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그토록 고대하던 곳으로

수마트라와 수라바야를 떠나는 날



인도네시아 배낭여행을 하면서,

수마트라와 자바를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족자카르타를 제외하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3요소라는 의식주중에

옷,음식,숙소 그 어떤것 하나도 충족되지 않는곳에서의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잠깐잠깐 여행의 기쁜 순간들을 제외하면

[여행한다]라는 단어보다는 [버티고있다]라는 단어가 훨씬 적합한 나날이었다


브로모화산과 키와이젠 트래킹을 마치고 덴파사르로 가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날

버스스탑이라는 정류장표시하나 없는 길바닥에 앉아서

언제 오는지 시간이 정해지지도 않는 버스를 5시간은 기다린것같았다

한시간 뒤면 온다고 한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고

이미 지나간거야? 라고 여러번 물어도 걱정하지말라며 현지인들은 웃는데

내 마음만 타들어간것같다


인도네시아에서 버스정류장이란 없는것같다

만약 있다고 해도, 현지인들끼리 중간중간 적당히 모여서

그들끼리 세워달라고 하고 세워주는 무언의 약속만 있는것일것이다


나는 분명, 다시 인도네시아에 오더라도

어디에서 덴파사르로 가는 버스를 타는지 찾을수 없을것이다





이게 덴파사르로 가는 버스 맞아?

케타방항구(Ketapang)에서 스탑하는거 맞는거야?


정해진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불안한 버스에 오르면서 몇번을 확인했지만

버스기사와 승객들이 맞다고 하니 맞는것이겠지

함께 이젠 트래킹을 했던 러시아커플과 몇몇 얼굴만 마주쳤던 유럽사람들도 

발리로 가기위해 이 버스에 오르고있으니

목적지가 써져있지 않은 버스에 나역시 올랐다


버스안에는 음료수와 물을파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했는데

좌석과 통로가 상상도 못할만큼 비좁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체형이 작기 때문인가

항상 좌석이 좁게 만들어져있는데

이 빽빽한 버스를 타고 짐 봇다리를 짊어진 사람들은 통로에 서서 가기도 했다






버스는 잠시 달리다가 여객선안에 그대로 들어간채 배가 출발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로컬버스는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열리지않는다


이 답답한 환경에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의자 3개에 5명이 앉도록 되어있다는것을 추후에야 알았다

나와 동행인은 1인1좌석을 차지했는데, 돌아와 생각해보니 미안하면서도 그때 몰랐다는게 천만다행인것같다

통로에 짐을 깔고 앉은 사람들에게 우리옆으로 오라고 손짓했는데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했던것도 의아하지만, 우리가 외국인이라 불편했을까


2일간의 고된 새벽등반으로 피로에 지칠대로 지친 나는 그새 정신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Gilimanuk 이라는 발리섬의 한 선착장에서 현지 경찰이 신분증을 검사한다는것을 알고

화물칸에 넣어두었던 여권을 비몽사몽한 와중에 챙겨왔더니

외국인은 검사조차 하지않고, 현지인들의 신분증만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다




[나 여기서 내려?]라고 배낭을 메고 묻는데 

사람들이 다급하게 손짓하면서 [넌 아직멀었어 앉아있어]라면서 붙잡았다


나는 배타고 물만 적당히 건너서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주는줄 알았는데

체감 다섯시간이 넘는 시간을 꼼짝없이 앉아있다


중간에 가다 서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니, 사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출발할때 물과 간식을 팔던 상인들이 생각났다

허기지고 지치고 목이 마른데, 이미 파는 물과 식량은 바닥이 났다


한번 이동하면 [몇십분]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몇시간]이 생기는 인도네시아

그와중에 환승의 시간은 알수도없고, 정거장도 사실 제데로 찾을수 없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하고 나면, 모든것이 편해질것이라고 기대하고있다

유명한 관광지는 괜히 유명한것이 아니니까

고된 의식주에서 벗어나고 [버티는 시간]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수 있을것이라고 20 여일을 발리하나만 바라보고 지내왔다


우리는 이제 그토록 원하던, 발리에 잠시 머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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