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자의 후기와 사인및 사진이 빼곡한 가게의 내부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을 둘러보고 미관지구로 넘어가면서 매우 허기진 상태였던 나는 들어갈만한 식당을 찾고있었다. 하나비 축제기간에 방문했던 탓에 길거리에는 간이식 하얀 부스를 낸 노점상등이 즐비했고 길거리에서 막을만한 야끼소바와 타코야끼, 미니사이즈의 오코노미야끼등 길거리엔 맛있는 냄새로 허기짐을 버티면서 관광아닌 관광을 하다보니 뱃속이 요동쳤고 점심식사가 시급했다. 어설프게 길거리에서 이것저것 집어먹는것으로 아침부터 굶주린 텅빈 배를 채우고싶지 않았던 나는 크게 비싸지 않은 선에서 배를 채울 수 있을만한 식당을 고민하고있었다


어쩐지 입구가 넓고 신식건물에 반짝반짝 거리면 일본답지 않은것같은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걷다보니 소박한 외관을 가진 사이즈의 가게가 눈에 들어왔고 몇개되지 않는 테이블이 놓인 이 식당에 들어와 철판이 놓인 앞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허름하고 연식이 되보이는 건물 내외관과 별개로 눈에 들어오는것은 액자가 빼곡한 사진과 종이에 다녀갔다는 아마도 유명인들의 흔적일 사인들이었다. 우연히 들어온 가게에 영어나 한국어로 된 흔적은 없이 오직 자국어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뒤의 발자취와 사진들을 명예훈장처럼 벽면을 빼곡히 채워놓은 가게를 보고 현지에서 유명한 가게에 방문했구나 싶어 기쁘고 들뜬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일본의 검색사이트에 올라온 가게의 음식사진


| 이곳에서 식사한 현지 일본인들의 사진과 반응


그렇다면 이집에서 유명한것은 무엇인가, 뭘 먹어야 맛있는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네이버와 다음을 검색하는데 단 한건의 포스팅도 나오지 않는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고, 가게정보나 사진도 한건없는걸로 보아 한국인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듯한 가게인가.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일본내에서는 꽤 유명한 맛집인듯 싶다. 야후재팬등 일본 검색사이트에는 심심치 않게 가게를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와 식당정보가 나와있었다


장충동 하면 왕족발이 생각나듯 오코노미야끼의 본고장인 히로시마에서 요리수행을 한 점주가 직접 만드는 집으로 히로시마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철판을 포함한 모든 물품을 히로시마에서 들여왔고 세토나이카이의 문어와 오카야마 현에서 생산된 계란등 최고급 식재료를 엄선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맛있다"라고 말할수 있을만큼의 오코노미야끼를 만들어준다는 내용이고, 의역이 조금 애매하지만 소박한 공간에서의 북적북적한 추억의 장소같은 느낌의 인테리어라는 소개가 실려있다


위 사진은 식당을 이용한 일반인들이 식사전 요리를 직접 찍어 올린 사진이라니, 일본내에서도 맛집에 가서 음식을 먹기전 촬영해서 정보를 꽤나 공유하는구나 싶다 



히로시마에서 들여왔다는 철판과 주방기기를 갖춘 조리실의 모습


| 소담한 사이즈의 주방과 테이블이 이어져있는 가게


부엌에 몰래 들어가서 촬영한 사진이 아니다. 철판앞에는 바로 식사테이블이 붙어있고 조리해주시는것을 바로 눈으로 보면서 기다릴 수 있게 되어있는데 좀전에 사람이 왔다가서 조리한 흔적이 남아있고 아직 치워지기 전인듯 싶었다. 오래된 가게이기 때문인지 첫인상에 깔끔하다는 느낌은 받을수 없지만 하나하나 꼼꼼히 보다보면 그래도 하나하나 다 열맞춰져 위치를 잡고있는것이 정리가 습관이 되어있는 일본가게 답다는 느낌이다







| 철판위에 올려진 오코노미야끼 식재료들


주문을 하자 철판위에 양배추와 스위트콘, 숙주나물, 얇게썬 돼지고기등을 올리고 조리를 시작한다. 히로시마에서 수행한 점주의 화려한 불쑈같은 묘기는 없다. 투박한 손으로 차분히 요리하는 모습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드 심야식당에 나오는 퇴근후 직장인이 맛있는 소박한 가게를 찾아가서 요리를 기대할때의 분위기처럼 차분하다


일본사람들은 다 친절할것이라는 오해와 편견은 일본을 그렇게 왔다갔다해도 바뀌지 않는다. 말이없고 조금 무뚝뚝한 사람을 만나도 몸에 배어있는 예의나 잦은 고개숙임과 손짓등 특유의 행동때문인걸까. 입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하는 말이지만 이곳 가게주인은 친절한 느낌보다는 어쩐지 히어로의 술집 아루요 한마디만 할줄 아는 아저씨같은 무뚝뚝한 느낌이다. 



히로시마풍의 오코노미야끼


| 먹음직스럽게 윤기가 흐르는 반숙의 오코노미야끼


완성된 오꼬노미야끼는 한국에와서도 몇번이고 비슷하게 따라해먹어봤을만큼 간간히 생각나는 메뉴였다. 파스타면에 차돌박이와 양배추 쯔유와 계란등을 비슷하게 넣고 조리과정을 지켜봤으니 흡사한 맛을 낼수 있겠지 싶었는데 항상 비슷하지 않았고 히로시마에서 가지고 온 철판이 있어야했다고 웃으면서 핑계대지만 꽤 먹을만한 맛있는 한끼였다


명예훈장같은 식당의 벽 빼곡한 액자만큼 주인의 요리에 자부심이 있어보였다. 우선 야끼소바를 한 저금 입에 넣어 먹어보고, 다음에는 야끼소바와 소스를 먹어보고, 그다음엔 후라이와 함께 세번 맛을 즐기고 음미하면서 먹어보라는 가게주인의 역주문도 충실히 이행하면서 식사했다. 반숙 계란후라이가 면으로 흘러내리면서 소스와 섞이는것은 참 고소하고 맛있다 싶어 몇번 씹지도 않고 자꾸 삼켜버리게 되었다



이 가게의 자신있는 메뉴 카레


| 걸죽한 느낌의 인기 메뉴 카레


받고서 조금 의아했던 당근,감자,버섯,고기같은 덩어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카레. 카레에도 숙주가 들어가있다. 양배추와 오믈렛형식의 계란을 반찬삼아 카레소스와 함께 비벼먹는 느낌으로 식사했다. 데코레이션이 화려한 음식들에 익숙해져있다가 일본 가정식같은 소담하고 수북한 한접씨를 보고 조금 당황했지만 볼륨감있는 계란에 소스가 먹을만했다.


달달하기도 하고, 살짝 매콤한 느낌도 있는데, 무난하게 배채우기에도 좋고 가격대에 비해 맛도 훌륭했던 느낌이다. 우연이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큰 소득을 본것같은 식사로 다음번 오카야마 여행에 다시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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