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밤거리를 걷는다는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아주예전 어리고 철 없을 적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에 도착했을때 너무 들뜨고 설레여서 바로 잠들수 없었던 나는 안전에 대한 쥐꼬리만큼의 고민도 해보지 않은채 묶고있던 숙소앞을 나와서 인적이 하나도 없는 골목길을 지나 차조차도 뜸한 시간대에 늦은시간까지 운영하는 소탈한 가게에서 500엔 근처였였을 오차즈케를 사먹고 물길을 따라 한없이 거닐다가 조금 특별한 외형을 가진 건물앞 벤치에서 새벽시간을 혼자 만끽했었다.그 건물은 일본경찰서였다 :D


그땐 설레이기도하고 아무 생각없이 했던 행동이지만, 한국시간 기준으로 늦게까지 밤거리를 돌아다닌다는것이 나이먹고나니 이제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치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에서의 번화한 밤거리를 거닐어보고싶어도 혼자하는 여행에서의 조심성과 용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잠드는게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또 생각보다 해외에서의 밤문화는 한국에 비해 너무 이른시간에 막을 내린다. 새벽시간까지 술집에서 잔을 채우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영업시간을 가진 해외의 술집이 얼마나 될것같은가. 그래서 이제 여행지에서 습관처럼 생긴 버릇은 첫날 간단한 간식거리와 다양한 주류들을 간단히 구매해서 호텔방구석에서 혼자 맛보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것이었다


그런데 이번편의 일본여행에서 항상 아쉽기만 하던 기회를 드디어 잡았다. 네명이서 함께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술은 둘째치고서라도 밤거리를 양껏 배회해볼수 있을 상황이 마련된것이다. 혼자있다고 사고나고 넷이있다고 사고가 비켜가지는 않겠지만.




 

환락의 거리 나카스


| 늦은시간의 나카스 대로변 네온사인과 택시


현지인들로 항상 북적거리는 나카스는 주점이 많다보니 낮보다 밤거리가 유명하고 나름대로 번화가 다운 구색을 갖추고있다. 늦은시간까지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네온사인들이나 쉴새없이 왔다갔다하는 택시와 말소리, 음악소리등과 가게앞에 걸려있는 홍보 엑스베너나 술안주메뉴등 먹자골목과 대학로 인근 골목풍경들처럼 밤거리가 제법 유혹스럽다.


재미있는점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팜플렛같은것을 나누어주는데 우리나라에서의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나누어주는 나이트, 부킹, 클럽, 마사지, 조건만남등의 조잡한 명함사이즈의 인쇄물과는 달리 디테일한 호스티스&호스트의 얼굴과 프로필등을 빼곡하게 잘 정리해서 유포한다는 것이다. 남녀 가릴것없이 고스란히 화류계의 모델처럼 프로필사진이 정렬된 점도 신기하기만 하다. 호객행위를 하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신기했던것은 아마 문화차이였을 것이다. 


일본 최고의 환락가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것은 아니구나 싶은것이 굉장하다 싶을만큼 (성별 가릴것없이)튀는 헤어,옷차림을 하고있는 사람들이 많고 어두운색 정장을 입은 등치좋은 사람들이 종종 보여서 유흥가거리가 맞구나 싶어지는것이다. 보통 10시만 되도 영업시간이 끝났다면서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계속 사과하면서 나가줄것을 부탁하는 일반 술집들에 비해 새벽 한시가 지나도 네온사인이 꺼지지 않고 영업이 계속되는것은 환락가로의 유입과 매출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덕분에 화려한 밤거리를 눈에 많이 담아보고싶었는데 충분히 늦은시간까지 영업하는 나카스의 밤을 양껏 구경했던것 같다.




포장마차가 줄지어진 야타이거리 나카스


|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 나카스 야타이거리


앞서언급했던 부분이 일본최대의 환락가로 소문난 나카스에 대한 구경이었다면, 그에 못지않게 여행객들이 나카스를 찾는 또다른 이유 나카스의 포장마차 거리 풍경이다. 노점에서 소주한잔 기울이는 풍경은 참 매력적이다. 들여온 BAR문화와 가장 흡사한것이 포장마차같은 느낌이 드는것은 내 기분탓일까.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가 가능하고 주인을 둘러앉은 형태로 영업하는 방식과 작고 아담한 공간 안에서의 분위기가 매력적인 구멍술가게 포장마차거리가 나카스에 있다


일본에서는 포장마차를 야타이라고 부르는데 길따라 한줄로 가지런히 줄지어진 포장마차에는 라멘, 꼬치, 튀김등의 메뉴들이 있고 특이한점은 1인당 1접씨를 주문하는것이 룰이다. 2차나 3차로 거나하게 배부른 상태에서 야타이로 이동했다고 해도 이곳의 문화가 그렇다니 모르는 상태로 들어가서 관광객이기 때문인가 라고 오해하는, 그리고 메너없는 손님으로 오해받는 상황도 생길 수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다. 또 한가지, 술이 아사히 맥주로 한정되어있어서 다른 술을 맛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다른 야타이에서도 동일한지 알수없지만 아사히는 한국에서도 너무 익숙하고 별다를게 없는 술이라서 일본의 다른 술을 맛보고싶었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던 느낌이





| 잘 정돈된 포장마차와 깨끗한 인도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라는 명사를 일본홍보유치에 사용하는 일본을 보면서 몇개 되지도않는 포장마차 노점을 관광객 유치에 사용하고 상권에 이용하는데 우리나라 포장마차는 불법으로 정리해버리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가 아니면 가능하다지만 그 말이 본인 건물에서 장사를 하거나 건물임대, 혹은 타인건물 앞에서 뿐인데 누가 허가를 내주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유명한 거리 여행을 할때 독산동 우시장 거리를 한번 방문했다가 악취와 오물, 가게에서 인도까지 침범해 사람 걸어다닐 자리없이 나와 내장을 씻고 평상까지 만들어서 쉬는 가게 주인이나 제물포의 길거리에 노점상을 여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사실상 길이 좁아져 통행이 불편하고, 각종 냄새와 생선, 조개, 야채껍질 쓰레기등으로 인상을 찌뿌리게 만드는 사람들의 문제도 노점상권이 예쁘게 자리잡기 어렵게 하는 요소들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소소한것을 잘 살리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다

 



나카스의 밤 거리


| 나카스의 어떤 밤문화를 즐길것인가


저녁이 되면 강변을 따라 포장마차가 나카스 강변에 줄지어 불을 켜고, 화려한 야경과 네온빛이 강물위를 비추고 활기를 띄는 나카스.

일본의 밤얼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2가지 풍경의 그림색이 너무 달라 찾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다른 관광지가 될 것 같은 곳이다. 라멘이나 꼬지를 안주삼아 시키고 아사히맥주와 함께 야타히에서의 분위기를 맛볼수도 있을것이고 일본 최고의 환락가라는 명칭을 확인하고 오는 여행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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