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푸쿽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바다앞에 술한병이면 만족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않는가






나는 사극에 나오는 선비마냥 초록색 잔디위를 뒷짐지고 걷는다

내 눈은 왼쪽 바닷가의 파도길에 꽂혀있지만 

발가락에 모래알이 달라붙는것은 귀찮아질것 같아서

나는 풀길을 택했고, 


터벅터벅 아무 생각이 없는 오빠는 지름길인 모래길을 지나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녁시간, 내 허기를 가득 채울테다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지긋이 바라보면서 배를 서서히 불려가며 술로 흥을 돋우리라 마음먹는다






아들과 아버지는 모래밭과 바다사이를 계속 왔다갔다 뛰어다녔다

여행지에서 두 부자의 풍경은 미소로 남는다

보이는 선까지만 보고, 불필요한 연장선상까지 상상하거나 관여하지않는것이 여행의 묘미다


저 가족의 엄마를 찾을것이 아니라 앞서 가버린 내 일행을 찾아야하는데

나는 상당히 나태한 마음으로 언젠가 만나겠거니, 

내가 보이지않으면 돌아올것이라는걸 알아서인지 급하지도않다






이정도 공간이면 적당하다


과한것근처에서는 아무런 만족도 얻지못하는데

딱 필요한정도에서 딱 소박하게 존재한다


불필요한 장식도 없고 그냥 쉴수있을 의자와 식사를 할수있을정도의 테이블만이.





이른 저녁시간에 걸어들어간 레스토랑 앞 해변에 노을이 들어온 뒤로


하늘과 바다를 난생 처음보는 사람처럼 

테라스앞과 식탁테이블을 바쁘게 왔다갔다하는 동생을 보면서

식사가 조금 늦게나오면 어떠랴. 

한명이 만족하니 나도 기쁘다


호들갑을 떨면서 지금 쌍무지개가 떴으니까 당장 테라스로 나오라는 동생말에

나는 콧방귀를 끼면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지만 결국 끌려나갔다


지금도 좋은데, 뭘...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은 항상 육고기일때가 대부분인 그의 메뉴는 양고기 립 스테이크

오빠의 얼굴에도 만족감이 비친다


절대 올라가는 일 없는 그의 입꼬리가 수평에 맞춰진것을 보고

그가 꽤나 만족스럽다는것을 알았다


[괜찮네 이정도면]

어지간하면 감정을 티내고싶어하지않는 매력없는 말뽄새에서

그가 상당히 기쁘다는것을 느꼈다





베지테리언도 아니면서 베지테리언 메뉴를 주문한 동생은 그다지 식사에 관심이 없다

분명히 메뉴판에 있는 음식중에 가장 컬러가 현란한 음식을 시켰을것으로 추측한다

온갖 정신은 바다와 노을에 빠져있었고, 대충본 메뉴판에 [난 이거!]라고 말하고 나가버렸다


들락날락 거리면서 지금 이순간의 노을을 담아야된다고 시종일관 떠들어대는데,

엉덩이가 무거운아이가 오늘따라 저러는것이 이해가 된다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찾아온 손님 모두가 다 음식을 먹다말고 테라스로 나가서 카메라에 노을을 담고있으니, 굳이 뭐라할 상황이 아닌거지 뭐






[나는 평범한게 좋아] 라면서 평범한것을 시켰더니 내 메뉴가 제일 볼품없구나

몇마리 되지도 않는 새우치고는 가격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양고기립은 착한가격에 양도많고 맛있던데, 내 새우는 오빠하나 동생하나 나눠줬더니 3마리가 남았다

그리고 감자튀김과 구운마늘 두개가 남는다







눈으로 담은 풍경을 사진으로 옮겨담지는 못할것이라는걸 다들 알고있으면서도

모두가 사진을 찍어대기 바쁘다


감정은 내눈으로 직접본것에서 비교할수 없을만큼의 감동의 순환속도가 빠른데

그 시간을 순간이라도 담아두고싶어서 사방에서 안달이났다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주문하고, 

소박한 금액으로 행복한 만찬을 시작한다


한국이라면 어림도없을 돈으로 만족감을 얻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한방향으로 고정한 상태로

해가 떨어지고 어둑어둑해지시 시작하니 식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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