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푸쿽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오징어 밤낚시배를 타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새우잡이배 말고, 오징어잡이 배





티니안에서 트롤링 낚시를 하지못해서인가

방콕에서 강 낚시를 그냥 지나쳐와서인가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서 낚시하는 일이 잦았던 만큼 

그자리에서 낚시하는 사람의 등만 보고 여러번 돌아서다보니 여행지에서의 낚시가 숙제처럼 밀려있었다

[언젠가 하긴 해야지. 그런데 나도 낚시를 좋아했던가?] 하고




밤 낚시배를 예약할때만해도 [이것을 정말 하는것이 맞는것인가]

배 어릴때부터 자주 타봤기때문에 스스로 잘 알고있다

페리나 그래도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2층의 배정도면 배멀미가 없지만

작은 통통배를 타게되면 꼭 배멀미 풍류는 커녕 몸이 혹사당할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사전에 내가 탈 배를 미리 볼수가 없어서

밤 낚시배를 타는것을 기대하고있는 동생과는 다르게

배에 탑승하기 전까지 나는 내가 탈 배의 크기에 온 관심이 쏠려있었다  


사오비치에서 출발할때 탔던 작은 통통배에 올랐을때,

[우려가 현실이 되었구나]싶어 눈을감고 조용히 생수병을 움켜쥐었다


가족들의 여행에 환자가되서 분위기를 깨지말아야지 싶어서

[마음을 평온하게. 마음을 평온하게]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마음속에서 배낚시는 이미 지웠다






다행이도, 통통배에서 큰 배로 갈아타고는 내 걱정은 씻었다

같이 탑승한 여러국적의 관광객들은 모두다 2층으로 올라가서 1층은 전세낸듯 쓸수있었다


바다와 배에 정말 익숙한 가족들,

다들 사진한장 찍지않고 조용히 노을을 담기 시작하는 바다를 기다린다






2층의 관광객들은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들 행복하고 들떠보이는것이 가끔 여행지에서 만나는 흥분된 사람들의 얼굴속에서 

여행이 익숙해져버려서 쉽게 상기되지않는 내 마음을 꺼내서 비교해볼때면

마냥 그들이부럽다


나는 조용히 오늘 낚시할 도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체크했다

낚시대를 이용하는것이 아니였구나.

연날릴때 연을 풀기 좋게 커다란 실패같은것에 줄을 감는것을 봤었는데 흡사하다

유속을 이용한 공갈낚시를 할것같다고 생각한것이, 낚시바늘이 민들레씨 윗부분처럼 동그랗고 빼곡하게 나있는데

미끼가 다시 빠지지않는 기능을 할 윗쪽의 삼지창모양이 없었다






저녁을 제공한다고했던것이 이것이었나

선실옆 세숫대야 세개에 담긴 조개류는 탑승객의 수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평소 평화주의자인 오빠는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데 조금 걱정스러운 양이다 


굴을 망채로 사서 숯불에 하나씩 까먹었던 경험들을 생각해보면..






배를정착하고 공갈찌를 바다에 던져서 실을 팽팽하게 유지했다가 감아올리기를 반복하면 된다는 간단명료한 설명이 끝나자마자 한적하던 1층배의 네 귀퉁이는 순식간에 사람으로 가득찼다


선장에 말에 따르면 배의 불빛을 보고 모여든 오징어들이 수많은 낚시바늘로 인해 어딘가 몸이 끼어서 딸려올라오게 될것이라는데 그럴리가. 주변에 우리배 한척만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오징어낚시를 위한 배들이 꽤나 따닥따닥 붙어있었고 밤바다는 낮처럼 환해서 딱히 우리배의 불빛을 보고 몰려들것같지 않았다


간을 보고 안될것같으면 빠르게 내려놓는것이 장점인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해물BBQ를 기대했다


배의 협소한 조리실에서 삶아온 조개류는 하나도 먹어보지 못했다

한 테이블당 여러나라에서 온 여행자들 9명씩 둘러앉아서

겨우 두접시위에 올려진 20개가 될까말까한 조개를 말하는것이라면 정말 하나도 먹지못했다


우리테이블은 사실 말없는 분노로 가득했는데

초반 저녁식사를 위해 빙 둘러앉을때만해도 상냥한 인사와 친절한 미소를 품고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각국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있었지만 우리테이블 한귀퉁이에 앉은 중국인 4인가족이 삶은 조개접시를 선장이 테이블 중간에 내려놓자 마자 자기가족들 코앞으로 접시를 끌고가서 한쪽팔로 접시를 가린채 본인먹고, 본인 와이프주고, 본인이 낳았을 자식둘을 허겁지겁 먹이느라고 철벽방어를 하고있었다





