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전통초가마을 반야물락

인도네시아 전통 초가집에 사는 사람들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때, 동행인은 이곳 사람들이 고용된 고용인일것이라고 확신했다

롬복은 그나마 큰 시에 가까운곳이고 어느정도의 문명도 받아들여진곳인데 이런 초가삼간에 살 이유가 없다는것이다

그들은 티비도 보고, 교육도 받고, 신발도 신고 옷도 현대식으로 입고있는데 이런 민속마을같은곳에서 우물에서 물을 퍼올려서 소똥으로 집을 보수하고 살 이유가 있느냐는것이 그의 주장에 대한 뒷받침의 근거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각자 다른집에서 현대식의 생활을 하다가 아침일찍 일어나서 머리를 헝클이고 얼굴에 대를 묻인뒤 각자의 자가용을 타고 이곳에 와서 월급을 받기위해 마을인구인척 하고있을것이며, 이곳에 있는 가축들은 잡아먹기위해 기르는것이 아닌 마을보존과 그림을 위해 키우고있는것이라고 생각하는듯 했다 







나는 아니라면서 그의말에 웃고말았지만, 그가 오해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마을을 어쩜 이렇게 단정하게 지어놓은것인지. 


한국의 낙안읍성 민속촌마냥(가보지는 않았다. 사진으로 보았을뿐) 가지런하고 정갈하고 완벽하게 설계되어있어서 

볕짚으로 지어진 초가마을 반야물락이 미관상으로도 완벽했다






드라마셋트장이나 영화셋트장만큼이나 완벽한 공간에 완벽해보이는 배우들이 있었다

실제로 민속촌의 거지역활처럼 돈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같은 엑스트라라는 의미는 아니고


한걸음 한걸음 이동하면 닭에게 모이를 주고있는 풍경도

간식으로 찐 옥수수와 삶은감자를 무심하게 베어먹으면서 구슬치기를 하고있는 풍경도


매번 움직일때마다 완벽하게 셋팅이 끝난것같은 풍경을 마주하고있으니

분명 감독같은 설계자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는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레디~하고 있다가 관광객이 오면 액션! 을 외치는 감독이라도 있는지

언제든지 외부인에게 완벽한 모습을 자랑할수 있는 마을은 참 단정하게도 예뻤다


불신이 가득한 동행인은 뒷짐을 지고 젊은 가이드를 따라다녔다


사실 그가 불만이 가득한것도 이해가 되는게, 베나루바마을에서 정말 소규모의 사람들이 조상의 전통을 이어오는 검소한 삶을 살고있는 보았고, 파워오브매지컬스톤이니 흑마술이니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듣고 이와 비슷한 마을들을 두번이나 보았으니 비슷한 느낌중에 [가장 사람이 살만한 깔끔하고 예쁜마을]따위에 매력이 떨어지는것은 당연하겠지


거기다 이전의 마을들과 다르게, 원치도 않는데 마을입구에서부터 젊은사람 하나가 앞서나와 가이드를 자청하면서 이곳저곳으로 안내하고 있으니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을 살펴보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성향이 무시된 팁을 노리는 사람 하나가 동행인의 기분을 망친것이 분명했다



 


성실하고 메너좋은 성향의 동행인이 오늘은 꽤나 삐딱선을 탔다

집의 구조와 사용에 대한 설명등을 가이드가 하고있을때 부터는 도저히 못참겠는지 

듣는둥마는둥 그와 얼른 떨어져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싶어하는것이 확연히 보였다


[우리는 정말 가이드를 원하지않는데]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는게 무례가 될까봐 

사실 나역시도 이미 들어서 알고있는 내용이고, 거기다 흥미로운 이야기나 깊이는 하나도없는 그의 설명이 괴로웠지만

입꼬리를 올리고 열심히 끄덕거려주었다


저 가이드를 자청하면서 마을입구 평상에 앉아있던 사람이야 말로 고용된 사람이거나 돈벌이를 위해 이곳에 있음이 분명했다

그의 머리는 왁스로 단정하게 가르마를 타서 눌렀고 하와이안프린팅 셔츠는 이곳과 어울리지않게 반짝반짝하고 다림질로 선이 날렵했으며 그가 신고있는 신발도 나쁘지않았다


그는 이마을 주민이 아니다.

다른곳에서 잠을자고, 아침일찍 자가용을 타고와서 이곳 평상에 앉아있다가

관광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잽싸게 달라붙어서 가이드를 거절하는 사람들에게라도 기어이 팁을 얻으려는 것일것이다





서둘러 그를 보내버리고싶었지만 그의 말은 길고 장황하고 내용이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흥미롭고 나를 즐겁게 했던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는반면

원치도않는데 내 소중한 시간을 자기마음대로 써버리고있는 사람도 있구나


그의 입은 쉬지않아서

[고마워. 큰 도움이 됐어. 잘가] 라고 말할 타이밍을 잡지못하다가

얼마되지않는 돈을 팁으로 주고 겨우 그를 따돌렸다


계속 설명해대던 입 하나가 없어지자 이렇게 조용할수가.







그가 사라지고나자 마음이 슬퍼진다

그냥 우리끼리 손잡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면 더 즐거웠을텐데


말을 건네주는 어른들과 인사하고 아이들이 노는것을 구경하고

마을 구석구석을 훓어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낮설고 신기한 역할을 완수했을텐데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댓가로 머리에 기름칠을 한 남자에게 돈을 쥐어준 꼴이 되었으니

나는 이곳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소수민족마을이나 그 나라 전통의 모습을 하고있는 어떤것들에 대해 항상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내가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댓가로 돈을 내야하는 경우는 찜찜하다


아. 불쾌해진 내 마음.

그래서 시작부터 동행인이 삐딱선을 탔나보다






이곳에 와서 얻은 정보는

이 사진에 보이는 저 머리가 크게 지어진 평상건물이 롬복의 심볼이라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절대 발리에 뒤지지않는 훨씬 멋진것들이 넘치는 섬 롬복.

롬복의 심볼이라면 예전에는 정말 가옥들이 다 이런형태를 취하고있었던 것일까






동물들이 곡식을 훔쳐먹지 못하게 하기위해 천장에 달아놓았다는 광주리안의 식량들이 귀엽다


마을 한쪽에 수도꼭지를 발견했으니 이제 그의 생각이 다 틀렸다고 할수는 없겠다

적어도 우물에서 물을 퍼올려서 살지는 않는다는것, 그리고 마을 가이드는 정말 마을사람이 아니라는것.


예쁜 마을에서 순박한 아이들과 멋진풍경을 보면서 이제 나도 의문이 든다

평상에 반쯤 누워 쉬고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항상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매번 널널하게 늘어져있는 그들의 여유로운 사고방식과 행동들이 부럽다





20170714 / 이 포스팅은 카카오톡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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