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비오는날의 호이안

첨벙첨벙 올드타운






며칠을 호텔방에 갇혀지내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폭우속이라도 걸어다니겠다고 호이안으로 넘어왔다


지대가 높은곳은 같은 호이안이라도 도로에 비가 덜고이는데, 

지대가 낮은곳은 무릎까지 빗물이 차올랐지만 그런것은 중요한게 아니지

발이 물속에 쑥쑥 빠져서 첨벙첨벙거리면서 걸어다니더라도 뭐라도 해야겠다


룸서비스로 시켜먹을수 있는 온갖종류의 음식은 모두 섬렵했고, 

아무리 틀어놓아도 흥미가 생기지않는 베트남TV는 소음일뿐인데다가, 

커피포트로 끓여마시는 차나 컵라면도 질릴대로 질렸다






위험한것은, 인도와 물길의 경계가 홍수로 인해 없어져 버린 것.

비에 강물이 범람해서 인도와 차도를 덮쳤고, 


무턱대고 걷다보면 사람이 쑥, 하고 

강물속으로 사라져도 모를만큼 길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나는 상점가를 붙어다니면서 비닐로 만들어진 우비를 걸쳐입었다


올드타운에는 나처럼 장기간의 장마에 지친 관광객들이 

형형색색의 우비를 입고 빗속을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행복해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몇 날 며칠을 숙소방에 갇혀지냈을 사람들이니까.






호이안 현지인들은 10년만의 역대급 홍수에 카약을 타고 도로를 돌아다녔고,

여전히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같은 일과를 반복했다


현지인과 외국인의 차이라면, 비옷정도다

외국인은 대부분 싸구려 일회용 비닐우비를 입고, 현지인은 오랫동안 입어왔던 개개인의 우비를 입었다는것


다들 장기간의 비에 지쳐서 바깥공기를 마신다는것만으로도 해맑고 해맑다





모두가 당연하게 보아왔던 사진속의 호이안와 내가 보는 호이안의 풍경은 범람해버린 물로인해 꽤나 갭이 있지만

덕분에 조금 더 한적하고 색이 짇다






맛있는것을 먹고 기운내야겠다

우산끝에 살짝 찢어진 우비를 보면서 내일은 보라색 우비를 사야겠다고 소소한 목표도 만들었다


반 억지로, 더는 버티지 못하고 빗속으로 떠밀려 나왔지만

첨벙첨벙 온 다리를 적셔가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아무런 잡생각이 들지않았다


몸에 달라붙은 비닐우비 위로 계속 톡톡 떨어지는 빗물덕분에

어쩌면 공항가기 전까지 단단하게 쌓여 굳어버렸던 침식의 기분도 씻겨내려갔다


내일은, 날씨와 상관없이 오늘보다 더 훌륭한 하루를 보낼수있을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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