머쓱해진 베트남의 젊은 여자가 씁쓸한 웃음을 짓고, 초반 농담도 잘하고 유쾌했던 중년의 미국남자는 표정이 싹 굳은뒤로 팔짱을 끼고 불쾌한 얼굴을 한체 배에서 내릴때까지 단한마디도 하지않았다

친구들끼리 이곳에 온듯한 젊은 독일청년들도 입을 다물었다


[다 같이 먹는 음식인데 뭐하는짓이냐]고 그의 메너없음을 지적하고 불쾌함을 표출할지, 그래도 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가 팔로 가리고있는 접시를 테이블 중간에 끄집어와야할지 내 가족들까지 불쾌한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올동안 나는 손을들고 선장에게 [여기 음식이 두접시가 전부인가?]를 확인했다


[조개류는 그것이 전부다]라는 대답을 듣는 중국남자는 아무런 제스춰도 없이 남은 조개껍질을 까면서 손에 흘러내리는 육수를 쪽쪽 빨고있었는데, 사람이 먹는것이 꼴보기싫고 정떨어지는데다가 더러워보이는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던것같다


선장이 수저통을 그제서야 가져오고, 그 이후로 꺼내온 쌀죽과 새우와 누들볶음 역시 사람들이 서로 접시를 나눌동안

(그래. 수저젓가락이 모든 테이블에 놓이기도 전에 중국가족은 접시를 앞으로 땡겨가서 맨손으로 허겁지겁 두접시를 해치운것이다)

가장 먼저 국자를 손에 쥐고 4그릇에 죽을 퍼담아 본인들 앞에놓고, 젓가락으로 들어올릴수 있는 최대한의 누들을 집어들어서 본인입에 집어넣기 바쁜것 또한 그였다


배는 고픈데 밥맛이 떨어진(식욕이 없다는 표현과 다른의미로)사람들은 쉽게 젓가락을 들지않았다

국자로 죽을 퍼서 팔짱끼고있는 가장 화가 많이나 보이는 미국중년남자와 베트남 여자에게 먼저 [퍼니가이 어디갔나?]웃으면서 건내주었더니 잠시나마 다시 깔깔웃고는 [난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한마디 이후로 다시 말이 없어졌고, 두번째 나온 음식은 꽤 많은양이 남았음에도 다들 침묵했고, 나는 밥상머리교육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맛있게 식사하는소리와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가득했다

우리테이블만 제외하고.


우리 테이블의 사람들은 식사가 끝난 뒤 다시 이어지는 오징어낚시에도 참여하지않았다

욕을 먹을지언정 제가족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던 가장이나, 사람들의 언짢음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음식을 입안에 넣고 씹는 내내 눈치를 보면서도 먹는것을 멈추지않았던 와이프와 아이들에 대한 분노는 사실 빠르게 사라졌다


혐오당하는 와중에도 눈칫밥을 먹고있는 상황이 헛웃음이 나와서

빠른시간에 타인에게 미움을 사는게 가능하다는것이 놀라워서 

항상 몸가짐을 조심해야겠다는 조심성만 마음속에 깊이 깊이 심었다

 






오늘 오징어를 잡은사람은 0몀


얼마되지않는 돈으로 밤바다를 만끽할수 있었으니 스케줄은 나쁘지않았지만

여행은 언제나 합류하게 되는 사람들의 성향이 중요하다


작은 배에서 내려서 모래길을 걷기 시작하자 드디어 입을열고 분노를 터트리는 동생과

사람당 음식이 충분하지 않았고 설렁설렁 대충대충하는 시스템에 언짢아하는 오빠

그리고 괜히 오징어밤낚시일정을 찾아낸 나는 우울했다


직항이 없어서 베트남항공이나 중국항공을 통해서 경유해야만 올수있는 위치라서인지 유난히 중국인이 많았던 푸쿽에서 사실 한번쯤은 불쾌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것을 공항에서부터 느끼고있었다


베니스에서 만났던 20대 초반의 상냥하고 예뻤던 중국아이와,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만났던 20대후반의 지적이고 세련된 중국아가씨를 생각하면서 [은사람들만 기억해야지, 좋은 사람들만 기억해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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