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푸쿽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진까우 즈엉동 야시장

우리가 후추보다 관심있는것들





동생은 진주귀걸이를 사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성게와 해물들을 먹겠다고, 오빠는 수영복을 사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동상이몽하듯 나이트마켓을 돌아다니면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필요한목록을 다 적어놓았다가 한번에 날잡고 장보는일이 우리에게는 쉽지않았다

20대 초반부터 번화가 살짝 외곽에 집을 얻어서 살기시작한것 때문이었을까

필요한것이 있으면 당일날 나가서 그 물건 하나만 사오는 식으로 생활습관이 길들어서

산책하듯 슬리퍼 신고 집앞에 나가 슈퍼에서 과자한봉지를 사들고 들어오듯 생필품을 사오는 날들이 많았고 

이곳에 나이트마켓이 있다는것을 알게된 뒤로 지도를 봐가면서 나이트마켓 번화가 살짝 외곽부분에 숙소를 잡았다


이거. 해외나가서도 집을 구하는 방법이 한국하고 다를바가 없다.

누구하나 화장하지도, 꾸지지도, 멋진옷을 입지도 않았다

셋다 [나갔다오자]고 말한뒤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넘겨만지고는 슬리퍼를 신고 푸꿕에서 가장 번화가인 이곳에 각자의 목적달성을 위해 산책하듯 나왔다






너무 초저녁부터 나온것인가. 사람은 없고 가게는 불을 켜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보면 이미 장사를 접은 새벽같지만

그것은 내가 시장입구에서 서서 [자 이제 사진을 찍어야지!]하고 카메라를 꺼내서 

엉성하게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제쯤 제데로 사진공부를 할지 모르겠다.

용산에서 호갱님이 되어 거의 신제품 가격을 내고  중고로 산 캐논50D 는 이제 생명을 다해가는데

나는 그동안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셔터만 눌렀을 뿐

[사진공부해야지, 사진공부해야지] 마음만 먹었을뿐 한게없었다


손바닥만한 카메라 설명서를 읽어보면서 [이게 조리개고. 이게 셔터스피고, 이게 ISO 인데 이 세개를 조합해서 최대한 좋은것을 내면된다]는것이 내가 아는 전부였는데, 단한번도 최대한 좋은 사진을 얻어본적이 없다






그래도 무슨 자존심인지 모르겠지만 [자동모드]나 [야경]에 놓고 찍지는 않는다

귀찮아서 후보정도 하지않는 나는 의지는 있지만 게으르다


진짜우 즈엉동 야시장이 여태 내가 보아왔던 다른 관광지의 나이트마켓과 다른 가장 큰 한가지 차이점을 꼽으라면,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이나 미국및 아프리카쪽 관광객은 없고 오직, 대부분, 거의, 98% 가까이 아시아인들 뿐이라는것이다


이런 관광지에는 와본적이 없다

베트남 정부가 관광지로서 한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아직은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대륙에 소문이 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푸쿽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는 달팽이요리다

프랑스에서 아주 비싸고 고급 음식으로 치는 에스카르고(달팽이요리)를 이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먹을수 있다


여기서 나의 마음은 갈등한다

나는 바닷가에서 파는 컵에 담긴 고동과 우렁된장국을 좋아한다 

하지만 소라를 먹지않는다

비싼음식을 싸게 먹을수 있지만 나는 달팽이를 먹고싶지 않다


우렁이나 고동이나 소라나 달팽이나 사실 거기서 거기인 사돈에 팔촌의 친척관계일지도 모르는데 눈딱 감고 먹을지 말지 고민스럽다

소라랑 달팽이가 너무 커서 징그러운것인지, 안먹어봐서 두려운것인지 모르겠는데, 가게앞에 저렇게 달팽이가 움직이는것을 보고난 뒤라서 못먹는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누가 하얀 달팽이 살을 얇게 슬라이스해서 접시위에 이미 올려버리고 [이건 달팽이요리야]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먹을수있을것같은데 저렇게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는것을 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주세요]하는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같다

치킨샐러드와 치킨은 먹어도 백숙을 못먹는 내 편식은 [식감이나 입맛에 의한 편식]이 아닌 [시각에 의한 편식]이고 이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동생과 오빠를 향해 어필한다







랍스터레 눈이 간것이 아니다

나는 성게에 꽂혔다


한국에서 성게를 먹어본적이 없는데, 이곳에 오면 성게를 꼭 먹어보라는 외국인들의 후기를 읽었었다

랍스터 옆에 반으로 까만껍질이 반으로 갈라져서 주황색 뭔가가 담겨있는것이 성게다


나는 나이트마켓의 모든 성게와 마주칠때마다 멈칫멈칫 발걸음을 멈추고 [저것을 먹어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저것은 움직이지도 않고, 아주 맛있단다. 이곳에서만 싼값으로 먹어볼수있다는 말을 주워들었으니 실천해야한다






