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본기 - 일본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퇴근시간, 오모이데요코초

상기된 얼굴이 좋아, 북적거림이 좋아




퇴근시간의 지는 해는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을만큼 빨라서

순식간이면 거리가 새까맣게 변했다


그럼에도 밤길을 무섭다고 느끼지않는 이유는 반작거리는 네온사인과 하루의 규칙에서 멀어진 해방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대부분을 치안이 확실히 안전한 나라에서 밤시간을 보냈기 때문인가

비로소 해가 저물 때 즈음에서야 긴 근로 시간에서 벗어날수 있는 나라에서 밤시간을 보냈기 때문인가

아무리 스스로 주의를 하고 타인에게 경고해도

해외에서 퇴근 시간의 밤길을 쏘다니는것을 포기하기란 어렵다

 





하루의 전시를 마치고 술 한잔을 마시겠다고 이 북적거리는 곳에 발을 내딛고도 전혀 투덜거림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퇴근하고나면 집앞 벚꽃나무길 아래 야외테이블에서 

눈처럼 떨이지는 벛꽃잎과 함께 닭꼬치에 맥주한잔을 마시기 시작했을때부터

이사를 하고 난 뒤로도 한주를 마감하고 금요일이 되면 양꼬치에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꼬치구이와 맥주는 인생을 조금더 만족스럽게 만들었다

  





퇴근시간이 사라져버렸던 긴 백수시절에도 나는 하루중 퇴근시간을 가장 기다렸다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이 되어야만 집에 에너지가 생긴다

그 시간이 되어야만 나도 꼭 다물었던 입술 사이로 말을 내밷기 시작했다


일할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라는 말은

그 외의 시간들에서는 스스로 만족감을 얻기 어렵다는것을 스스로에게 다시한번 확인시키는 

칭찬임에도 영원한 감옥같은 말이 아닐까






[어디든 좋아. 네가 원하는곳으로 들어가자]

나는 이 말을 상대방에게 던져놓고 한시간이 지나도록 기쁘게 기다린다


베네치아에서 한번, 인터라켄에서 한번, 카오산로드에서 한번, 펍스트리트에서 한번, 이말을 꺼냈던것같다


내 옆에있는사람이 가끔, 모든곳이 마음에 들어서 어디로 들어가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

난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아무곳이나 상관없는 내가 고르지 않고 굳이 시간을 허비하는것을 좋아했다


처음길로 돌아가서 다시한번 고민하고, 다시 길끝까지 걷는내내 고민하고, 다시 처음길로 돌아가는 바보같은짓을 상대방이 시작하면 나는 그 고민이 더없이 귀엽고 즐거워서 몇번이고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즐겼다


오늘도 그 시간이 왔다


오늘 하루 녹초가 되어있던 그는 이 거리가 맘에든게 분명했다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꼬치구이 냄새도. 북적북적하게 사람이 미어터질것같은 가게들도 모두 맘에들었다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눈빛이 확실하게 말하고있었다 

 




[그래. 여기가 좋은가?]

[난 정말 아무데나 괜찮으니까 가장 가고싶은곳으로 가]

[하아.. 여긴 튀김이 맛있을것같고... 저긴 꼬치구이를 기가막히게 하는것같은데..  저가게도 마음에 들고..]


그의 행복한 우유부단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입꼬리는 올라간다

쉽게 정할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곳에 서있다는것은 즐겁다


[너는 정말 아무데나 괜찮은거야?]

그 짧은 골목을 벌써 세번이나 왔다갔다 하고도 다시한번 확인한다


[응.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오래걸려도 되니까 차분히 골라]





쉽게 고르지 못한 그에게 [1차를 먹고 2차를 또 가면 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건네고서야 들어온 술집안.


긴 구운 꽁치를 젓가락질을 하지 못해서 가시 헤체 작업을 포기하고 양손으로 길게 잡고 바베큐처럼 뜯고있는 백인남자의 등 뒤로 좁디좁은 공간을 부딪혀가며 2층으로 올라온 뒤에야 비로서 한자리를 잡아 앉았다


[심야식당에서처럼 아저씨가 요리해주면 바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서 대화하면서 음식을 먹고싶었던거 아니야?]

나는 사실 그가 원하는 그림을 이미 알고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그가 시무룩해지지 않았을까 확인했다


[괜찮아.. 뭐]

그는 약간 시무룩해진것이 확실하다





이제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수 있는가 싶어진 나마비루를 한잔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남들은 뭘 먹고있는가 훓어본다

꼬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그가 이것저것을 시킨뒤, 나는 슬그머니 그의 만족도를 확인해본다


[응 뭐.. 괜찮아. 줄서있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그의 대답을 듣고, 나는 그가 시선을 오래꽂았던 술집의 1층자리에서 2차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섯종류가 다르다는것만 알겠다.


입으로 한조각 베어물더니 

[기가막히네 여기 정말 잘하는 집이구나. 집근처에도 이런집이 있으면 얼마나좋을까]

라고 쫑알거리는 그를 보면서 그새 만족감이 100% 충전되었다는게 흥미롭다


이제 그가 뭐라고 중얼거리는지는 내 관심사 밖이다

어차피 만족했다는거고, 얼마나 기가막힌지에 대해서만 내뱉을것이다


나의 타인의 대한 집중력은 매우 확실해서

상대방이 만족하기 전까지는 얼마든 기다려주고 흐뭇하게 지켜봐줄수 있지만

이미 만족한 대상을 확인하고 나면, 반은 흘려듣게 된다





내가시킨 접시도 도착했다

[정말 끝내주게 맛있구나]


하지만 나는 2차를 갈거야. 더이상의 주문은 없다


그는 이곳에 머무는동안 만족감이 이미 흘러넘치는 경지에 이르렀고, 

본인이 생각하던 그림까지 잊은듯했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주춤주춤하던 그와 다르게, 나는 빠르게 두번째 식당의 테이블 한가운데를 자리잡고 앉았다

바로앞에서 꼬치를 굽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그림이 완성되는 자리다


누가 나에게 부여한적도 없는 임무를 완수했다


내 옆자리의 뉴욕에서 온 백인커플은 꽤나 젊지만 부부같다

내물건에 관심을 보이면서 말을걸기에 내 일이고, 일때문에 이곳에 머물고있음을 간단히 이야기했는데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사진을 끝없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를 힐끔 보는데 그는 이 만남도 상관없고 만족스럽다는 표정이기에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7살이라고? 그게 어떻게 늙은거니!!! 7살이면 아주아주 아가란말이야!!]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에 비해 침을 흘리고, 조금 더 나이먹은 나의 고양이가 아직 아주아주 아가였구나

영양가는 없지만 유쾌한 대화가 이어진다





우리는 그녀가 2 BROKE GIRLS의 Max Black역할을 맡았던 Kat Dennings같다고 생각했다

[whaaaaaaaaat!?]

[no way!!!!!]


정말 깊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대화지만 확실히 젊고 호응의 정도가 어마어마한 친구를 만나게 되니 즐겁다

그녀의 남편은 오른편에 앉아있는 또다른 외국인들과 대화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녀는 남편과 등을지고 앉아서 우리와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을 깔깔거리다가

작별인사를 하고 손잡고 나가는 부부를 보면서


단순히 젊은 부부라고 생각했던 첫인상에서 꽤나 오래 사귀다가 결혼했을거라는 추측이 더해졌다






삼겹살구이만 몇번을 추가해서 먹었는지 모르겠다

술도 잔으로 추가해서 마시다가 아예 병을 통으로 주문했다

이제야 오늘이 시작되는구나!


깔짝깔짝 먹을수는 없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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