댁에 가던길. 당연스럽게 포장된 도로를 한참 달려서, 버스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서 한참을 탈탈거리고 달리다 내리면 지금의 내가 달리고 있는것 같은 붉은색 흙의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양 옆으로는 초록 가득한 논밭이, 곱게 차려입은 엄마는 정말 어린 나와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동생 손을 잡고 흙 웅덩이를 피해 조심조심 걸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잠재의식속의 풍경을, 여행하면서 기억해내는 일은 처음이고 꽤나 놀랍고 한편으로는 소름돋는 시간이었다. 아주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살면서 기억할 일이라고는 필요에 의한 강제소환같은 순간 뿐이었을만큼 어릴때의 추억은 아주 깊숙히 봉해져있어서, 나 스스로 그 기억을 찾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초록들판에서 간간히 고기잡이하는 소가족들을 만나거나 신발도 신지않고 터벅터벅 흙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더없이 반갑기까지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갑자기 반가운 얼굴로 [너 명순이 딸 아니여?]하고 말을 건네던 디테일한 기억의 조각들까지 꺼내는 오브젝트의 역할까지 해주니 정말 놀랍고도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었다

 

지도에 없는곳을 여행할때, 어떤 거창한것을 만날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는데, 그냥 소소하게 현지사람들의 삶과 맞닿아있는 풍경을 보면서 소소한 즐거움정도를 누릴까 했던 마음과는 달리, 지도에 없는곳에서 지도에 없던 내 어릴적 풍경을 만나는 경험은 경이로웠다

 

 

 

 

 

내 기억속에 있는 붉은색 비포장 흙길과 물에 잠긴것인지 땅이 제대로 개간되지 않은것인지 알수없는 풍경들과 캄보디아의 시골외곽 풍경은 겨우 서른초반에 이제 막 진입한 내 나이를 생각해 보면, 한국과 캄보디아의 나이차는 딱 나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나이. 가능하다면 가능하고, 불가능하다면 불가능할 나이.

 

서울에서 태어나서 쭉 도시에서만 생활한 내가 많은 시골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수는 없고, 그 기억속의 붉은 흙길도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회색 아스팔트가 되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지만 방학이 되면 말없는 외할아버지는 나와 동생을 데리고 시외고속버스를 탄 다음, 터미널에서 내려 지금 시엠립의 드문드문한 풍경같은 익산을 지나 읍내에서 간식거리와 이런저런것을 한가득 산 다음 어디엔가 주차해놓았던 오토바이를 타고 할아버지의 등뒤에 매달려 한참을 달리곤 했다

 

그때 지나쳤던 누렁소나, 그때 어린 마음에도 신기했던 시골풍경이 지금와서 익숙하다고 느끼고 나니, 캄보디아는 딱 내 기억속 한국의 어린시절 같다

 

 

 

 

 

한번도 궁금한적 없는 나라 캄보디아에, 급히 휴식을 찾아 휴가내기 일주일 전에 선택의 여지없이 구매한 티켓속의 여행지는 아직 기록되지않는 곳이 넘쳐났다. 개발도상국가의 매력은 이런것인가. 앙코르의 그 많은 유적 탐방과 지적 업그레이드를 덮어두고, 유명하고 확실한것을 내팽개쳐둔채 내 멋대로 돌아다니는 일은 사실 개발도상국가이기때문에 만날 수 있는 풍경을 만나 완벽해졌다

 

정확하지 않은 지도에는 없는 도로, 내눈앞에는 커다란 물줄기가 흐르고 호수가 보이더라도 지도에는 가느다란 실같은 물줄기 하나 없는 보통의 지면, 사람이 살고있는 곳이므로 당연하게 이름이 있는 곳임에도 지도에는 어떤 글자하나 박혀있지 않은 시골 외곽. 지도에 없는곳을 여행하는 일은, 동화처럼 내 기억속 어린날과 지금의 나를 연결해주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 사라져버렸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행하는 하루가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지는 어느 평범한 날

 

 

 

 

 

 

20161230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스페셜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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