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일본 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일본 기모노 체험

그토록 그녀가 원하던 시간







가끔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상대방은 나와 함께할 무언가의 계획에 들떠서 행복한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데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정당한 거절'을 위한 주절거림을 하고 싶어하거나 내 속내를 내비치고 싶은 마음이 꾸물꾸물 올라오기 시작할 때 나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티나지않게 매우 노력하는 편이다


[나는 말을 배운 적이 없다. 나는 말을 할 줄 모른다. 나는 벙어리다. 제발 아무말도 하지 말자]


내 마음속 노력과 싫은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입 다물기를 노력하고 있는 부질없는 다짐을 상대가 알 턱이 있나

내 헛된 노력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상대의 눈빛은 반짝거리고 희망에 가득차서 정말 가지않았으면 하는 방향으로까지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사쿠사에서 기모노를 빌려 입고 사람이 미어터진 곳을 종종 걸음으로 걷기도 힘든데 

예쁜 벛꽃나무 아래에서 기모노입은채로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게 말이 되냐!]

나는 결국 참지 못했다



이것은 예전에 본부장이 내게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속에서 축구선수가 슛을 쏜 공이 

골대를 뚫고나와 불꽃꼬리를 달고 유턴해서 

파이팅코리아라는 그래피티가 가득한 광고판을

뚫어버려서 벽돌파편이 사방팔방으로 튀는 것을 2D 일러스트로 표현해달라]

고 말했던것과 뭐가다른가?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싶은지조차 알수없는것들의 조합은 참 무섭다


하고싶은 모든것을 다 때려넣으면 본인 머릿속에서만 행복한거니까, 

무엇을 상상하든 본인 자유겠지만

왜 그 꿈을 실현해줄것이 나인가? 왜 나와 함께 해야하는가?


일본식 나막신을 신고 걸어다니는것은 상상만해도 발바닥이 아프다

봄 벚꽃이 한창일 무렵 가뜩이나 관광객으로 넘쳐나는곳에, 

그것도 주말에 기모노를 빌려입고 한시간을 모르는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하는것도 원치않는데


발디딜틈 없는곳에서 종종걸음으로 서서 도데체 어떤 사진을 찍고싶단말인가

그리고 아사쿠사에서 벚꽃구경이라니.. 하하하하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는 기모노가 입고싶지않다






결국 입밖에 터져나온 내 마음때문에, 

나는 기모노를 입고 싶지 않고

 

그것이 구도상, 위치상 상황상 말이 되지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네가 원하는것이니 

[너나 입어라, 나는 괜찮아]라고 수차례 이야기했으나 


만날때마다 기모노와 벚꽃축제와 관광지와 먹을거리와 셋팅에 대한 로망을 말하던

동생의 시무룩하게 내려간 입꼬리와 다문 입술에 그만 죄지은 기분이 되고말았다


[꼭 같이하고싶어서 자꾸 그러는 거라면 온천이나 료칸에 가면 유카타를 준다]고 회유했지만 

그녀는 입꼬리를 내리는척 했다가 다음번에 만나면 다시 슬그머니 원하는 바를 꺼내는 얍삽한 수를 꺼내곤 했다 


그녀의 버킷리스트는 [내가 싫어하는것 모음집]같은 느낌이었다


 

 




오빠는 영문도 모른채 [아 나도입는거야? 어쩌다가?]

한마디만 내뱉고는 일본여자에게 잡혀서 탈의실로 사라졌다가


[동그랗게 나온 배는 스모선수처럼 아주 스고이하다]는 칭찬을 들었다더니 

배에 플라스탁같은 동그란것을 대서 정말 커다란 배를 가진 남자가 되어 나왔다


나는 오빠의 동그랗게 인조적으로 튀어나온 배를 보면서 

실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싫은소리 하지않는 오빠는 묵묵히 그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기모노입은 남자는 보이질않네? 흑인한명밖에 못봤어]

정도가 그의 첫 컴플레인이자 마지막이었다


탈의실에서 나와 마주친 흑인남자에게 

먼저 입어본 선배로써 무언가를 조언해주고 있던데 

어딜가나 참 그답다고 생각했다


묵묵히 축제를 구경하고 질겨서 씹히지않는 소고기꼬치를 묵묵히 씹는동안

단체 프랑스인관광객들과 여러 나라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묻는다






사실 말을하고 찍으면 양반이고,

오늘 하루종일 누군가의 카메라에 담기고있다는것을 모를수가 없었다


축제 기간인 데다가 화려한 행렬도 많고, 자국인들도 많이 기모노를 입고있었는데

우리가 입은 싸구려 기모노가 자국인들의 파스텔톤이나 점잖은 분위기의 기모노보다 현란해서였나


동생은 시바견을 만날때마다 반가운척을 해대고, 

외국할아버지가방에 달린 인형과 아는체를 하면서

길에 보이는 새로운 간식이 보일때마다 지갑을 만지작거린다



 



결국 내가 타협한것인지, 그녀가 이긴것인지 모르겠지만ㅡ

(조금 덜 혼잡한) 가마쿠라에서 (벚꽃도있는 호수길 산책도 하면서) 그녀가 원하던 사진도 찍고

나와 오빠에게도 기모노를 입히는데 성공했다


내 예상대로 게다는 발바닥을 어마어마하게 아프게했고, 

모르는사람 앞에서 속옷차림으로 옷을 입는데만 꽤 오랜시간이 걸렸으며 

종종걸음으로 걸어야했지만 


사람이 덜 미어터지고 나름의 호수와 벚꽃도 있었다

(쓰고보니 동생은 정말 받아들여야 할 부분만 받아들여서 성공적인 딜을 채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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