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리 - 인도네시아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발리의 마약쟁이와 강도들

매직머쉬룸과 마리화나






초저녁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걷고있었는데

남자 하나가 다가오더니 [머쉬룸 할래? 매직머쉬룸? 아니면 마리화나?] 하고 말을걸면서 치근덕거린다

단호한 거부에도 끈질기게 달라붙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한명이었던 사람은 네명이 되었다


[가자 머쉬룸하러! 매직머쉬룸을 너게에 보여줄게!]

이미 약에취한 두명은 눈이 정상이 아니었는데, 

[됐다고!!!] 화를내고 성질을 내도 길을 비켜주지않고 들이대기 시작했다


우리는 길을 비켜주지 않는 4명의 남자에게 둘러쌓여있다가, 

한남자가 오른쪽팔짱을 끼고, 다른한남자는 왼쪽팔짱을 끼더니 

다른남자 하나가 등을 떠밀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건장한남자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끌려가는것이다






끌려가던 동행인은 팔에 힘을주고 [만지지마. 머쉬룸 안해. 안한다고!] 라고 외치면서도 

기약없이 힘에 밀려서 끌려가고있었고 동행인을 끌고가는 남자들과 빠른속도로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하자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너희 그러지 않는게 좋을거다. 그러면 안돼!]라고 악을 지르면서 그들을 따라갔다

비명에 가까운 분노로 그들을 쫒아가면서 나는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않았다


[머쉬룸 필요없다고!!!]화가 가득나서 끌려가던 팔에 힘을 딱주고 팔을 영옆으로 펼쳐서 분노를 표출하자 

그제서야 동행인은 자유로워졌는데 그들은 미친놈처럼 잽싸게 사라졌다


발리의 가장 큰 번화가거리 꾸따에서.

사람이 넘쳐나는 이 거리에서 강제로 끌려가는것이 가능하다니.

그것도 남자가 끌려가는것이 가능할거라고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던 우리는 

그래도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아무가게나 들어가서 일단 자리에 앉아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동행인의 가방에서 내 핸드폰이 사라진것을 알게되었다


[그 버섯놈들이 가져갔구나]


잃어버릴 물건은 결국 잃어버리게 되는것인가

버스에서 도둑질당한 내 핸드폰을 불편한 침묵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나름 용감하게 되찾았었는데, 

결국 이곳에서 이렇게 허탈하게 뺏기고 말았다


그때 당했던것은 "도둑질", 지금 당한것은 "강도" 

육체를 억압시켜가면서 한 강도짓에 화와 분노로 얼룩진 심장은 계속 쿵쾅거렸고

손이 얼마나 덜덜덜 떨리는지, 알콜중독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만큼이나 바들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진정이 되질않아서 손바닥을 양쪽 허리에 딱 붙인채 간신히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찜질방의 허리마사지기위에 선듯 허리까지 달달달 떨릴정도로 손을 떨고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분노로 가득했을 동행인은 그와중에 미안한 감정까지 가지고있어야했나보다


[핸드폰 미안해. 나는 끌려가는것에 신경쓰면서 놓으라고 팔에 힘주고 양쪽으로 폈는데, 그때 꺼내간것같아. 내 지갑도 같이 있었는데 인도네시아 화폐보다는 네 핸드폰이 값이 더 나가나보다. 미안해]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수없이 말했지만 여러감정이 섞인 그는 쉽게 괜찮지 않을것이다


사실, 그가 남자 4명에게 끌려가는동안 앞뒤양옆이 막혀 강도들에게 쌓여있었지만, 바로옆에 경찰이 있었다.

외국인 한명이 강제로 끌려가고, 비명을 지르고, 악을쓰는동안 그 유니폼을 입고있는 남자는 우리를 멀뚱멀뚱 구경하고있었다


아니, 경찰 도움까지는 바리지도않는다고 해도

그날 발리의 그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가 있었는데 건장하고 키큰 외국인들도 많았고, 젊고 혈기왕성한 이들또한 넘쳐났는데

인도네시아의 체구가 크지도않은 남자 네명이 달라붙어서 사람을 끌고가고 핸드폰을 훔치는동안

우리와 두발자국거리에있던 경찰은 방관자가 되어 구경만 하고, 다른이들은 나설마음이 없었나보다






그런일을 당하고도 다시 밖에 나가 포장음식이 될만한곳을 찾아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들어오는 이 사람은 도데체 무슨정신인것일까. 육체적으로 겁박되는 상황을 나는 눈으로 보았을 뿐이지만, 그는 직접 당했으니 속이 말이 아닐텐데.


