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길거리 쌀국수
[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베트남 길거리 아침식사 쌀국수
노상 조식의 매력
이른 새벽 잠에서 덜깬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눈을 비비적거리고 있는 동안
아버지는 새벽담배를 태우기위해 숙소앞으로 나가셨다가 슬그머니 숙소주변을 한바퀴 돌고오신 모양이다
시각장애1급의 나이드신 아버지와 해외여행을 한다는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것인가,
여행전부터 여행하고있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고민이 많고 걱정거리가 많은 나와 다르게 그는 이미 이 주변 근방을 혼자서 훓었고 아침식사할곳까지 정했다
[요 앞에 네가 예전에 말했던 길에서 아침을 파는 그런것이 있더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쌀국수인거같던데]
안내하고 부양하고 시중들고 수발들고 보호하고 감독 해야 할 내게
위치와 메뉴까지 안내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자 피긋이 웃음이 나온 나는 말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뭔가 행복해요]
적정량 이상의 육식을 하게되면 온 몸에 급성 알러지가 생겨서 응급실로 가야하는 아버지에게 고깃국물에 말린 국수가 가당키나 한일인가 나는 매번 의심스러웠지만 언제나 [괜찮아, 괜찮아]를 입에 달고 사시는 아버지는 이번에도 괜찮단다
나는 배낭에 한가득 챙겨온 응급약들을 떠올리면서 주저할동안
[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도 괜찮아, 쌀국수도 한국에서 이미 여러번 먹었는데 한번도 탈이난적 없었다]
하시면서 언제나처럼 복스럽고 참 단정하게 식사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어쩌면 내가 걱정하고 고민했던 많은것들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안도감이, 마음속 깊은곳에 콩나물 한가닥만하게 쑥 하고 올라왔다
어느순간부터였나, 나는 스스로 보호자이자 부양인으로 자리했다
정작 같이살지도 못하고 그가 나에게 의지하거나 기대려는 일말의 틈조차도 만들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있으면서도
내 마음은 언제나 가장이고, 내가 책임지고 안고가야할 사람들이라는것을 믿어서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그는 어떤 순간에도 본인이 가장이고 딸자식들의 부양인임을 잊지않았다
한순간도 기대지 않고, 여러차례 부러질지언정 꿋꿋하게 서있으려고 노력하는 그는 타지에서도 나의 케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도, 나도 CAREGIVER로의 입장이라니, 서로가 굳이 지지않아도 될 무게를 자청해서 지고있는것이나 다름없다
가끔 피치못하게 내게 의지하고 내게 미안해하는 순간순간들이 종종 찾아오지만
내 아버지는 아마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가장으로서 자식들의 부양인을 내려놓지 않으실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