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희안해. 너희엄마 죽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 젓가락이 짝이 안맞아. 

남들은 다 짝이 맞는데 밥먹다가 무심코 보면 꼭 나만 짝이 안맞아야"


젓가락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게 되는 날이 있다


수저통에 들어있는 젓가락들이 다 제각각이라서 엉망진창인 날이라던가.

너무 정갈하고 다 똑같은 젓가락들만 들어있어서, 

사실은 다 혼자있는것일 뿐, 짝이 아니고 한놈의 분신같은것들이 꽉 차 있을때라던가, 

아니면 혼자 밥먹을때 문득.


아무것도 모를나이에 들었던 그 말이 그 어린마음에 박힌것을 보면 참으로 외로운말이 아닌가







나는 테이블에 넵킨을 깔지않는다

다만 누구보다 신중하게 젓가락의 짝을 맞추는 습관이 있다


닦인 테이블을 한번 더 닦고 숫가락아래 깔아주는 넵킨의 생산과정을 알아서 위생상 부질없다기보다

젓가락 짝을 맞추는일이 더 쓸데없이 마음쓰이는 일이라서.

짝을 맞출 필요없는 다 똑같은것들이 들어있는 젓가락통을 만지작거리면서

키를재고 또 잰다


나는 마음이 이기적인 인간으로 남았다

"오빠는 나보다 나중에 와야해. 난 혼자 남겨지는게 싫어"

 

애초에 짝같은것은 없었을 공장에서 찍혀나오는 젓가락들이나,

애초에 짝같은것 없이 여기저기서 태어나서 자라 결혼한 인간과 인간이나

결국 다 부질없어진 죽어버린 빨간생선앞에 한참을 뒤적거리다 고른 젓가락 두개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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