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벤픽 리조트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화분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할때, 완전한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아직 패키지여행 경험이 없다. 항공권을 끊고 호텔을 고르고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의 일정을 짜는것을 좋아해서 여행사쪽에서 일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헛생각을 할만큼 여행 준비하는 기간들을 즐기는 편이다


이번 필리핀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숙소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다. 이런저런 여행 경험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쪽 여행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숙소를 잡으려고 보니 모든 리조트가 다 너무 좋아보이는 것이다. 주로 유럽쪽이나 일본을 여행했던 나는 높은 가격대에도 좋은 숙소를 구하기 어려움을 항상 체감하고있었고 내 여행에 있어서 숙소란 다음 일정에 있어서 이동이 편리한 지점에 잡거나 그저 적당한 가격에 숙면을 취할수 있을 정도만 된다면 되는것이었다. 매트리스가 낡아서 소리가 난다거나, 침대 다리하나가 부러졌는데 임시로 고정해서 허리의 불편함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거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면서 벼룩이나 진드기가 있지는 않을까 약을 들고다닌다든가하는 정말 문제같은 숙소를 높은 가격을 주고도 유럽 장기간의 여행에서 이미 여러차례 체험한 바. 푹 쉴수있는 깨끗한 침대가있다면 된것이고, 혹시라도 창이 커서 밤에 맥주한캔 따마시는데 뷰가 넓다면 그저 행복한 정도였다


필리핀 여행계획을 잡고나서 각종 호텔과 리조트를 살펴보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싼 가격에 고급리조트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내 여행 생에 최고로 행복한 고민에 접어들었다. 어딜 골라도 행복할 것 같아서 쉽게 고르지 못하겠는 이 마음은 어릴적 슈퍼에서 과자하나 고르는데 망설혀지고 들뜨고 행복한 순간과 비슷할만큼 모든 리조트가 다 좋아보이고 내눈에 완벽했다.




화이트 톤으로 정갈한 모벤픽비치 앞 풍경


| 모래입자가 고와서 맨발로 걷기에도 괜찮았던 전용비치


언제나 많이 걷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많이 많나고 많이 보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동남아쪽 여행은 '휴양'이라는 두글자가 떠올라서 인지 항상 뒤로 미뤄놓곤 했다. 지금은 아직 젊으니 더 걸을수 있고 좀더 몸이 고된 여행을 할수 있기도 하고 정말 가보고 싶은 곳임에도 신체적 나이의 한계가 왔을때 놓치게 되는것이 싫었던 나는 체력소모가 많은 여행을 우선순위에 놓고 동남아쪽이나 '휴양' 여행은 저 뒤로 미뤄버렸다. '발리, 인도네시아, 방콕, 베트남, 필리핀, 하와이, 팔라우는 60 넘어서 가야지' 그리고 온전히 정말 게으른 휴양만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휴양을 하게되는 영광을 얻었으니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휴양에 맞는 리조트의 평가가 시작되었다.

(구)힐튼호텔 이었다는 모벤픽리조트(어떤이들은 뫼벤픽리조트라고도 부름)의 외관은 별로다. 아파트처럼 높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지도 아주 좁은편이며 실외에서의 즐길거리는 거의 없다. 어차피 휴양이고 전용비치에서 즐기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전용비치가 다소 좁고 해변의 물높이가 꽤 높은 느낌이라 마음속에서는 살짝 놀랐다. 


리조트니까 적당히 카바나와 선베드, 자쿠지정도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계획은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살짝 좁은듯한 해변은 몇몇 사람만으로도 쉽게 시끄러워지고 썬베드에 쿠션과 타월을 내놓지 않아서 시설은 불편하다. 일자로 심어놓은 야자수는 조경용으로만 심었을 뿐 적절한 그늘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적당한곳 한군데 자리를 잡고 칵테일을 마시는 계획은 물건너 갔고, 몇차례 자리를 옮겨가면서 이동했지만 해변에서는 한시간도 머물지 못했다




