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우기는 5월에서부터 10월까지다. 

어딜 가든 좋은 날씨의 행운이 따랐던 나는, 우기의 캄보디아에 머무는 동안에도 비를 딱한번(그것도 아주잠시) 만났을 뿐이지만, 캄보디아의 비는 정말 쉽게 그치지않는다


가뜩이나 어마어마한 톤레사프 호수의 크기도 우기에는 제주도의 8배에 달할정도로 물이 범람해서 넓어진다니 캄보디아의 비는 무섭다. 지천이 붉은 흙길이고, 아스팔트가 아닌곳도 정말 많은데, 평상시에도 반듯하지 않고 물웅덩이가 이곳저곳 움푹 파인 땅에 비까지 내리면  질퍽질퍽한것은 둘째치고, 미나리공장마냥 긴 장화따위로는 어림없을 물바다길을 장화가 벗겨질세라 발가락 끝까지 힘주고 걸어다녀야할것이다 


툭툭뒤에서 굵은 물방울을 아프게 지속적으로 맞고있는데다가, 매번 높은가격을 부르는데 캄보디아에 머무는 내내 바가지요금을 부르면 가격협상을 해야하는 상황도 오늘따라 유난히 지긋지긋하고 짜증이 난다며 [그래 니네 배터지게 잘 먹고 잘 살아라]하자고 동행인은 부르는값에 툭툭을 탔다.


비오는날 호구같은 외국인 관광객 월척을 물었다고 툭툭기사는 신났겠지만, 2천원 줄거 4천원 낸다고 굶어죽지않는단다. 그냥 사소한 언쟁조차 피하고 싶은날이 오늘이구나 싶어 말을 아꼈다


 




축축해진 몸에 젖은 커다란 여행가방까지 가지고 걸어다니자니 컨디션이 영 엉망인데, 에어컨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몸이라도 좀 말려볼까 생각했지만 얼떨결에 들어간 명품관 아울렛에서 물에빠진 생쥐꼴로 에어컨을 쐬고 앉아 중국인들의 성조 센 외국어를 듣고있자니 감기와 두통이 동시에 올것같아서 길바닥으로 나왔다


밥이나먹자, 뭘 먹고싶어? 하고 묻는데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싶단다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쌀국수... 


좀전에 우리를 태웠던 툭툭기사는 벌써 한바퀴를 돌고 어딘가로 향하다가 우리를 발견하더니 깔깔 웃으면서 [너희 벌써 이동하는거야? 어디로 갈래? 내 툭툭에 타]라고 신이나서 말을 걸었다. [아니 됐어. 쌀국수나 먹으러 갈거야]라고 바가지요금을 받았던 툭툭기사를 외면하고 걷는데, [비가 많이 오잖아. 내가 공짜로 데려다줄게]라면서 우리앞에 툭툭을 세우고 움직일 마음이 없어보였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인데 태워다 주겠다고 앞을 떠나지 않는 그의 툭툭에 마지못해 올라탔더니 그는 누들집 앞에 내려다주면서, 기분좋은 얼굴로 퇴장했다






PHO YONG은 캄보디아 시내에서 많이 본 식당인데, 캄보디아에도 프랜차이즈라는게 존재하구나 싶었다

뭘 시킬까 메뉴판을 보고있는데, 메뉴판 바깥쪽 시야에 새까맣고 작은게 뭔가 후다닥 이동하는게 얼핏 느껴져서 [설마!] 하는 불길함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커다란 바퀴벌레가 카운터 앞에 숨었다


[아, 이곳에서 밥먹고싶지않아]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밖에 비는 거세져서 맞으면 쓰러질정도의 비가 무섭게 퍼붓듯 내리고있었고, 우리 테이블에 비가 들이치자 가게의 종업원들은 자리를 옮길것을 권유하면서 따뜻한 차를 내주고 짐을 들어주고 온갖종류의 친절함을 베풀고있었다


어차피 나갈수없을정도의 비가오고, 비로인해 눈조차 제데로 뜰수없을만큼 하얗게 퍼부어서 빗속에 들어가봐야 할수있는게 없는 나는 꼼짝없이 이곳에 갖혔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5성급 리조트에서도 심심치 않게 바퀴벌레를 발견할수 있을정도로 어딜가나 바퀴벌레는 많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앉아있었더니, 친절한 종업원은 성향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주었다






음식에서 나온게 아니니까, [비를 피해 잠시 가게안으로 들어온 바퀴벌레다]라고 스스로 자기최면을 몇번 걸고난 뒤 주문한 해물볶음을 먹는데 엄/청/나/게 맛있다. 맛과 위생은 반비례한다는 우스겟소리를 듣긴했는데 이정도라면 안먹을수 없을만큼 맛있다


같이나온 엄청난 양의 머슴밥도 깨끗이 먹어 치울수있을만큼 맛있어서, 허기진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맛있다는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다. 더군다나 나는 쭈꾸미를 싫어함에도 맛있다


나도모르게 아주 맛있으니까 먹어보라고 동행인에게 권하는데, 동행인이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메뉴먼저 먹어보란다. 너무맛있다고!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싶다던 비맞은 생쥐는 캄보디아 쌀국수를 시켰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다

느낌표를 한 30개 찍어줘야할것같은 느낌으로 맛있다. 비오는날 국물은 진리겠지만, 단순히 그래서 맛있는게 아니고, 고깃국물을 싫어함에도 정말 개운하고 깊게 맛있고, 위에 얹어진 생고추는 청량고추보다 두배이상 매운데, 국물맛을 칼칼하면서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그리고, 쌀국수 안에 들어있는 동그란 저것은 도데체 뭔지 모르겠는데 맛있다

아주쫄깃쫄깃하고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데)맛있다. 이름을 알게된다면 면세점이고 기념품이고 해외에서 쇼핑자체에 관심이 없어서 뭐하나 사오지않는 내가 한봉지 사서 들고가고싶을만큼.


발을 바닥에 대고있으면, 혹시 바퀴벌레가 내 발에 타고 올라올까봐, 불안불안한 상태로 가부좌를 틀고 전시상태로 전투식량을 먹는것처럼 이 맛있는 상황이 어처구니없고 이해가 되지않아서 헛웃음이 나오는데 맛있다 (정말 인정하고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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