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호수건너 오로지 우리만

더할 나위 없이 안락한





여행중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낮선이들 덕분에 여행이 여행답다고 느끼다가도

어느순간 다른문화권의 다른 가치관과 교육을 받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온종일을 부딛기다보면

사람없는 조용한곳이 더없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곳에서 코끝을 찔러대는 음식냄새, 자동차냄새, 각종 악취들과 

타인의 입에서 나온 탁한 이산화탄소속에서 어질거릴때

나는 부온마투옷의 닥락지방에 있는 아주 큰 부온쿱 호수를 건넜다





호수가 얼마나 큰지, 바람에 출렁거리는 파도는 꽤나 무서웠다

작은 통통 나룻배를 타고 건너기에는 끝도없이 배가 출렁거렸고 배를타고 한참을 가도 예약한 숙소가 나오지않을정도로 부온쿱은 컸는데, 이곳이 수력 저수지로 이용되고 있다니 내가 알고있는 저수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부온마투옷 자체가 유명한 지명이 아니다보니 관광객이 거의 없다시피하는 지역인데 내가 머무는 숙소는 그 큰 호수를 건너야만 비로소 체크인을 할수 있으니 더이상의 스트레인저를 만날일은 없는셈이다


몇가구 되지않는 자연친화적인 호화로움속에서 매번 마주치는 사람은 이제 이웃이 될 뿐이다

그럼에도 운이 좋았던것일까, 우리가 배에서 내려 숙소에 도착할때 즈음에는 이곳을 떠나는 여행자가 있을 뿐, 리조트의 직원들 외에는 숙박을 하고있는 팀 자체가 없었으니 섬을 전세낸것과 다름없는 완벽한 휴양지였다






겨우 몇만원 더 비싼 통나무캐빈형 숙소가 있었음에도 나는 텐트를 골랐다

여행중에 나무집에서 머물렀던적은 몇번있었지만, 텐트는 처음이니까


나는 텐트에 조심스럽게 짐을 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베트남 글램핑에 만족했다

그동안 수많은 텐트형 숙소들을 보면서 고민하다가도 결국 예약하지않았던것은, 천장한가운데 겨우 달려있는 전구하나에 의지해야하는 조명, 딱 보기에도 낡고 삐걱거릴것같은 잠자리, 밤이면 사방팔방에서 달라들 모기와 곤충들, 비바람에 쓰러질 단단하지 못한 텐트. 그것이 다였기 때문이었다


꺼진곳없이 푹신한 매트리스와 직접조명외에도 정말 많은 스텐드및 간접조명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텐트앞 테라스와 샤워실과 화장실이 별도로 구분되어있는 깔끔한 구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베트남 부자들의 숨겨놓은 휴장지라더니, 충분히 이해할것같다






나의 아버지는 짐을 다 풀지도 않고 테라스에 앉아서 그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 좋구나]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로 나는 모든 임무를 다 끝낸 것 같은 만족감을 느꼈다


사실 이미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나는 그가 이미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더니 호수며 작은 꽃가지들이며 풀밭의 나무들을 찰칵찰칵 조용히 쉬지않고 찍어대는 것을 보면서 다른 여행지가 다 망하더라도 이곳이 그의 마음에 오래 남겠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나는 그에게 바나나나무에 달린 커다란 보라색 꽃을 보여주면서 어떤 나라에서는 남녀가 결혼할때 부케대신 낱개로 뜯지않은 큰 바나나 덩어리를 사용하는데 그 초록색 바나나가 다 익을때까지 행복한 신혼기간을 유지하라는 의미가 있다는 에피소드를 더해드렸다


그는 이 호수근처의 바나나나무를 볼때마다 멈춰서서 뒷짐을 지고 한참을 바라보곤했다


식사를 위해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레스토랑으로 갈때마다 무수한 나비와 사랑스러운 들꽃들을 지나쳐야했는데 한참 꿈속처럼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을 만끽하던 아버지는 이런곳에 벌통을 놓으면 자연양봉이 아니겠느냐면서 만족도가 올라갈수록 이 장소를 생업의 연장선이 가능한 완벽한 곳으로 믿었다






매 끼니의 식사는 얼마나 완벽했는가.


베트남의 찰기없는 쌀을 매끼니 먹다가 대나무 사이에 쪄낸 쌀은 한국밥과 동일하게 찰기가 흘러넘치자 그는 먹고 남긴 밥을 매번 포장해가고싶어했고, 오리구이며 생선탕은 더없이 완벽했고 다른 밑반찬들도 꽤나 맛있어서 이정도면 그렇게 많은것들을 고심하면서 준비했던 가족여행을 넘어서 베트남 효도관광이 된것같았다







우리는 모두 일찍 잠을 이루지 못했다


텐트 방충망 사이로 날라드는 곤충과 모기가 신기하게도 한마리도 없었던것은 호수주변의 바람이 계속 불어대기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만족감에 오늘이 가는것이 아쉬워서 그는 새벽까지 혼자 테라스에 앉아 오리고기에 자작 술잔을 기울이고

나와 동생은 가로등하나 없는 이곳이야말로 별사진을 찍기에 아주 완벽한 곳임을 확신해서 숙소아래로 한참 내려가 유일하게 불이켜진 텐트앞 테라스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그를 향해 핸드폰 불빛으로 손을 흔들면서 한참을 새벽별사진을 찍었다


삼각대없지만 느린 셔터스피드를 감당하기위해 돌맹이를 모아 겨우 고정시키는데 한시간,

사진몇장을 찍는데 훌쩍 지나가버린 몇시간,


그렇게 새벽이 다 지나고 우리는 아침이 되어서야 잠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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