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일본 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핏줄의 경계라는것은 어디까지일까

내 아버지와 알고지내던 그지만, 나와는 안면없는 사람인데

얼굴도 모르고 지내던 친척에게 받는 도움은 머쓱하고 한없이 죄송하고도 감사하다


귀화해서 20년전에 이미 일본인이 된 그는 완벽하게 일본에 자리잡았다

귀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지 내가 감히 생각해보는것은 얼마나 무례할것인가


하지만 나는 오래전, 자신의 종교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선생님에게 지적받던 내 친구가 더이상 한국에 살고있지않다는것이 자꾸 생각날때마다 사람에게 종교에 대한 믿음은 어떤것인가, 나와 다름을 사람들은 왜 인정하지 않는것인가를 종종 생각해야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오늘도 나를위해 시간을 내고 돕고있는 그는

어릴때 헤어진 내 친구와는 다르다

아주 성숙한 얼굴로 '어른다운 배려'를 매분, 매초 느끼게 하는 이 사람은 매 순간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가 고마움에 몸둘바를 모를때마다 그는 당연하다는듯이 말한다

[뭘 이런게 고마워. 당연한거지.]


그는, 내가 일본과 일을하면서 겪었던 [분쟁의 여지]에 대해 알고있었다

출장으로, 일본을 갈때마다 불편하고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내 마음도 알고있었다

[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런일을 겪는거야]


내가 일본에 대해 가지고있는 복잡미묘한 감정속에서도

앞을 알수없는 일의 진행과정 속에서도

매번 엉성하고 부족한 준비성 앞에서도 섵부른 조언이나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






원래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차나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했다는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싶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한없이 성숙한데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철없음이 느껴져서

어른스러운 어른이 된다는것이 어떤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상습범처럼 [돈만 있으면야 뭐 다 가능하지]라고 말하던 오빠의 이야기가 틀렸음을 배우고있다

태어났으니 살고있는것 같은, 생각없고 스트레스없는 인생을 추구하는 인간과 매일을 마주하다가

모든것을 다 계산하고 미리 준비하고 신경쓰는 인간을 만나니 갑자기 울컥해진다


생각하고 준비하면서 살지않는다면

사는대로 내가 사는 삶 안에서만 생각하게 된다



 



절대적 빈곤속에 있는 이가 내 꿈을 마냥 응원하고 축하해줄수만은 없다는것을 알고

내가 꿈을 위해 지불한 비용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했던 시간이 아프다


술에 취한 이유를 모를리가 없었다

[네가 쓰고있는 돈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으로 당연하게 필요해서 사용하는 비용은 아니라는 말이다]


배울만큼 배웠던 이였다.

그에게도 청춘이있었고 꿈이있었고, 그리고 또 나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가

악의는 없지만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있는 사람을 묻어놓을수 없는 나는 마음편치도 자유롭지도 못하다


일본에 있는 내내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은 대체로 그런 느낌이다

가지런하고, 잘 정돈되어있지만 마음편히 먹을수가 없었다

제데로 뭔가 얻어내지 못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한게 된다





언제부터였나, 매번 두려움을 떨어트리지 못하고있다

내가 잘 할수 있을지, 버텨낼수 있을지, 내 판단이 맞는지 


당돌하고 자신감 넘쳤던 20대의 나는 정말 다른사람이었던것 같다

모두가 기억하는 나는 그시점에 머물러있는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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