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키팅기 /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인도네시아 슈퍼와 흡연문화

술보다는 담배, 내가 이상한 그들, 그들이 이상한 나



간식거리와 마실것을 구매하기 위해 인근 슈퍼에 들어갔다


가게가 꽤나 협소해서 슈퍼가 맞나 싶었는데 

간판에 써져있는 TOKO SUCI를 검색했는데 [거룩한 샵]이라는 글자가 나와서, 

이름한번 거창하구나 싶다


평소라면 벌써 몇일전부터 캔맥주를 사기위해 인근 슈퍼를 들락거렸겠지만

인도네시아 슈퍼에서 술을 찾는일은 쉽지않았다

어쩌다 큰 편의점에서 맥주를 발견해도 대부분 [무알콜]이었고

무슬림들도 술을 마시긴 마신다고 들었는데 식당에서 마시는게 아니라면 

구하는것 자체가 아려운것인가 알수가없었다


그래서인지 KOPIA를 머리에 쓴 남자들이 

대낮부터 노천카페에서 계피와 계란을 섞은 커피를 그렇게 줄창 마셔대면서 

담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여자는 없고 커피숍에서 노닥거리는 사람들 모두 남자뿐이었다






사실 인도네시아 화폐에 기본적으로 0 이 많아서 

물건값을 계산할때마다 화들짝 놀라긴 하지만, 

인도네시아 환율이 낮기 때문에 무엇을 사든 가격이 착한편이다


교통비만 제외하고는 인도네시아에서 물가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모든것이 저렴해서 쇼핑할때 주저주저 하지않아도 된다는게 행복했지만 

생각보다 먹을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언제나 초코가 발라진 과자가 인기인지

왠만한 과자나 아이스크림엔 거의 초코가 덮여있는데 

아이스크림같은 경우에는 초콜렛이 들어가있지 않은것을 찾는것이 더 어려울정도였고

몇개되지않는 비스켓류를 빼고나면 뻥튀기같은 대용량의 과자를 현지인들은 좋아하는것 같았다






3,000 RP웨하스 (260원) / 4,500 RP 콜라 (400원) / 딸기음료 7,000 RP (600원) / 5,000 RP 감자칩 (430원)  / 7,000 RP 치약 (600원)


공항 검색대에서 치약을 뺏겨서 새로 치약을 하나 사고 

음료두개와 과자 두개를 샀는데 한국돈으로 2300원정도밖에 들지않았다

가격이 참 착해서 좋은데, 막상 뭔가 사러 들어가면 

구매할만한것이 없다는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재미있는것은, 인도네시아에서 물건을 사고 

1,000 RP (한국돈으로 87원) 미만의 거스름돈을 내가 건네받아야 할 상황에 

가게주인이 잔돈이 없을경우

주인은 내게 잔돈 대신 사탕이나 젤리를 손에 쥐어주었다


처음에는 황당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어느지역이든 주로 구멍가게에서 그러는 것을 보니 

현지인들끼리도 대충 그러는듯한 눈치였다


마치 마트에서 계산하고 한국돈 1원짜리를 거슬러 받지않고 적립해버리듯 

그들에게도 사용하지 않게된지 오래된 화폐라 시중에 없기때문이리라 짐작하고 말았다


 




영수증과 구매한 물건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려는데 

슈퍼 안쪽 깊숙히 연기가 자욱한것이 신경쓰여서 

물건이 진열되어있지 않는곳까지 발을 옮겼더니 

중학생들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위닝11 (축구게임)을 정신없이 하고있는것이 보였다


한 모니터에 두명씩 앉아서 다들 하나같이 한손에 담배를 쥔채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었는데 한국의 피시방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슈퍼마켓 안에 플레이스테이션이라니.

뭔가 어울리지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나이가 어려보여서 인도네시아의 흡연 가능 연령이 궁금해졌다


인도네시아 어딜가도 흡연문화가 너무 당연해서

언제나 뿌연 연기속에 있는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버스, 택시, 레스토랑, 호텔(일부호텔은 아니지만)뿐만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가능하다니 꽤 놀랍다


알고보니 인도네시아는 최계 최대의 담배 무규제 시장이었다

과거에는 담배를 약재와 함께 써서 아픈사람의 병을 고치기도 하고 

사실상 인도네시아 흡연자 1/3이 10살도 채 되기전에 흡연을 시작하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담배를 배운다니 충격적이다


흡연가능 연령을 확인해보려다가

3살도 되지않은 아이가 담배를 배우는 등의 너무 다른 문화차이를 접하고 나니 

얼마전 만났던 임산부 옆에서 

줄창 줄담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피웠던 아저씨가 미친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나는 흡연을 하지않지만, 내 동행인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이 어렴풋이 느끼기로

[외국인이 피우는 담배에 대한 기대치]가 현지인들 마음속에 있는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담배를 피고있으면, 현지인이 다가와서 담배를 서로 바꿔피을것을 제안하면서 

[무슨 담배를 피는가?]라고 물었을때 

던힐프로스트고 하면 화색을 띄고 대화가 길어졌단다. 

그들은 [말보로나 던힐]로 스왑하고 싶었던것 같다고 :)


현지에서 인도네시아 담배는 10,000 RP (875원)정도인데 

타르함량이 국내담배의 10배가 넘어가서, 

본인 담배가 다 떨어진 뒤 처음 인도네시아 담배를 피울때 꽤나 괴로웠다고


우연을 가장한 외국인 친구와 말을 섞으면서 

확실히 담배맛이 좋은 고급담배와 교환하기를 기대하는듯 싶었는데

본인이 피우는 담배가 [인도네시아 멘솔담배]임을 보여주고 나면 

어르신들까지도 눈에 띄게 실망하는듯한 표정이 너무 자주 보였다는 것이다 





보통 동행인과 담배를 교환할때, 

옆에있던 나에게도 자신의 담배를 한개피 권하는데, 

나는 담배를 피지않는다고 정중하게 사양하면 

슈퍼에 앉아있는 주인아주머니는 담배에 대해서는 개방적인데 

술에대해 조금 부정적인듯한 생각을 담은 수다를 건넨다


[난 담배는 몇번 피워봤지만 술은 좀... 못하겠더라, 

아버지가 몇번 담배를 주셔서 피기도하고 남편이 한두번 권해서 펴봤지만 술은...]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데, 

슈퍼에 들어와서 맥주를 찾은 나로인해 생긴 화제이긴 하지만 

담배보다 술이 나쁘다는 인식을 확연히 느낄수 있었다


오늘도 슈퍼에서 캔맥주 하나를 구할수가 없었다

다시 초라한 호텔방으로 돌아가서 시원하게 한캔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웨하스와 딸기음료가 든 가벼운 비닐봉지를 들고 

그들의 담배문화를 의아해하면서 돌아왔다. 

어쩌면 그들 눈에는[맥주있어요?]고 술을 찾고다닌 내가 별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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