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다낭의 밤, 브리지와 야경 

13층의 만족감






푸꾸옥에서의 따뜻했던 날들이 생각조차 나지 않을만큼, 다낭의 현재는 춥다

매일같이 어떻게든 퍼붓는 비 덕분에 도로며 건물은 매번 젖어있고 그 물기가 햇빛에 마르기도 전에 다시 젖고 젖는 스펀지마냥 축축하고 서늘한 다낭의 밤은 언제나 춥지만 


13층의 방을 얻어 야경이 잘 내려다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한다

건조기능이 있는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따뜻한 옷을 바로 갈아입을 수 있다는 이유 만으로도 그녀는 지금이 좋단다 

큰 창이 있는 욕조에서 뭉기적거릴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녀는 자기 인생의 최고의 호텔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나는 이 여행을 그녀와 함께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모든 불만에서 멀어진다

그녀는 소소한 행복을 매번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알고, 까다롭지 않으며, 

언제나 지금먹는 음식이, 지금 묶은 숙소가, 지금 보는 풍경이 인생에서 최고라고 나불거리니


최고 위에 최고를 덮어쓰고 덮어쓴 곳 위에 또 최고를 올리는 식으로 여행의 매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식이다

덕분에 웬만하면 만족하지 않는 내 매 순간도 흐뭇해지고 좋은 추억이 생기는 것이다


역시 여행은 함께하는 사람이 99%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로구나 






다낭 공항에서 이미그레이션을 기다리면서 보았던 홍보 영상에서는 이 다리는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180도 회전했다

오른쪽 다리 끝과 왼쪽 다리 끝이 맞물리는 부분이 뒤집히는 것이다


나는 언제  다리가 회전하는가에 관심이 가득한데, 결국 내 눈으로 보지는 못했다


다리 가운데 있는 하얀색 천사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다리를 회전하게 설계했는지 기본적인 호기심외에 내가 이곳에서 갖는 감정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컬러가 계속 바뀌는 내눈에 촌스러운 용다리는, 내게 있어서 크게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이 한강넓이만한 다낭물길을 따라 이곳저곳을 매번 돌아다니면서도 

운치있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크루즈를 타고싶다는 생각같은것을 할리가 만무했다


 




가장 나중에 지어진 도쿄의 레인보우브릿지같은 이 다리도 

내게 특별한 영감이나 순수한 마음을 갖게하지는 못했는데, 그녀에게는 아니었나보다


[다낭은 다리가 많은데 생긴것도 어쩜 다 달라♬]


영하까지 떨어진 날씨에 발발 떨면서도 기어이 비키니로 수영장에 들어가 브리지를 감상하던 그녀는 

이 멋진 야경을 볼수있는 수영장에 어떻게 들어오지 않을수 있냐며 내게 함께 얼어죽을것을 권했는데, 

정말이지 순간 시스맨스에 혹해서 얼음장 같은 물에 들어갈 뻔 했다


고만고만한 야경과 유별날것없는 조명과 브리지들,

특별할것 없는 숙소와 매일의 밤은 그녀의 낭만과 행복감으로 인해

[아? 이게 그렇게 멋진가?] 하고 다시 돌아보게 한다


물론, 다시 돌아보고 눈여겨봐도 내 눈은 즐거움을 찾지 못하지만

그녀의 훌륭한 기분이 오늘도 축축하기만 할 다낭의 밤을 가득 덮어놓았다


내 체온도 1도정도 상승한것 같은건 착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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