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시골풍경 속의 호사, 알라만다

내가 누리려던것은 아니었지만






새끼는 다 귀엽다더니.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오리떼들의 작고 귀여운 꽥꽥거림에 아침부터 엄마미소를 지으면서 눈을 떴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소리가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눈을 뜨자마자 행복한 마음이 된다는 것은 자주 없는 멋진 일이다 :)






나는 처음으로 일행이 있음에도 개인룸을 사용하는 호사를 얻었다


밤새 천장에서 찌륵찌륵 울어대던 조그마한 도마뱀이 내 침대위로 떨어지지는 않을까

시덥잖은 신경을 쓰면서, 본인만의 공간에서 세상 행복하게 쉬고있는 동생방으로 베게를 안고 건너갈까

수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다 잠든것같은데


잠결에 듣는 막 태어난 오리의 빽빽소리는 정말 사랑스러워서

불평없이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오리떼를 찾아 숙소주변의 연꽃늪 주변을 슥 걸었다





주먹보다 작은 오리 대여섯 마리는 정말 보송보송 긴 털이 분명 아주작을 몸둥아리를 가득 덮고있었다

저 털을 밀어버리면 막 태어난 오리가 얼마나 작은것인지 충격을 받을만큼 조그마했는데, 

분명히 욕조에 띄워놓는 장난감물오리보다 훨씬 작고도 작았다


어젯밤 동생과 내방 사이의 거실에서 꼴짝거리면서 마신 맥주캔을 치웠던가


베트남에서 처음 마신 술이었다

덕분에 몇캔 되지도 않는 그 조금을 마셨다고 뒷정리를 하고 잠들었는지 아닌지도 기억나질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린뒤로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술을 마셔대던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용하게도,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혼자 말도없이 귀국해버린 아버지의 빈자리를 매번 느끼면서

이상하게도 우리는 술이 멀게 느껴져서 그 쉬운 한잔조차 하지않다가

드디어 어젯밤 맥주캔을 따고, 

쇼파에 나란히 살을 대고 앉아서도 춥고 쌀쌀하게 저 아래로 내려간 마음을 동시에 느꼈었다






이 시골풍경을 고스란히 그에게 주고싶어서 잡은 숙소에 

그 없이도 오리는 태어나고 초록은 여전히 아름답고 나는 더없이 차분하다


공항에서 그의 옷과 짐을 찾아 마중했고, 잘 보내드렸다는 오빠의 전화를 받고도 10일이 넘게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곡예를 떨던 내 마음만큼, 딱 그 시점부터 폭우가 쉴새없이 내리고 온 도시를 덮어버리더니 이제 조금 진정이 된 것인가


비오지않는 정말 오랫만의 아침,

씁쓸함을 곱씹으면서 잠에서 깨지않은 정말 오랫만의 아침.


자전거를 빌려 컨트리사이드를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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