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끌레무뚜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마술사와 세종류의 영혼들이 사는 호수 끌레무뚜

색이 변하는 신기한 마법같은 호수와 숨어사는 마법사



색이 변한다는 끌리무뚜 호수를 보기위해서 

섬 서족에서 로컬버스로 플로레스 하이웨이를 횡단했다


언젠가 글로 읽은 산위에 세개의 호수가 있는데

호수에는 세 영혼이 살고있고, 빨간색이던 호수가 노랗게 변하고

하얀색이던 호수가 검게 변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동화같았다


키와이젠화산을 등반한 뒤로 두번다시는 산에오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끌리무뚜의 색이변하는 화구호를 만나는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사실 모니에 도착한 뒤로 고민에 휩싸였다

끌레무뚜를 보기위해 이 먼 모니까지 버스를 타고 플로레스섬을 횡단했는데

등산이 얼마나 힘든 고통인지를 알고 난 뒤로 [내인생등산없음]선언을 하지않았던가


그런데 숙소주인이 당연스럽게

끌레무뚜 산에 올라가려면 오토바이 가이드를 미리 고용해야하니까 말해줘

가격은 1인 150,000루피아야


우리의 다짐은 낮은 가격앞에서 무색하리만치 희미해져버렸다

오토바이를 타고 한시간이면 갈수있고 한명당 1만2천원정도라면 아주 낮은 산일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끌리무뚜에 올라오는 길은 아주 평안했다

뻥이 심한 인도네시아 사람들 말 치고는 정말 한시간정도만 이동했고

입장료를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1인 300,000루피아가 별도로 들어서 

2인 5만원을 지출해야했지만 이미 지나간 돈이 되었다


여행 중반부가 넘어가고 나니 지출에 있어서 예민해진 우리는

오토바이를 왕복으로 대기시키지않고 올라올때만 타는것으로 했다


어차피 한시간이고, 내리막길은 쉬우니까.

도로포장도 아주 완벽하리만치 잘 되어있었고

도로가 넓어서 길을 헤멜일도 절대 없다는것을 확인했다






이곳 사람들은 죽은이의 영혼이 산속 깊은곳 이 호수에 아주오래전부터 깃들어있다고 믿었다

정말 흥미로운것은, 여행하기 전 이곳 사진을 인터넷에서 여러차례 보았지만

글쓴 사람마다 모두 호수의 색이 달랐다


약간의 보정이 들어가서 채도의 높낮이와 선명도의 차이가 아니라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호수였던 사진이

다른사람이 다녀왔을때는 하얀색, 검은색, 청록색으로 바뀌어있는것이다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계절별로, 날씨별로 호수의 색이 변하다보니

정말 마술사의 영혼이 있어서 그렇다고 해도 믿어줄만큼

호수의 색이 변하는것은 극과 극의 색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헬리캠이 있었다면 하늘 높이서 세 호수를 한눈에 담을수 있겠지만

나는 보통의 여행자들처럼 

호수에서 호수로 발품을 팔아 이동하면서 호수를 관광했다


호수주변은 어떠한 안전망도 없이 가파른 절벽 그 자체인데

실종자나 사망자가 있지않을까 싶을만큼 수직으로 암벽이 높았다






악령의 호수 / 티우 아타 폴로(TIWU ATA POLO)


악령의 호수라는 이름치고는 백두산 천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물색이 아닌가 싶어 의아했는데

원래는 진한 빨간색에서 청록색으로 바뀐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호수는 진한 빨간색부터 갈색이었던 사진을 여러차례 봤는데 

이렇게 깨끗한색으로 물이 정화할수 있는것인가


아마도 진한 붉은색때문에 아주 악한 악령의 영혼이 깃들어있다고 믿는것일것이다

영원히 죽지않고 항상 살아있는 악이라니 


깨끗하던 물이 진하고 탁하게 더렵혀지기는 쉽지만

어둡던 물이 밝아지기는 쉽지않은일인데 참 흥미롭다


이름처럼 가장 악명이 심한 악령의 호수가 색깔의 변덕이 가장 심한데

붉은색이었다가 갈색이었다가 노란색이었다가 초록색이었다가

정체모를 색깔들로 극과극인 색으로 변화하는 이상한 곳이다





젊은 영혼의 호수 / 티우 누와 무리 쿠 파이  TIWU NUWA MURI KOO FAI


내가 갔을때 우유에 연한 하늘색 물감을 두방울정도 떨어트린것 같은 컬러였던 이 호수는

멀리서 보기에도 물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농도가 진득한 우유처럼 보였다


새벽에 촬영해서 제법 푸른기가 많이돌지만 거의 하얀색에 가까워서

페인트를 부어놓은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세 호수중에 가스가 가장 많이 올라와서


조금만 가까이에서 보고있어서 호흡이 신경쓰일 정도로

휴화산 치고도 꾸준히 많은양의 가스를 방출하고 있는것이 확실했다


이 젊은 영혼의 호수는 형광 초록색이었던 물이 끈적한 하얀색으로 바뀐것이다

이 호수는 죽은 젊은이들의 영혼이 모여있는 호수다


이곳 사람들은 죽은이들의 영혼에 제사를 지내듯 여러 물건을 바쳐야한다고 믿는다





늙은 영혼의 호수 / 티우 아타 음부푸 TIWU ATA MBUPU


이 호수는 죽은 부모들의 영혼이 모여있는 호수다

앞의 호수 두개와는 달리 조금 떨어져있어서 한자리에서 함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는데

아마 늙은이와 부모등을 지칭하는것을 보면

나이든 사람들의 영혼은 이 호수에 머물게 될것이라고 믿는것 같다


색이 언제나 바뀌는 두 호수와는 달리

이 호수는 언제나 진하고 싶은 청색이다




지질학자라면 물에 녹아든 광물질의 성분이나 가스와 공기와 물의 화학반응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와 시간에 따른 빛의 굴절로 물빛이 달라지는 이유를 찾고싶어하겠지만


끌리무뚜 산자락에 기대어 살아온 리오족 사람들은

산 아래 조그만 초가집 하나에 아무도 몰래 살고있는 마술사와

죽은 젊은영혼과 늙은영혼 그리고 악령등이 변덕을 부린다고 믿고있다


어쩌면 이곳에 사는 원숭이중 하나가

사실은 숨어 살고있다는 마술사일지도 모른다






다른이가 헬리캠으로 촬영한 세 호수의 색이 

내가 보고 촬영한 호수와 완전히 다른 색이라는것이 신기하지않은가?