모벤픽 리조트의 가장 큰 매력 조명 수영장


| 모벤픽리조트의 밤 수영장 조명은 늦은시간까지도 수영장에 머물고 싶게한다


여행전 방대한 리조트의 만족도 후기와 사진들을 접하고 세부내 리조트 순위 선호도에서 모벤픽리조트가 3위를 차지하고있고, 밤 수영장의 외관이 꽤 맘에들어서 예약을 진행했다. 여행지에서 밤에 할수있는 일이라고는 호텔방에서 캔맥주를 마시거나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는것 뿐인데 밤 수영장에 조명이 많고 꽤 멋진편이라 늦은시간까지 놀수 있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막상 수영복을 입고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풀장으로 내려갔을때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고 다른 풀장을 찾았지만 없었다. 모벤픽 리조트는 수영장이 오직 한개만 존재하고, 가족단위의 투숙객이 많아서 어린아이들의 점령지가 되어있었다. 이른 아침시간에는 조금 다를까 싶어 일찍 조식을 먹고 내려갔음에도 좁은 풀장은 몇사람 들어가있지 않아도 시끄럽고 계속 만석이다. 그 다음날 밤도, 그 다음날 아침도 밤도.


문화의 차이인가. 가족단위의 투숙객이 많은 호텔 수영장을 이용해도 공공장소이니 만큼 아이들도 교육을 받고 큰소리를 내지 않는 풍경에 익숙해 있었고, 수영을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있는 곳 근처까지 가서 물을 튀기거나 하는 경험이 없었는데 낮선 그 자체를 만났다. 이곳에 투숙하는 내내 내 귀에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언어는 한국어였고 이곳의 매출은 거의 한국인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한국 투숙객이 많았다


모벤픽리조트를 선택하는 많은 사람들이 밤 수영장에서 다른리조트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이곳을 선택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다른곳과 차별화되게 디자인된 수영장 자체는 좋지만 정작 즐기기에는 살짝 협소한 넓이와 투숙객들의 일정하게 메너없는 모습이 정말 아쉽다. 어쩌면 장점이었을지도 모르는 모벤픽리조트 수영장의 협소한 공간 내에서의 다양한 수심도 나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수영장 내의 1인의자 의도도 좋았지만 자리잡고 셀카봉을 든 채 쉴새없이 뒷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사방에서 찍어대는 셀피족(셀카-자가촬영사진)피플들 덕분에 원치않게 배경이 되어야 하는 상황은 수영장을 수영장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한 리조트가 되지 못할 것이다




세부 모벤픽리조트의 자랑 이비자클럽


| 모벤픽리조트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이비자클럽


이비자클럽에서의 밤은 훌륭하다. 늦은밤까지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식사와 술을 함께할수 있고, 츄라스코를 이용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약간의 불만을 모두 해소할만큼 분위기도 좋고, 인테리어나 맛등 여러면에서 꽤 만족했다. 다양한 공연으로 지루할 틈이 없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어우러지고 즐거운 밤 시간을 보내기에 세부 내에서는 꽤 좋은 선택일듯 싶다.


전체적으로 푸른빛이였던 밤과는 달리 정갈하고 깨끗한 하얀 아침의 이비자클럽은 모벤픽리조트 내에서 가장 아쉬운 헤어짐이었다. 




호텔내에서 바로 신청가능한 각종 수상레포츠와 호핑투어


호텔 1층에 투어룸이 따로 있어서 별다른 계획없이 호텔만 잡고 세부로 여행을 왔다고 하더라도, 바로 수상레포츠와 각종 호핑투어를 즐길수 있게 신청이 가능한 점은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에게 있어 꽤 편리한 이점일듯 싶었다. 일반적으로 기념품을 팔거나 레스토랑과 안내데스크만 존재하는 것에 비해 조금 신선한 조합이라 놀라웠다. 그만큼 국내 여행사와 모벤픽 리조트는 밀접하게 비지니스 관계를 취하고 있고 호텔과 연계한 다양한 상품들이 많을듯 싶다


모벤픽리조트 전용비치 앞에 바로 주차되어있는 투어용 보트들을 보면서, 궂이 택시를 부르거나 지도들 들지않고 호핑투어를 하고 바로 호텔로 돌아오는것은 꽤 편리한 장점이겠구나 싶었다. 또, 5분거리에 붙어있는 힐튼포트(항구)또한 여행의 지리적 이점으로 자리해서 꽤 편리하게 이용했고, 리조트를 선택한 가장큰 이유였기도 했다


모벤픽 리조트 투숙 디파짓 100달러를 받고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홈페이지 내의 만족도 설문조사에 응해달라는 종이를 받았다. 이런 지리적인 장점과 리조트 내의 시설및 디자인과 색의 취향이 본인과 맞는다면 이곳은 더할나위 없이 좋을 숙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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