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임실코스 등반을 하고왔어요

전 겨울산을 좋아해서 눈 덮인 산을 볼 생각으로 두근거렸죠







아이젠에 스패치에 귀마개에 장갑 목도리 등산화,

꼼꼼하게 준비하고 왔어도 그 고불거리는 경사로를 오를때는 코가 얼얼했어요








산길옆으로 조그마한 길이 나있길래 가보니 눈으로 이글루를 만들어 놓았네요

얼음을 만들어서 조각을 하고 계시는 분이 계셨는데 

먼저 인사드리니 둘러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텐트를 치고 글램핑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들어오라고 선뜻 초대해주셔서 머뭇거리다가 텐트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텐트안에는 난로에 불을 지펴서 전체적으로 따뜻했습니다.

겨울 한라산이 너무 춥기도 했지만 안쪽이 이정도로 아늑하고 따뜻할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물으시더니

음악을 선뜻 틀어주시고 난로위에 물을 올렸어요


선뜻 따라들어가도 되나 싶어서 조심스러웠는데 따뜻한 난로에서 불을 쬐면서 기대앉아서

음악까지 듣고있으니 호의를 이렇게 초반에 고민했던 상황이 한심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천장에는 각종 약재와 버섯이 망에 걸려있고

미니 조명이 달려있어요






바구니와 테이블 위에는 각종 버섯들이 한가득 담겨있었어요

글램핑하고 계시는 분의 말씀에 의하면 잔나비걸상버섯하고 영지버섯 등 다양한 버섯이라네요


사이즈는 냉장고 문짝 반정도로 큰것부터 가장 작은것이래도 사람 머리보다는 큰 정도였어요







아주 작은것은 이렇게 양파망에 말리고 계시네요

텐트안이 정말 넓기도 하지만 정리도 잘 되어있고 좋은냄새가 가득 납니다






두리번거리는동안 한곡의 음악이 끝나가고

물이 끓어서 겨우살이 차를 대접받았습니다.






15미터 정도의 나무 위의 겨우살이를 직접 채취하시고

빙벽을 타고 오르는 이야기, 화이트아웃을 겪으신 이야기, 한라산은 원정을 가기전 스트레칭 정도의 단계라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이분이 그냥 단순히 글램핑을 하는 분이 아닌 산악인인건가. 이런저런 궁금증이 스물스물 올라오다가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결국 아저씨는 껄껄껄 웃으시더니

"너는 진짜 내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하아.. 모르겠어요. 답답해 미칠지경입니다






텐트를 빙 둘러싸인 각종 소주, 와인 가릴것없이 나열된 빈 병들은 손님들이 들고 온 술인것 같아요

잠깐 이곳에 글램핑 하고 계시는 아저씨의 숙박 기간으로는 도저히 혼자 들고 나르기 불가능한 양의 병들입니다


텐트 안으로 들어온 뒤로 왜인지 모르게 줄곧 운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증에 궁금증만 커져가고있습니다








초대받은것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도 그렇고,

아저씨의 인생관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남기고싶었지만 한사코 거절하시는 통에 사진을 얻지 못했습니다


찍고나서 한소리 들을껄 하는 마음도 살짝 있긴했지만, 전 그런 센스는 부족한 사람이니까 :)






푹 쉬고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라는 말씀과 함께 자리에서 아저씨는 일어나셨습니다

저는 한참을 둘러보고, 혼자 들떠서 사진도 찍어대다가 밖으로 나와서 아쉬운 인사를 드렸어요






여행에서 생각치도 못한 초대를 받거나, 뜻밖의 인연이 닿는것은 정말 행운 그 자체였습니다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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