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길리에서 먹는 저렴한 한끼

뜨는번화가의 무서운 물가



길리섬은 확실히 뜨고있다 

한국에서 방송된 윤식당때문이 아니다. 몇년전부터 급속도로 관광객 유입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정점을 찍지 못한듯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그래프를 실제로 눈으로 볼수있을만큼 뜨고있다


뜨고있는 곳을, 뜨는 시점에 방문하는것은 꽤나 기쁜일이다.

주변환경이 더러워지기 전이고, 각종 가게들은 최대한의 자본을 끌여들여서 가장 좋은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그마저도 서로 경쟁하기 바빠서 자장 멋지고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일들을 쉽게 구경할수 있기 때문에 눈요기거리만으로도 그곳에 머물러 있는것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물가는 행복하지않다

한국의 GDP는 그래도 높은편이기때문에 [비싸다] [비싸다]하고다닐일은 그다지 없지만, 그래도 장기간의 여행이 되고 이미 많은 소비를 하고난 시점의 배낭여행객 입장에서 이곳의 물가는 칭찬해줄수없다





Spagheti Bolognese  45k


바다거북을 만나고, 주변에 싸게 한끼 요기할만한것이 없을까 둘러보려는데 과묵한 선장이 나를 식당 한곳으로 데려갔다

언젠가 만났던 택시아저씨가 우리를 특정 식당으로 데려가면 본인은 그 식당에서 공짜로 식사할수 있다고 말했던것이 기억났다


인도네시아식의 [관광객을 상대로한 현지인들끼리의 상부상조]였는데, 돈이 오갈때도 있으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었기때문에 주로 현지인이 특정 식당을 추천하더라도 앞에서만 끄덕거릴뿐 실제로 그곳에서 식사하는일이 많지는 않았는데 [이것도 그건가?]하는 생각을 잠시 할때쯤 선장은 가게앞까지만 데려다주고 바로 사라졌다


메뉴판을 보고 가격을 확인하는데, 관광지 치고 정말 저렴한 편이라서 바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고, 바다앞의 뷰도 나쁘지않았다


말이없고 쉽게 이를 보이면서 환하게 웃지않는 현지인은 언제나 믿을만 하다






가볍게 먹으려던것이, 메뉴들이 싸서 이것저것 추가해서 시켜먹고 소화가 안될것을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배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선장과의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아서 길리섬을 둘러보고있었는데


나무그늘 아래에서 바나나잎에 싼 초라한 뭉꾸스(포장밥)를 먹고있는 선장을 발견했다

그도 나를 발견하자 갑자기 허겁지겁 볼에 밥을 쑤셔넣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천천히 먹고 약속한 시간에 만나자! 제발 천천히 먹어]

그가 체하기라도 할까봐 나도 다급해진 마음에 큰소리를 냈지만 내가 하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할까봐 두손바닥을 선장쪽으로 쫙 펴고 천천히 먹으라고 어설픈 시늉을 하자 그가 알아들었는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사실 나무그늘을 찾아서 좀 쉬고싶었는데

선장옆에 앉아있으면 그가 씹지도않고 밥을 삼켜버릴까봐 동행인의 손을 잡고 길리섬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리아파. 그치?] 동행인에게 말을 건넸더니 그도 끄덕거리면서 웃는다


하루종일 바다거북이를 따라 수영하고, 섬을 산책하듯 걸어다녀서 피곤에 지쳤는데, 자꾸만 선장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서로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면 더 좋았을텐데. 


영어를 못하는 선장이 [cheap] 한마디만 하고 사라진 식당이, 

이곳에서 물가가 쌀지언정, 현지인에게는 여러끼니와 바꿀만한 금액이라는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자국민들이 소비하기에도 큰 부담이 될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길리섬에서, 레스토랑의 주인은 열에 아홉 다 외국인이다

섬에서 3D에 해당하는 무거운 짐을 옮기고 육체노동을 하고있는이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현지인들 뿐이니 자국땅에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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