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일본의 벙커, 제페니스터널

또 다시 원치않게 마주한 흔적



제페니스 터널이라는 명사를 듣고 

[아 여기도 좋지않은 흔적이 가득하겠구나]를 직감했다



언제나 전쟁의 상처가 남은곳을 일부러 가는일은 없었다

가서 보고나면 불쾌해지고 좋은것만 보고살기에도 짧은인생

의미가 남다른 곳이라고 해도 나는 즐거운곳에 가고싶을뿐 

이런것은 글로 읽어도 나는 만족했다


시아녹계곡을 보러가기위해 한참을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왔더니 드디어 안내소가 나왔다

1인 20,000 RP (1,750원)의 입장권을 끊자 어느나라에서 온것인지를 묻는다

한국이라고 했더니 인도네시아어로 발행된 팜플렛을 손에 쥐어주었다


사실 얼핏보고 영어팜플렛인줄 알고 받아들고 이동했는데, 읽어보려고 시도했더니 인도네시아어였다(이놈들아!!)


터널안으로 들어가면 올라가는길이 나온다기에 예정에 없던 제패니스터널안으로 들어가야했다

[아.. 여길 들어가야하나?]하고 나와 동행인은 왜인지모르게 머뭇거렸는데

사실 입구에서 바라보는 외관만 해도 내 취향이 아니었고

터널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음에도 어쩐지 마냥 들어가고싶지 않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언제나처럼 

지배국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가

아픈상처로 남아있는데 원치않게 그런곳을 마주할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졌다



인도네시아를 점령했던 일본군에게 강제노역을 당했던 인도네시아사람들이 만든 터널.


긴 터널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던 안내소 직원은 따라오지않았는데, 나는 금방 길을 잃었다

나가는 출구를 찾기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강제노역자들의 식당, 부엌, 쇠상찰이 있는감옥들, 고문방, 

분명 좋지못한 용도로 쓰였을 돌로 깎인 침대와 

아주오래전 그시절 사무실에 쓰였던 것 같은 가구들이 그대로 방치된듯 버려져있었다


나는 이런곳에서 길을 찾는 모험을 하고싶지않았는데, 터널은 넓고 깊었고 끝이없었다

가뜩이나 아픈 다리가 어둡고 좁은 답답한 굴안에서 

불쾌한 느낌과 맞닿자 슬슬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할때쯤

멀리서 사람이 손짓하는 형상이 느껴졌다






잠시, 그시대에 고문당했을 귀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티켓안내소의 직원이 내가 길을 잃었을것이라는것을 알고 방향을 가르쳐주기 위해 들어온 것이었다

애초에 따라와서 바로 가는길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은가? 

그는 내가 원치않는 고문실과 감옥을 다 둘러보게 한뒤 

두리번거릴때의 시간에 맞춰 나에게 길을 잠깐 안내하는척 하더니, 또 사라져버렸다


사람은 참 놀라운 동물이지않은가, 

본능적으로 이 안에 들어가기를 원치않았던 입구에서의 머뭇거림이 단순한 기분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는것이.


후에 알고보니, 터널안에서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외부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을수 없을만큼 동굴벽이 두껍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더 언짢다. 

이안에서 고문받으면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다가 

나중에 신음소리와 함께 괴로워했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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