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리아나제도로 여행지로 잡고 다녀오겠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하고 떠날때, 우스겟소리로 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에도 인천공항에 꽃들고 나타나는 건가요?" 라고. 특별히 꽃을 좋아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여행하면서 돌아올때면 항상, 어쩌다보니 손에 말린 꽃송이나 꽃다발을 들고 귀국하고는 했다. 메모노트 사이에 접힌채 말려있는 꽃들이 책장을 넘기다가 불쑥, 이사할때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데 주섬주섬 별생각없이 주워 꽂아놓고 잊어버리다가 갑자기 이렇게 마주하는 기억도 참 좋은것 같다


체코를 여행할때 받은 꽃다발을 들고 나올때나, 일본에서 조금 독특한 조화를 보고 무심결에 샀다가 기내에 꽃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고 식물을 들고 탈수 없다는것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그 이후로 꽃다발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보면 메모노트나 책갈피 사이에 한두송이씩 말라있는것이 내 손버릇이 꽃 앞에서는 그렇게 좋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이판을 붉게 물들이는 4월의 불꽃나무와 문화축제


| ANNUAL FLAME TREE ARTS FESTIVAL  사이판불꽃나무문화축제


매년 4~5월이 되면 사이판 도로 양옆으로는 불꽃나무가 붉게 꽃을 피워서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 가로수가 은행나무로 가을이 되면 도로 양쪽길을 노랗게 물들이듯이 사이판은 붉은빛으로 변해 장관이라 붉은 가로수를 보는게 낮선 여행객은 나무이름을 물어보게될것이고 이 시기에 사이판을 방문했다면 불꽃나무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사이판에서는 불꽃나무가 아름아름 꽃을 피워갈때 즈음이면 항상 불꽃나무 축제가 열린다. 정확한 명칭은 ANNUAL FLAME TREE ARTS FESTIVAL (불꽃나무문화축제)로 원주민 댄스와 다양한 공연을 하면서 사이판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야시장처럼 맛볼 수 있는 축제로 마이크로네시아에서 가장 큰 아트축제로 사이판과 로타, 괌 등 태평양 여러 섬 출신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이는데 플레임트리(flame tree : 불꽃나무)의 꽃이 필 무렵 열리는 축제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길가에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그래피티와 다양한 전시들을 구경했던 기억때문인가 광주의 레드페스타 축제(Red Festa)가 언듯 생각나기도 했다. 월드리조트 바로 인근의 행사장이 있다.




절벽위에서만 피는 슬픈 꽃 하프플라워


| 하프플라워


티니안섬의 블로우홀을 보고 돌아가려던 찰나 갑자기 차가 퍼져서 두시간 가까이 절망했던 적이 있었다.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과 유난히도 거센 파도 덕분에 카메라 셔터몇번 눌렀을 뿐인데 머릿카락은 엉망진창으로 엉켰고 옷도 젖은 상태에서 망연자실 앉아있다가 산호초 절벽위에서 발견한 꽃.

꽃 자체는 한 줄기에서 둘로 꽃이 반씩 나뉘어진 형태의 꽃으로 두개의 꽃을 하나로 붙여야 온전한 형태를 보이는 이 꽃은 '꽃한송이'라는 말이 좀처럼 애매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이 꽃의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절망적이다. 정말 사랑하는 커플이 있었는데 양가의 반대에 못이겨 절벽에서 영원한 사랑을 서로 맹세한 후 절벽에서 함께 뛰어내리는 동반자살을 선택했다. 그들의 시체를 찾고나니 절벽의 험한 바위로 인해 몸이나 팔다리는 훼손되어 떨어졌지만 사후에라도 함께하자는 의미였는지 서로의 머리카락을 땋아 엮여있어서 머리가 같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이 하트플라워라는 얇은 줄기에 머리가 둘 달린 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이 꽃은 두 머리를 서로 마주보게 합쳐줘야 하나의 꽃모양이 완성되고, 절벽위에서만 피는 꽃이라니 스토리를 알고나면 참 씁쓸한 꽃이 아닐 수 없다. 꽃에는 언제나 꽃말이 있고, 그 꽃말과 어울리는 전설이 있듯 이 하프플라워는 '영원한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휴양지에서 한번쯤은 모든 여자들이 머리에 꽂아보는 꽃 플루메리아


| 기분좋은 하루의 시작 플루메리아


휴양지 하면 떠오르는 꽃 플루메리아. 휴양지에가서 여자라면 한번쯤 다들 머리에 꽃아보거나 플루메리아로 만들어 엮어진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본적이 있을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꽃이다. 플루메리아를 머리에 꽂을때는 방향이 중요하다. 오른쪽 귀에 꽂으면 미혼, 왼쪽 귀에 꽂으면 기혼이다.


리조트나 스파에 가면 물 위에 항상 띄워놓고 장식적인 역활을 톡톡히 하고있고, 휴양지에서 기타나 의상등에도 많이 그려져있는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 플루메리아를 장식으로 한 머리삔이나 헤어장신구등도 많고 신발이나 기타등 많은 상품에서 플루메리아가 자연스럽게 올려져있는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샤넬(Chanel) NO.5 향수의 원료로 쓰이는 플루메리아. 실제로 꽃을 보면 암술, 수술이 보이지 않는데 향이 강하면서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만졌을때의 촉감이나 컬러, 시들어가는 형태등이 일반 목련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꽃도 목련처럼 큰 나무에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었고 나무아래로 동백처럼 꽃이 몽오리채로 곱게 수도없이 떨어져있다. 


리조트에서 자고 일어나면 문앞에서, 식사를 하러가면 레스토랑 앞에서 "HAFA ADAI! 하파데이" (안녕!)라고 밝게 인사하면서 플루메리아를 나누어주는데 기분좋은 하루 시작을 이꽃과 함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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