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수카라라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베짜는 직조마을 판지사리

전통적으로 수를놓는 수공예 직조마을





어려서 읽은 동화책에

베를 짜는 선녀 이야기가 있어서였나


견우를 만나 매일매일 이곳저곳을 놀러다니면서 일을 게을리 했다가

벌을 받고 일년에 한번만 까마귀와 까치가 만들어준 새다리를 밟고서야

겨우 잠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있다는 직녀의 이야기는

어린나이에도 참 마음이 아픈 이야기가 아닐수 없었다


이팔청춘 한참 놀기좋은나이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여행좀 다닐수도 있는것이지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제 이별한 상태에서

베틀앞에 울면서 강제로 베를 짜고 있던 선녀의 슬픔이 기억난다






베를 짜는일은 확실히 한곳에 매여있는 일일것이다


이곳에도 이팔청춘의 앳된얼굴을 가진 

소녀와 아가씨의 경계에 있는 여자아이가 베를짜고 있었다


옆에서 이것저것 잔소리를 해대는 아주머니는 

한눈에 봐도 여자아이의 부모가 아니었는데


놀기좋을나이,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꺄르르 웃음이 터질나이에

입꼬리가 내려가 굳은표정으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베짜는 손을 보니

이 아이가 또다른 직녀가 아닌가






나는 불쌍한 직녀를 바라보는 까마귀의 마음같은 상태가 되었는데


베짜는것을 체험해보라고 등을 미는 아주머니를 못이겨 자리에 앉은척

잠시나마 그 지겨운 일에서 여자아이를 해방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딱딱한 나무로 만든 베틀은

허리를 곧게 뼈서 허리와 팔힘으로 짱짱하게 힘을줘야

꼼곰한 수가 나올정도로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나는 슬프지만 분명히 예쁠 선녀의 역할에 몰입해서

최선을 다해 수를 겨우 두줄 놓았다






내가 짠 두줄은 1mm가 겨우 될까말까 할정도의 두께였는데


그정도의 수를 놓기위해서 허리를 곧게 피고

다리도 쭉 펴서 몸을 "ㄴ" 모양을 만들어야했고

팔로 더 짱짱하게 당겨야한다고 잔소리를 들었으니


구경와서 한번 체험한 내가 이렇게 힘들정도인데

확실이 우아한 중노동이 따로없다


마음같아서는 수 하나를 뚝딱 놓아주면서 

길게 쉴수있도록 도와주고싶었지만

내 역량은 1mm다







이렇게 몇 날 며칠에 걸쳐 시간과 맞바꾼 수놓인 천이 걸린 마을은

몇대에 걸쳐서 핸드메이드 싸롱을 생산하는 마을이라는 슬로건을 챙겼다


Woman's Group Weaving Village


세상에 고되지않은 일이 어디있을까 싶지만

일터에 갓 발을 내딛은 풋풋한 얼굴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인가,

나이를 먹어서까지 일을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릴때는 마음쓰였는데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까지 일이 있다는것이 부럽고도 다행스러워보인다


다만, 너무 어린나이에 일을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져서

어차피 평생을 하게될 업이라면

조금 늦게 시작하는것 또한 좋지않나


 




이렇게 한줄로 진열된 싸롱을 보니

개개인의 포트폴리오 같다


오늘 동화책에 너무 몰입했나

나무 베틀앞에 앉아있던 여자아이의 옆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온 마을 여자들이 베를 짜는 직조마을 판지사리에 오고나니

인도네시아의 기하학적인 패턴이 이해가 간다


실력이 우월할수록 더 복잡하고 더 자글자글 빽빽한 수를 천에 뽐내려는 것인가보다





20170823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Load More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