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에서의 많은 일정중에 내가 원했던 일정과, 내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가까운 거리에 있다거나 한곳만 다녀가기에는 시간적인 소모가 커서 어영부영 끼워넣기식으로 잡아넣었던 일정이 바로 투말록 폭포였다. 기대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고, 그저 오슬롭의 고래상어 투어를 위한 하루였는데 뭔가 그 먼거리까지 가서 한곳만 다녀오기 아쉬워서 꾸역꾸역 집어넣은 느낌이랄까


투말록을 여행하기 전 사전조사때, 어떻게 봐도 정말 구미가 당기지 않는 사전 여행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냥 계곡이니까 그늘많고 시원한 맛에 다녀오는건가' 하는 느낌으로 전혀 감흥없는 코스를 내 일정에 넣자니 뭔가 불만스러웠었다. 그들의 여행기에는 [정말 아름다웠다]라고 하나같이 쓰여있지만, 보이는 사진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았다. 대체할만한 마땅한 일정을 찾지못해 투말록을 일정에 넣은채로 메인메뉴로 배채우고 맛없으면 입만 대고 말아버릴 식사후 커피정도로 생각한채 여행일정 조정은 끝이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곳은 내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필리핀 세부 강력추천 여행지다



투말록 폭포로 향하는 교통수단 - 오토바이


| 투말록 입구의 정식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와 담당번호를 알리는 기사님들의 티셔츠 숫자


투말록에 다 왔다면서 차가 정차하고, 더이상은 차가 들어갈수 없다고 모두 내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선잠에서 깨서 차에서 내렸다. 길 가장자리로 오토바이와 등에 번호가 써진 녹색 티를 입고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번호를 41번을 받으면 41번 번호가 써진 아저씨의 오토바이를 타고 투말록으로 가는셈이다. 대기시간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숫자이고 바이크로 이동하는데는 3분도 채 걸리지않는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사실상 걸어가도 큰 무리는 없을것 같지만, 중간에 경사가 가파른 곳이 잠깐 나온다.


실제로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비몽사몽중에 내 번호는 41번이 되어 왕복을 41번 아저씨가 담당해주게 되었다



입구부터 아름다운 투말록 폭포의 물빛 계곡


|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첫번째로 만나는 아랫쪽의 계곡 사진


맨 아랫쪽 계속의 물 색마저 사랑스러울, 라오스의 꽝시폭포같은 컬러다. 물에 석회가 섞여있기 때문에 옥색인것인가 입구부터 눈낄을 잡아 끄는데 색감만으로는 물의 온도를 짐작할수가 없다. 계곡은 한적하고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만족스러웠다 


숲이 울창해서 전반적으로 어둡고, 나무 사이사이로 햇빛이 살짝살짝 들어오기 때문에 사진찍기가 쉽지않았다. 맨 윗쪽 꼭대기로 올라가면 폭포가 쏟아질수 있는 큰 산이 계곡의 반을 덮고있을만큼 빛을 가려주는데, 그늘이 많아 놀기편하고 시원하지만 빛을 많이 차단해서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은사진을 찍기 힘들었다고 말하는것 같았다





| 처음 몸을 담글때는 얼어버릴 것 같은 물 온도


물빛은 햇빛이 닿는곳마다 반짝거려서 형용할수 없을만큼 예쁘고 또 예뻤다. 살짝 발을 담구는데 너무 차가워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올만큼 물의 온도가 낮았다. 내가 현지 로컬이라면, 휴가를 바다에서 보내지 않고 투말록폭포에 가족끼리 와서 시간을 보낼것 같은, 계절도 온도도 습도도 잊게 해주는 공간이다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운 형상을 가지고 있는 투말록 폭포


| 실보다 가는 나노입자 파편이 떨어지는 투말록 폭포


상당히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파편이 부서지고 부서져서 수천개의 입자들이 약하고 가늘게 몸에 쉴새없이 계속 부딪히는 느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공중에서 쪼개지고 쪼개진 물방울들은 정말 깃털처럼 가벼울만큼 나눠진채로 비보다 촘촘한 간격으로 사방으로 분사되는데 요정이 뿌리는 스프레이를 맞고있는 기분이 들만큼 새로웠다


이곳에 집을짓고, 매일같이 이 물방울 파편을 맞고산다면 영원히 나이들지 않을것같을 투말록폭포. 정면에서 봤을때 긴 이끼버섯같은 형상으로 계곡의 바위를 덮는 여러 모습이 신기함을 넘어선 풍경에 놀라움을 안겨주는데, 삼각대가 없어서 담아볼수가 없었다. 그곳을 대표하는 풍경사진 한두장만으로 인기 관광지가 되는것을 감안하면, 언젠가 이곳으로 출사올 누군가에 의해 이름같은 대표사진을 투말록 폭포도 갖게될것 같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담아내도 어마어마할텐데. 아마 이럴때 장비탓을 하고, 부족한 실력탓을 하는거겠지:)


이제야 투말록 폭포의 사진에 담을수 없었던 아름다운 곳에 대한 아쉬운 한탄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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