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발리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꾸따

명암이 공존하는 관광명소





번잡한곳은 싫어! 라고 말하면서도 시끄러운곳에 오면 가슴이 뛰고

아무것도할것이 없는곳이 지루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조용한곳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나는 나의 여행적 취향에 대해 모르겠다


다만 여행도 젊을때 해야된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것이

하루가 다르게 호불호가 강해진다는것이다


기진맥진하고 쉽게 지치는 몸을 가지고서 아무리 좋은것을 보고, 아무리 좋은것을 먹은들

행복의 시간이 오래가지 못하고 체력적으로 버거우면 세상 어떤것을 가져다놓아도 잠깐의 감흥일 뿐이리라





한참을 외진곳에서, 하루에 한번 버스가 지나다닐까 말까 하던곳에 머무르다가 꾸따에 도착하자 숨통이 트였다.

사실 발리는 두번째인데, 한번은 마우메레를 위한 환승점일 뿐이었으니 바다는 커녕 그저 잠만 자고 이동한 셈이었다


버거킹과 KFC와 스타벅스에 미니스톱편의점까지 보이는것을 보니 보통 번화가가 아니데

유명 프랜차이즈가 다 모여있다니. 인도네시아 체류비가 저렴하고 음식들도 싸서 좋았지만 이곳은 아니라는것을 간판만 봐도 알수있겠다


부키팅기 길거리를 제외하고는 택시보기가 힘들었는데 저 많은 택시를 보아하니 이곳에서 먹고자고생활은 편리할것이 확실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눈에 내가 타켓이 되었으면 되었지, 친구는 될수없겠구나 직감했다


 




배낭안에 챙겨온 옷 세벌로는 힘이들었었다.

오늘 쓸만한 옷들을 한가득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꾸따의 시장으로 향했는데

입구를 들어서면 시장앞에서부터 시장끝나는곳까지 각 가게의 주인들이 지나가는 관광객을 바라보고있다


아 역시 여기서는 내가 물주이거나 봉이거나 둘중하나겠구나


평소에 그토록 싫어하는 호객행위는 말할것도 없고, 특정 물건에 눈길을 2초 이상만 건네도 가게주인은 팔목을 잡기 시작한다

나는 배낭을 앞으로 돌려메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발리에 가면 서핑을 해야겠다고 마음속 깊이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동안

나는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기때문에 가슴속이 부풀어 올랐지만


허름한 미용실에서 레게머리를 망치는 바람에 내 기분은 저 깊은곳으로 가라앉았다


바닷가니까 비키니 위에 긴 나시하나만 걸치면 괜찮겠지 싶었던 애초의 계획도

쇼윈도에 비친 기름을 많이먹어 몰라보게 살이오르고 시꺼멓게 변한 돼지를 보자 즐거운 마음이 싹 가셨다


나는 죽어도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지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신없는 시내를 뚫고 겨우 도착한 꾸따의 비치는 인산인해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정신없고 복잡한 바다를 본적이 없었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마다 휴가철에 해운대한번을 가지않아던 내가 발리에서 처음찾은 바다가 해운대같은곳이다


그래도 서핑을 기초부터 배우려면 서핑스쿨이 많은 꾸따가 좋을것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나시를 동여매고 이왕이면 예쁜 서핑보드가 세워져있는 샵을 찾아 돌아다녔다






서핑기초교육을 받고 한시간도 바다에서 버티지못하고 곤죽이 된 우리는

매일매일 서핑만 즐기면서 이곳에서 서핑숙련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것을 바꿨다


내 하찮은 체력으로는 오래 서핑할수 없으니 대부분의 아까운 시간을 어떻게 써야 좋을지 

갑작스럽게 길고 많아진 하루의 시간을 생각하니 내 체력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있었는지 놀랍다


모래앞에 퍼져서 앉아있는동안

내가 과연 내일도 서핑을 하겠다고 이 바다를 나올까 싶어진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우쿨렐레나 배울까?] 하고 말하려다가

[너 기타도 손가락아파서 하루치고 말았잖아]라고 상대의 대답이 나올것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너 우쿨렐레 배울래?] 동행인이 말을건넨다

[아냐, 나 손가락아프다고 기타도 하다말았잖아] 머릿속으로 한번 이 대화가 지나갔던 나는 상대가 예쁘게 말해주는것이 고맙다

[이건 줄이 얇아서 괜찮아. 가격도 몇천원도 안하는데 어때서ㅡ]


여행지에서 확실히 나는 현실에서 벗어난 가벼운 사람으로 있을수있다는게 행복하다

뭐든 시도해볼수있고, 뭐든 그만둘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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