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탄섬에서 오슬롭까지 3시간 반에서 4시간이 소비되는 거리라서 하루에 왕복하면 8시간을 차안에서 소비하게 되는 긴 여정 오슬롭. 세부에는 South terminal과 North terminal 두곳이 있다. 오슬롭 투어를 위해 알아본 고속버스중 옐로버스가 가장 좋은데 세레스(Seres)라는 브랜드명이 있지만 현지에서도 오슬롭옐로버스(Oslob Yellow Bus - Bato via Oslob로 써진것을 탄다)라고 하면 알아듣는다


에어컨도 있고, 버스내 와이파이가 된다고 쓰여있지만, 사실상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물어보면 [와이파이 패스워드 뭐야? 몰라~] 이러고는 가르쳐주지않고 몰라서 사실상 현지인들도 옐로버스안에서 와이파이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필리핀친구에게 전해들었다


가격면에서 옐로버스가 확실히 저렴해서 많은 고민이 되었지만, 4시간 장거리 이동이 불안했던 나는 오슬롭 현지투어픽업서비스를 이용했다



세부의 500살 먹은아카시아나무 길


| 500년이 넘은 세부 아카시아나무 가로수 풍경


오슬롭으로 향하는 길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500살이 넘은 아카시아 나무길을 지나가고있다는것을 듣자, 멀미로 고생중이던 상황을 이겨내고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눈에담기 위해 노력했다. 차유리에 비치는 카메라 렌즈가 거슬려서 창문을 내리고 무거운 DSLR을 떨리는 팔로 높이 들어올려 연신 급하게 셔터를 눌러 담았다.


한국에서의 봄에 아카시아 나무를 생각하면서, 이렇게 긴 길 양쪽 가로수로 아카시아 나무라니, 꽃피는 날엔 아름답고 아카시아 향 가득한 시간을 만끽할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필리핀에서는 아카시아 꽃이 몇월에 피니?]라고 묻자 당황한 가이드는 [아카시아나무는 꽃이 피지않아]라고 대답한다. 이상함을 느낀 나는 명칭만 동일하고 다른종인가 싶어 나무를 살펴보았지만 아카시아 나무가 맞다는것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는 봄에 하얀색 꽃이 피고 향이 아주 좋아서 아카시아 꽃으로 꽃술을 담그기도 하고 아카시아 꿀을 판매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해주자 상당히 놀라워하면서 그 꽃을 언젠가 보고싶다고, 필리핀은 언제나 여름이기때문에 꽃이 영원히 피지않는단다 :D


이 아카시아나무길이 하얀 꽃으로 덮이는 필리핀을 상상했던 나는 뭔가 조금 아쉬웠지만 기후에 따라서 같은종이더라도 꽃을 피우고, 피우지않고, 열매를 맺고 맺지않는다는 뻔한 사실을 번번히 잊고 다시한번 신기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막탄섬에서 오슬롭까지의 여정, 4시간


긴 멀미를 참아내며 겨우 도착했을때 버스투어를 이용하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이드를 해준 현지 필리핀친구에 많은 이야기들 덕분에 상당히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구토가 올라올때쯤이면 길가에 차를 잠시 주차하고 쉬엄쉬엄 올수있었다. 일자로 뻗은 도로에 익숙했던 나는 동남아 여행이 처음이기도 했고, 구불거리는 도로와 포장이 덜된 도로를 견뎌내는게 쉽지않았다


필리핀 면적 자체가 남한의 3배정도라지만 막탄섬에서 오슬롭까지의 시간이 4시간이니, 정말 어머어마한 거리를 이동하고있다. 7,107개의 섬중에 겨우 한개의 섬에서 배도 타지않고 육로로 이동하는데, 한국에 비해 땅넓이가 얼마나 넓은지 멀미로 확실히 느낄만큼 알것같다


중간에 몸이 너무 좋지않아 어느 시장앞 상점에서 퍼져버렸을때는 그들의 친절함에 꼭 오슬롭까지 가지않아도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현지인과 다른 피부색을 가져서 쭈그리고 앉아있어도 금방 튀었고, 토하고 식은땀을 흘리는 내 주위로 정말 구름같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웅성거리는 따갈로그어잠시 당황했지만 다 알아들을수 있었다. 급하게 수건에 물을 적셔오고, 약을 주고, 손수건을 손에 쥐어주고, 섣불리 부축하려고 하지않으면서 뭔가 도와주고싶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진정된 후에서야 고개를 들고 걱정하는 얼굴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에 쑥쓰러운 웃음이 생겼고 다시 차를 탑승했을때는 손에 한가득 이것저것이 쥐어져있었다


그들의 조심스러운 배려와 친절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하루를 날려버려야 했을것이다