첫번째 호수의 색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두번째호수는 분명 흰색, 세번째 호수는 맑은 청록색이었다





이렇게 신기한 끌레무뚜산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다른 인도네시아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에 비하면 얼마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끌리무뚜산이 유명하지만

해외에는 그렇게까지 알려진 이름은 아닌것 같다


유일하게 세번째 떨어져있는 호수 오르막길에만 펜스가 있는데

그곳은 높은 전망대가 있어서

그나마 얼마되지 않은 이곳에 모인 관광객들을 한자리에서 만날수있다






여행 중반을 넘어서면서 줄어드는 현금앞에서 소심해진 우리는

올라오는 오토바이만 예약하고 내려갈때는 걸어내려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잘 포장된 도로와 넓은 길은 갈래길이 없어서 길을 헤멜일도 없었고

내리막은 쉬우니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절약할수 있을것으로 판단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한시간이 지났을때쯤

비로소 뼈저린 후회를 하기 시작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오는데 한시간은 금방이었지만

한시간을 걸어 내려가도 올라온길의 1/5도 되지않는다는것을 알아차리고

이런식이라면 5시간을 걸어내려가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비로소 마음이 다급해진 우리는 오토바이든 지나가는 차든 잡아보려고 했지만

대기하는 교통은 하나도 없었고 결국 얼마되지 않는 관광객이 타고온 차를

히치하이킹을 통해 얻어타고 내려올수밖에 없었다





시골마을 모니의 장은 이른 아침에만 열리는것이었나보다

첫날 도착했을때 얼마 되지않던 할머니들이 팔던 물건이 다가 아니였다


언덕에서 숙소까지 빼곡하게 들어선 사람들을 보아하니

이동네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다 나와있는것 같았다


매일 아침 장이 열리고

아침마다 하루 먹을 식재료들을 마련하는것이었구나

비로서 이 마을사람들이 어디서 무엇을 사먹고 사는지 알수있었다






장사를 하지않는 사람도 아침시간에는 집앞에 앉아 시골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장사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여자라고 했던 부키팅기의 택시아저씨 말처럼

이곳에서 흥정을 하고 식재료를 사고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다


하나같이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긴 치마를 입은채

한가족의 식사를 책임질 쇼핑타임에 나온 주부들


이시간이 모니에 사는 여자들은 가장 분주할지도 모르겠다

물건을 멀리서 가져오고 시장에 내놓고

번돈으로 하루 식재료를 사서 식단을 짤 시간이니까





하루에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않는 버스이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 많은 물건들을 들여오지는 않았을텐데


인근에 강이나 바다도 없는데 생선은 어디서 구해와서 팔고있는것일까

각자가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것인지


얼마되지 않는 가구들 마당에는 주차된 차와 오토바이도 크게 보이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논에서 생선을 잡고있던 풍경을 몇번 마주쳤던것 같다

생선사이즈가 크질않으니 논에서 잡은것일까


물고기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물고기를 봐도 민물고기인지 바다고기인지 논두렁고기인지 알턱이 없다

상상력에 상상력을 더해가면서 내가 본 풍경안에서 최대한의 답을 찾을 뿐






트럭한켠에서는 닭을 파는 아저씨가 다리에 끈을 묶어 들고가기 좋게 포장(?)을 하고있다


여행전에는 음식과 동물이 머릿속에서 다른 카테고리에 분류되어있었는데

닭을 보니 닭도리탕이 떠오르는것을 막을수가 없다


오랜 여행동안 내가 정말 못먹고살았나보다






조식을 먹으며 혹시나 버스를 놓칠세라 숙소앞에 나와 기다렸다

어제 숙소비용을 계산하면서 잔돈이 없어서 큰 지폐한장을 내고 잔돈을 받지못했는데

나중에 주겠다던 주인아저씨는 어젯밤에도 오늘 아침에도

[응응 이따가 줄게]라고 말하더니 새까맣게 잊은사람처럼 태평하다


참다못한 동행인이 세번째로 돈내놓으라고 말하자

[무슨돈?] 하는 표정으로 모르쇠 표정을 하다가

상세하게 일일이 말하기 시작하니


까먹었다는 최소한의 제스춰도 없이 

주머니에서 뒤적뒤적 구부려진 돈을 건네주는것을 보고 

어젯밤 오토바이를 미리 잡아주고 호의를 베풀던 친절한 중년은 온데간데 없고

돈몇푼을 돌려주기 싫어서 사기치는 소인배만 남았다


최소한 사기를 칠꺼면 [아아! 그돈! 내가 깜빡했네!]하는 성의라도 보여주면서 돌려주지

베시시 웃으면서 돈을 꺼내 건네주는 그 표정에서 나는 많은 생각이 든다


인간의 도덕심의 기준이 아주 많이 낮은 사람이구나

이런 묘한 기분. 또 오랫만에 느껴본다



20170712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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