동생은 작은 리어카에서 파는 진주를 볼때마다 그자리에 섰다

진주 반지와 진주 귀걸이를 살거라고 나에게 으시댔는데, [진주는 목걸이지!]라고 말해도 듣는척도 하지않는다


동생이 손가락으로 진주귀걸이 하나를 고르자, 가게주인이 그 진주를 라이터불에 지지기 시작한다

[뭐하는거야 나 그거 사려고했단말이야!] 동생이 발을 동동구르는데

[오. 플라스틱이 아니라 이거지?]하고 내가 말을꺼내자 가게주인은 입가에 웃음을 띄고 동생은 입꼬리가 귀에 걸리기 시작했다


몇천원 주고 산 진주가 진짜일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진짜가 얻어걸려 기쁜것인지

모양이 완전한 구가 아니고 작은사이즈라서 싸게 팔리는것인지

아니면 플라스틱에 불을 얼마나 오래 대고있어야 녹아 흐르는것인지 알수가 없다


귀걸이 하나에 5만동 / 한국돈으로 2,500원

나도 하나 구매했다. 집에가서 라이터로 오랫동안 지져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머니에 넣었다






오빠는 원하는 수영복을 찾을수가 없었다

한국식 츄리닝 반바지인데 아주 짧은 검은색 핫팬츠(쫄팬츠)같은 느낌의 수영복밖엔느 판매하질 않았다

이곳 남자들은 펑펑하고 그냥 당연스럽게 이런저런 무늬가 그려져있는 무릎살짝 위 길이의 아주 대중적인 수영복을 팔지않는다


마지못해 검은색 쫄 핫팬츠에 가까운 수영복을 사려고하는데 나와 동생이 극구말렸다

[그걸 입은꼴을 보고싶지않아]라고 차마 말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오비치에 갈건데 거긴 이름난 관광지니까 조금더 대중화스러운 수영복이 분명히 있을거야, 제발 거기서 사자]

나는 온갖 진심을 다해 말렸고 다행이 그는 포기했다







후추농장에 가서 사지못한 후추를, 이곳 시장에서 샀다

한사람당 한봉지 또는 두봉지를 각자 샀는데, 이 많은양의 후추를 모두 소비하려면 몇십년을 걸릴것같다

우리가 언제부터 현지 특산품을 샀다고, 후추봉지를 각자 개인마다 겨드랑이에 껴야 만족한단말인가


보통맛 / 매운맛 / 아주매운맛 후추가 있었는데

우리는 뭔가에 홀려서 아주매운맛 후추를 구매했다


각자 다른맛 후추를 샀으면 좋을텐데, 

스테이크에 후추를 뿌리면 후추맛이 음식을 다 버려버릴만큼 독하고 매워서 쓰지않았다

이곳에와서 먹은 음식에 들어간 아주 맛있었던 후추맛과 향은 아마도 보통맛의 후추였던것 같다

 




나와 동생은 목표를 달성했다

동생은 진주귀걸이를 5개나 사고, 나는 성게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성게 3개, 가리비한접시, 키조개관자꼬치 2개, 오징어 하나 구워주세요]

나는 열심히 고르고 주문했지만 식당주인은 메인메뉴는 없고 잡다한것들만 섞인데다가 한가득은 없고 [쪼금쪼금씩 주문하기는 없기]라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어가면서 큰 메뉴를 주문을 유도했다


[나 사실 다른 레스토랑에서 거하게 저녁을 먹고온거야. 가볍게 맥주하고싶어서 온건데 이렇게 주문이 불가능한거야?] 하고 되묻자 

갑자기 활짝 웃으면서 [되고말고!] 하더니, 흔퀘히 뷰가 좋은 자리로 안내한다

외국인에게 많이 팔아보려다가 안되자 그냥 현지인한테 팔듯이 다시 친절해진것같다


성게는 소문대로 아주 맛있었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어야할 가리비는 위에 뿌려놓은 견과류와 말린가쓰오부시같은것들이 식욕을 저하시켰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키조개 관자는 예상외로 맛이없었고, 베트남의 오징어는 정말 조그만한데 먹잘것이 없었다

그래도 시장 한가운데에서 지나다니는 인파를 구경하면서 맥주를 꼴짝거리는것이 행복했다






언제나처럼 동생은 쇼핑을 한가득 했다

나와 오빠는 후추만 한개씩 들고있었고, 각자 기분은 상당히 좋아져있었는데 

아마도 매일밤 이곳에 나와서 뭔가 깔짝거릴것 같다고 생각했다


의식주가 편한 번화가에서 가장 들락날락거림이 심한 오빠의 취향에 가장 적합한곳이 푸쿽에는 진까우의 즈엉동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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