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붓 -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우붓, 깊은산속으로

번잡한곳을 떠나 



피로가 쌓일대로 쌓였다

더욱이 강도를 당한 다음날이기 때문에 피로도는 이루 말로할수 없을지경이었다

열세시간을 버스타고 이동하면서 기절하기도 했는데, 겨우 세시간넘게 이동하는데다가 택시라서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면서 넓은 좌석에, 마음써주는 친절한 택시기사까지 나쁠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문제는 내가 예약한 숙소를 찾을수가 없었다


깊은산속으로 한참을 들어가다가 아주 조그마한 비포장도로로 빠졌는데

으슥하고 진흙과 물웅덩이 땅 옆으로 우거진 수풀이 창문을 때려대는 깊숙한곳으로 차가 한참을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모든 짐을 다 내놓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곳으로 차가 향하고 있었다


이미 강도를 한번 만난 우리를 한번 더 털어먹겠다고 하더라도 내 심정은 

[그러던가 말던가. 다 가져가라. 어디 죽이시든가]같은 상태로 촥 가라앉아있었다


어차피 택시요금은 미리 합의하고 탔겠다. 주소를 건넸으니 언젠가 가다보면 나오겠지 싶어 

뒷자석에 머리를 기댄채로 우울한 시체의 형상이었는데, 동행인도 다를바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길을 찾지못하는 택시아저씨만 조바심이나서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면서 숙소의 위치를 묻고, 가다서서 표지판을 확인하기를 반복했는데, 내가 예약한 숙소가 우붓에서도 한시간정도 떨어진 깊은곳이라는것을 나는 알고있었다


택시아저씨의 입장에서는 겨우 어떻게 찾아 도착한곳에 이 우울한 인간들을 내려놓고 잽싸게 도망쳤을것이다

깊은산속 관리안된 수풀이 우거지는곳에 강도를 당한 침울한 한국인 둘.

아무리 좋은것을 이야기해줘도 [흐응.]하는 반응이더니 가는곳조차 음침하고 안내판도 제데로 없는곳이라니 재수옴붙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미리 아고다를 통해 이곳을 예약할때, 고민이 많았는데

[밖에 나가려면 교통비가 어마어마하게 깨진다. 주변에 아무것도없다. 최악이다] 라는 평가만 달려있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사람들만 모두가 10점만점에 10점을 주면서 

[진정한 평화를 찾을수 있다. 아주완벽하다]라고 칭찬일색이었다


엉망진창인곳에서 자본게 하루이틀도아닌데 뭐.

나는 이곳을 예약하고, 이곳까지 도착하면서 택시아저씨가 겪었을 [아무것도없는곳에 위치한 깊은산속 길찾기어려운]등의 수식어에 대한 리뷰는 이해했고, 방을 배정받았는데 [일본식 몇건물과 꽤 커다란 크기의 옛날식 유럽저택의 인테리어와 투숙객이 아무도없는 조용함]에서 일본인들의 평가또한 납득을 했다


호텔 여주인은 여동생과 둘이서 이곳을 운영하고있었는데 얼마나 소박하고 친절한지

그래 세상에서 떨어져서 조용히 쉴수는 있겠구나 싶었다





한눈에도 취향이 확실해보이는 여주인은 나름 지극정성으로 식사를 차려주고 

매일매일 치워도 치워도 정리되지않는 숙소의 잡초들을 정리하면서 지냈다


나는 남자 주먹만한 달팽이와 왕거미, 말벌, 숲속의 청설모인지 다람쥐인지 같은것들에게 둘러쌓여서 

이곳은 전쟁이 나도, 달팽이만 잡아먹고 살아도 꽤 오래 버틸수 있을것같다고 확신했다


마약상보다는 달팽이가 낫지. 경찰보다는 말벌이 나아. 관광지의 사람들은 왕거미같다고 생각했다

오랜시간 크고작은 일들이 생기면서, 사람들에게 치이고 속고, 학을떼다보니 정말 지쳤었나 보다


여행이 주는 잔잔한 기쁨도 멋지지만, 결국은 어디든 사람이 사는곳인것을.

부지대비 인구수가 적어야 여행자입장에서는 평온을 찾을수 있으니, 우리는 이곳에서 충분히 휴식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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