떨리는 손을 베게 아래 숨기고 이불솦에 들어가 엎드려서 휴식을 취하는척 넋을놓고있는동안 동행인은 저녁을 굶지는 말자면서 조각피자와 맥주를 두병 사왔고 이 침묵만이 내려앉은 공간에 뭐라도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가 이미 다 보았던 미드 굿와이프를 재생시켜놓았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사는 알리샤플로릭은 오늘따라 말이 많았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사는 나역시도 오늘 손과 심장이 말을듣지않았다


마약쟁이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마음이, 그에게 조금이나마 피해가 될까봐 말을아꼈다

맛도 드럽게없는 이날의 딱딱한 피자는 입안에 넣고 씹을때마다 얼마나 큰 힘을 가해 이로 짓이겨야했는지

피자를 씹으면서도 씩씩거릴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날밤이 지나갔다

어젯밤일은 흘러지나갔고, 나는 또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으니 깔끔한 기분으로 

조식을 먹기위해 호텔 레스토랑으로 내려가서 간단하게 과일몇조각과 음료를 접시에 담아 자리에 앉았는데 

맞은편에 앉은 그가 [인도네시아 사람들 얼굴만 봐도 화가난다]고 한마디를 던졌다


다음날까지 이어진 분노에 놀란 내가 [뭐라고?] 되물었더니, 

까무잡잡한 피부에 다들 똑같이 외소한 몸집에 웃고 떠들고 조용히 밥먹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다 똑같은 인간으로 보인단다. 정이 떨어진다고. 



[.......]


이곳을 벗어나면, 그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입밖으로 이런저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말없이 조식을 먹고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다음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꾸따의 거리와 멀어지는것들을 확인했다

어젯밤 강제로 끌려갔던 그 몇발자국 되지않던 곳을 지나가는데, 경찰은 아직도 그자리에 서있었다


어쩌면 경찰이 아니고, 경비, 가드, 보안직원같은것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앞에서 그런일을 목격하고도 나몰라라가 가능했던것이 

문화차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이해가 되지않아 택시기사에게 어젯밤일을 말하면서 경찰이 맞는지를 물었다










[그들은 경찰이 맞아. 다만 발리에서 경찰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과 조직일때가 많아]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데 내가 잘못들었나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않아서 나는 다시한번 물었다


[나는 발리에서만 평생을 살았어. 이곳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발리를 벗어난적이 없지. 주로 머쉬룸이나 마리화나를 건네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사람이 아니고 주변 섬에서 유입된 경우가 많아. 그들이 머쉬룸을 판매한다고 했을때 너희가 따라가서 머쉬룸을 받았다면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해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했을거야.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직머쉬룸이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이 요구하는 많은 금액을 주지않는다면 너희는 교도소에 수감되는거야. 절대 머쉬룸을 사지마]


[그럼 이게 무슨 함정수사같은거야? 그런데 왜 경찰이 돈을 요구하지?]


그는 내말에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희가 머쉬룸도, 마리화나도 하지않겠다고 거부해서 핸드폰을 훔쳐간것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의 핸드폰이 돈이 많이 되기때문이야. 아마도 그들은 그것을 팔아 돈을 나눠갖을거야]


돈을 나눠갖는 '그들'에 경찰이 끼어있는지 아닌지 알수없었는데

사실 이미 알게되었지만 믿고싶지않았던것일거고 확인차 다시 묻고싶지도않았다








우리는 어제 누군가가 깔아놓은 덫 앞에서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풀듯 있었나보다


  1. 머쉬룸이나 마리화나를 사려다가 경찰에게 상당한 금액을 뜯긴다

  2. 머쉬룸이나 마리화나를 사려다가 경찰에게 돈을 지불하지않아 인도네시아 교도소에 수감된다

  3. 약을 사지않을거라면 몸에 지니고있던 돈이 될만한것들을 빼앗긴다

  4. 싸움으로 이어져서 피해를 입는다 




택시기사는 발리에 좋은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대화를 끝으로 아저씨의 목소리가 아득히 멀어지면서 

아무것도 들리지않고 내가 이곳에 정붙였던 시간들도 멀어지는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벗어나면 그의 마음이 좀 나아지길 바라면서 택시에 올랐는데

내 마음에 조그마한 돌이 생긴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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