하얀색 산호초로 가득한 오슬롭 바다


이미 고래상어를 만나보기 전부터 어렵게 도착한것에 대한 뿌듯한 성취감과 고마움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슬롭 해변에 도착하자 모래 대신 산호초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산호초를 보면 너무 예뻐서 항상 만지작거리고 주워들기 바쁘지만, 웬만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산호초등은 반입반출이 되지않고, 벌금까지 물어야한다.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해변도 좋고,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변도 좋지만, 눈에 덜 익은 산호비치가 항상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언젠가 산호를 주워가도 되는 나라를 만나면, 그땐 너무 행복하겠지. 같이 오지못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 작은 상자에 담아서 전해주고싶은 아쉬운 마음이 굴뚝같다

 



고래상어를 만나기 위해 모이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


고래상어에게 해가 되므로 썬크림을 바르지 말것 / 터치하지 말고 고래상어와는 4~5미터 간격을 유지할것 / 구명조끼를 벗지말것 등의 주의점을 숙지시킨후 방카를 타기위해 바다로 향했다


고래상어와 함께 수영할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세계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미국,유럽,아시아등의 다양한 사람들로 인해 항상 북적인다는것을 알고있었던 나는 요일제로 운영되는 업체들을 사전에 확인하고 그 업체의 요일을 피해 날을 잡은 덕분에 덜 북적이는 상태로 고래상어를 만날 수 있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다 직원이고, 그 외의 구명조끼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관광객이다. 이동하는 수시간동안 파란 바다를 만났지만 이곳은 조금더 짙은색이었다




눈앞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 고래상어


무늬가 아름다운 오슬롭 고래상어


고래상어(Rhincodon typus)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상어로 포유류가 아닌 어류로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리'라고 불린다. 몸길이 12.2미터, 무게는 13.6톤으로 상상을 초월하지만 플랑크톤을 먹는 온순한 종류로 함께 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6천만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왔던 종이고, 야생이지만 필리핀 어부가 고래상어에게 피딩(Feeding 먹이를 주는 행위)을 하기 시작하면서 학습효과가 생긴 고래상어들이 오슬롭에 장기간 정착하면서 이곳의 관광 명물이 되었다


바닷속에 있는 플랑크톤의 상황과 경로에 따라 이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어종이지만 한곳에 오래 머무르게되고, 먹이 공급하는 보트를 자주 만나기 때문에 보트나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 새우를 받아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고래상어


고래상어 몸에는 수많은 빨판상어(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다)가 붙어있고 그 커다란입을 벌릴때마다 엄청난 기포가 생긴다. 물속 깊은곳에 유유히 헤엄치고 다닐줄 알았는데, 새우를 받아먹기 위해 머리를 수면에 가까이 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사이즈에 맞지않게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나는 방카에 매달려 간신히 고래상어를 구경하다가 용기를 내서 스노쿨링 장비를 착용한 뒤에야 물속에서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스쿠버다이빙을 할까 했지만 멀미로 체력소비가 심했던 탓에 아쉬운 마음과 함께 뒤로 미뤄둔채 마냥 수면과 가까운 위치에서 차분히 관찰했다


오슬롭 고래상어가 알려지기 시작한것도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니 행운을 쥔 듯한 느낌이다. 지나다닐때 보이는 균일한 간격으로 촘촘하게 나 있는 하얀 도트무늬가 물속의 표범같기도 하고, 아름다워서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게 된다

오슬롭의 고래상어는 작은 아기상어들이라지만, 내눈에는 왠만한 집의 거실길이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이면서 우아한 신기한 풍경일뿐이다



헤어짐이 다른때보다 큰, 오슬롭 고래상어와의 특별한 시간


용기내서 조금씩 물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투어가이드가 바닷속을 좀더 들어가서 볼수 있다며 구명조끼 벗기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겁이 많아 망설이는데 주변을 가르켜서 바라보니 다들 걱정없이 구명조끼를 벗어던졌고, 두려움앞에서 못미더운 눈초리로 걱정이 앞서있다가 혼자만 버티고 있기도 애매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벗어놓고 물로 들어왔다.


가이드는 힘으로 양 어깨를 눌러서 수영하지 못하는 사람을 물속깊이 내려주는데 로 올라오는 시간이 영원할것처럼 길게 느껴지다가 이것도 몇번하니 적응이 되었다 그럼에도 호흡이나 두려움이 많아 물속에서 즐기는 시간보다 긴장했던 시간이 많아 버둥거렸던것이 참 아쉽다


다음번에 오슬롭을 한번 더 방문하게 된다면, 숙소를 막탄섬쪽으로 잡지않고 애초에 오슬롭으로 잡아서 하루는 편히 쉬는쪽으로 일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점잖고 커다란 고래상어와의 짧은 만남이, 내 부족한 체력이 아쉽고 또 아쉬운 마음만이 가득했다


오랫동안 눈여겨 봐두었던 여행지들이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입수금지, 출입금지등의 조취가 내려질때는 정말 속상하지만, 그곳을 오래 남겨놓고 보존하고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보홀에서 발리카삭 다이빙 전면금지로 인해 일정을 전체 수정했던 상황이었지만,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도 많은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중이라고 하고, 입수가능시간이 매우 짧은점을 생각해보면 다시 이곳에 와서 고래상어를 볼수 있을까 싶어 더 아쉬웠던것 같다





20160412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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