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일본 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쓰루오카하치만구의 축제

상기된 얼굴, 북적거림속의 피사체




어릴때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같았던 람바 에니메이션속의 일본 축제풍경을 몇번이고 다시봤었나

인셉션같은 내용이었던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이해하기에는 나도 동생도 너무 어렸지만, 

매일매일 축제를 준비하는 어떤 여자의 꿈속 이야기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일본의 축제였었다


그 축제행렬이 신기해서 그 애니메이션이 무슨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또 보고, 또 보고 그랬었다


기모노로 갈아입고 오른쪽 귀에 큰 꽃삔을 꽂은 동생은 평소라면 다리가 아프다고 진작 미간을 찌뿌리고도 남았을 시간동안

한마디도 하지않고 조용히 축제를 구경했다

 




끝이 어딘지도 모를정도로 줄지어져 행렬하는 마차와 사람들을 구경하는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신기한일이었는지 알것같다


바로 머리위에서 내려찌는 햇빛도 하루종일 서있느라 분명 아픔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하지않았다

태국의 러이끄라통과 잇펭축제를 시작으로 다른나라의 축제에 관심이 많아진 동생은 눈이 빠져라 이날만을 기다렸을것이다


한 행렬이 지나갈때마다 바뀐 유카타를 입고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부대를 혹여 놓칠새라

묵묵히 동영상을 찍는 오빠와 동생을 바라본다






내게 있어서 축제가 언제있었을까

초등학교 운동회였을까. 

아니면 2002년 월드컵때였나


전시준비를 자주 했으니 타인의 눈에 축제처럼 보일만한 일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있었지만 일일 뿐이다

축제가 없는 나라인가, 아니면 남들은 다 즐기고 있는데 나만 축제가 없는 삶을 산것인가?






동행인들도 움직일 마음이 없어보이고, 

횡단보도 앞에 우두커니 서서 한시간이 넘게 축제행렬을 지켜보는데 


그럼에도 끝나지않은 행렬의 길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축제구경을 하다가는 이곳의 횡단보도앞에만 서있다가 오게될것 같았다





축제때 같이 전통의상을 입어줘야한다고 기어이 욕심부렸던 동생덕분에 좁은 보폭의 기모노를 입고 밑창이 평평한 게다까지 신은채로 걸어다니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혔는지 모르겠다


축제 행렬은 도로변으로, 구경꾼인 일반인들은 보도블럭위로 걷는데, 축제 관련된 사람인듯한 사람들이 자꾸만 와서 말을 걸었다


[너희는 축제행렬에 끼어서 같이 걸어가자 멋진기모노를 입고있네]






행렬에 끼었다가는 뭔가 가마도 같이 들어야할것같고


[아꾸리쟈자]인지 뭔지. 사실 한시간전부터 외치고있는 단어는 한개뿐인데

뭐라고 외치는지 모르겠는 단어도 같이 외쳐가면서 보폭도 맞춰야할 것 같은데 빠져나가기가 애매할것이다


[영차, 영차ㅡ]정도 되겠거니 싶지만 정중한 거절을 하고 인도로 빠져나왔다





축제행렬을 즐기는 사람들은 끝도없는 가마와 사람들의 사진을 찍다가도 기모노를 입고 인도를 걷는 우리를 향해 카메라를 돌렸는데..   축제의상인 유카타보다 기모노가 훨씬 화려하다


축제기간이라서 간식이 많을거라던 풍문은 들어 뭐하나, 

사방팔방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통에 간식하나 사먹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연못으로 향했다





나와는 달리, 모르는 사람의 카메라에 찍히건 말건 관심이 없는 동생은

고대로 입에 커다란 호빵을 넣고, 꼬치구이를 먹고, 아이스크림집을 기웃거리면서 길에서 만나는 모든 간식거리를 다 뱃속으로 집어넣을 기세였다





[다른건 몰라도 게다는 신는게 아니었어] 

후회가막심한 내가 찡찡대자 


[언니,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야 여기에 운동화를 신으면 안되지] 란다

아니. 애초에 기모노를 입고싶지않았지않냐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집어넣었다





긴 행렬을 추월해 드디어 입구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애초에 내가 골랐던 보라색 기모노는 동생의 애원하는 눈빛에 바로 넘겨줘버렸고

나는 예정에도 없던 붉은색꽃이 화려하게 그려진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 꽃까지 꽃고 촬영용 눈요기거리가 되어가면서 이곳을 돌아다니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동행인은 그딴것,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


여러나라 언어로 하루종일 동일한 질문을 받았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하는

허락을 구하기 전에 앞에 붙이는 이런저런 수식어는 다르더라도 도달하는 질문은 동일했다





동생이 그새를 못참고 또 다른 간식을 주문하는 동안 나도 더이상 참지못하고 간식을 한입 베어물었다


[나중에 기모노입은 여자가 엄청 크게 입벌리고 길거리음식먹는 사진 찍혀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거 아니냐]

고 깔깔 웃는데 포기하면 편하다고 했던가. 


어차피 사방팔방에서 이미 찍히고 있는 상황에 이왕 찍힐거 다음번에 이런일이 생기면 메이크업이라도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깔깔거리면서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미나모토 노 요리토모, 호조 마사코, 야 부사 메 사수, 가마, 반주등으로 진행한다던 축제는 이미 겐페이연못에 가기전에

마치거리(역부터 쓰루오카 하치만구)까지 음식점과 기념품가게가 즐비한곳을 지나가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줄 상상도 못했는데 덕분에 정전기춤 공연은 놓칠것 같았다


비운의 여성이 태풍을 불러 비가오게 춤을 준다는 내용에 이상한 가부키화장을 한 것과 길게 끌리는 의상을 보고싶었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중간에 촬영의 동의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잡혀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시간도 지체되고, 사람들이 없는 화장실 앞에 앉아 숨을돌렸다





어떻게 겨우겨우 도착한 겐페이연못.

겐지연못이 더 깨끗하다는 정보를 알고있었음에도 겐지연못은 가보지도 못했다


가마쿠라 쓰루오카하치만구의 어느 축제날,

다음번에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편한 차림으로 구경꾼이 되어 축제를 다시보고싶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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