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시골마을 모니의 사람사는 냄새

모두가 서로를 알고있다



시카에서 모니까지 버스로 얼마를 달렸는지 모르겠다

구글맵은 2시간 조금 넘는 거리라고 했지만 

언제나 인도네시아 대중버스 체감시간이 그렇듯 

기다리는데 몇시간, 가다서다 지체하는데도 몇시간이 걸린다


누군가 버스를 타기로 이야기가 되어있었던것인지

버스가 지나가는 길목에 나와있기로 한 가족이 나와있지 않으면

버스 운전사 말고 안내역할을 맡고 짐을 실어주는 남직원 하나가 버스에서 내려서

그 가족집에 찾아가서 미처 나오지 못한 가족을 데리고 나오기까지 한다


그 먼 거리를 이동하고 다른마을에 사는 사람인데

어디에 누가 살고 가족이 몇명이고 어디로 가는것이며 

그사람의 친척집 위치까지도 알고있는 것이다






달리는 버스에서 문닫지않고 보조하는 사람이 문에 매달려가는 풍경이

태국여행에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인도네시아는 15시간이 넘는 거리를 그렇게 이동하는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 싶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 승객들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차 지붕위로 올라가서 짐을 정리하기도 하고

비라도 내릴때는 달리는 차 위에서 포장천을 덮고 

밧줄로 짐을 묶고 태연하게 버스로 다시 들어와서 문에 매달린다


그들의 몸은 근육질이다

근육으로 덮인 팔다리, 검게 그을린 피부는 민첩하고도 민첩하다





나는 이제 인도네시아 사람이 다 되었다고 스스로 말할만큼

장거리버스와 말도안되는 숙소와 비위생적인 환경에 적응했다


10시간이 넘는 버스를 탈때는 

미리 포장된 밥을 사서 식사를 해결할만큼 현지인만큼 철두절미해졌고

차안에서 뜨거운 햇빛과 지나가는 소똥냄새 하나에도 멀미하면서 토하던 예전의 내가 아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오늘도 푸석푸석한 쌀과 몇개의 반찬을 포장해놓은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면서

목이 멕힐때만 음료는 최소한만을 들이켰다


그렇게 익숙해졌다고 해도 아직도 어려운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화장실가고싶어요. 차좀세워주세요]라고 말하는것은 부끄럽다


예전에 수학여행간 학생이 부끄러워서 화장실가게 차를 세워달라는 말을 하지못해서

방광이 터졌고 이식수술하는데 몇천만원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잘 알고있지만

나는 아직도 4시간이든 5시간이든 정신을 집중하면서 화장실을 참는다





버스는 내가 묵을 숙소의 이름을 물어보더니 숙소 바로앞에 내려주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을 잠깐 둘러보기 시작했지만 숙소가 3개밖에 보이지않았다


아고다와 해외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모니에서 묶을만한 숙소를 그렇게 찾아도 나오지 않던것이 이해가 될만큼

작은 마을에 깊고깊은 곳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시작하는구나

하루를 버틸 먹을거리를 구해야한다


여행을 시작 한 뒤로 하루하루가 단순한 생존게임같다

아침에 눈을뜨면 새로운곳으로 떠나고

이동하는동안 이런저런 위험을 용감히 물리치고 타협하면서

먹을것을 구하고 안전하게 잠잘곳을 찾는다

시간제한도 있어서, 내가 계획해놓은 스케줄 안에 이동해야한다






윗옷을 입지않고 젖가슴을 그대로 드러낸 여자들이 시장에 나와 물건을 팔았다

환하게 웃을때마다 붉게 칠해진 치아는 낮설다

추측하건데 이를 빨갛게 칠해야 미인일것이다


먹을것 앞에서 무슨맛일까를 생각하는것은 사치다

시건 달건 먹을수 있는 외형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 몇개되지않아서

[이건 뭐예요? 얼마예요?]하고 묻는데

이곳어르신들은 영어를 하면 부끄러워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멀리 도망가버린다


먹을것 구하기 실패!







분명 식재료겠지. 딱봐도 그냥 먹을수 있는것은 아니다

사진 두장뿐으로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시장에 물품은 끝이다


그 외에는 옷가지와 생필품뿐


시장에서는 먹거리를 구하지 못했으니 

조금더 평범한 방법으로 

이 외진곳에서 식당과 슈퍼를 찾는것이 좋겠다







모니에서 하나있는 슈퍼마켓을 발견했지만 내 눈에는 초등학교 앞 문방구다

문방구이자 철물점이자 냉장고가 없는 잡다한 가게이자 불량식품점이다


음료수 하나와 생수를 획득하고 다시 걷는다


이곳도 본인이 살 집을 본인 스스로 짓는것일까

집들의 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필리핀을 생각해보면 아주 우수하다

번화가의 민가들도 완벽하지 않은 많은 동남아의 나라들과

아주 깊숙한 시골외곽의 인도네시아 민가들을 비교하는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아무리 외진곳에 가더라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난]이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사람이 살수있는 정도의 환경을 만들고 넓은곳에서 여유롭게 살고있어서인가

GDP가 괜히 동남아시아에서 꾸준히 1위를 하는것이 아니겠지






이슬람권을 벗어났다는것을 돼지를 보고 알수있다

삼겹살이 먹고싶고 목살이 먹고싶다

동물을 사랑하는 내가 살아있는 돼지를 보면서 돼지고기가 먹고싶다고 생각하고있다


이곳은 그럼 분명 카톨릭을 믿는 곳일테니 

오랫만에 고기를 먹을수도 있고 맥주를 살수도 있겠지


나는 잠시 들떴지만

이 마을에 하나 있는 식당에서는

내가 오늘 버스에서 먹었던것 같은 포장밥만을 판매한다

술도 구할수 없고, 돼지고기도 먹을수없다


배고픔과 우울함이 가득한 모니는 정말 시골 촌구석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정다운 시골민심을 느낄수도 없다





시장 한가운데에서 가슴을 내놓은 부녀자들이 물건을 파는동안

아재들은 카드놀이에 열중한다


1인앞에 1병씩 있는 저것은 분명 담금주일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는 돈이나 물건도 없이 박스쪼가리 하나를 깔고 놀음판을 벌린 그들은 뭘먹고 살고있을까


나는 오늘도 역시 변변찮은 먹을것하나 구하지 못하고

또 포장밥 하나를 사와서 식사해야할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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