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호이안 컨트리사이드

내면의 평화






나는 자전거를 빌렸다


내가 해외에서 자전거를 타본것이라고는 유후인에서 뿐이었던것 같다

얼떨결에, 회사 직원들이 빌린 자전거를 받아서 하나씩 자전거를 타고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그때까지 단 한번도 내가 자전거를 탈수있는지 없는지, 배운적은 있는지를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다들 타니까, 아무생각없이 자전거에 오르고,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직원들을 보면서 열심히 패달을 굴렸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알게된것이지만, 나는 자전거를 배운적이 없고 우연히 타게되었을 뿐이다

세워야할때 멈출줄을 모르고, 방향을 꺾을때마다 넘어져야했으니 못타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딱 그정도의 수준으로 패달을 밟았다


물에 잠긴 논인것인지, 원래가 연꽃이 가득한 늪지인것인지 이방인인 내가 알수는 없지만

물이 초록을 덮은것인지, 초록이 물을 담은것인지 괘념치 말아야 할 풍경은 존재차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베트남에 온 뒤로 나는 카라하리사막의 부시맨이 된것같다

리틀헝거임과 동시에 그레이트헝거인 아버지가 내 인생의 의미를 헝클어 버림과 동시에

나역시 어줍잖게도 그레이트헝가가 되고있었다







나는 극심한 바닥으로 계속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는데

사람이라는것은 물속에서처럼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지만

가만히 온몸의 힘을빼고 가라앉는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수면위로 올라오는것이다


시체가 되어서 수면위로 떠오르는 인간이 되지않은것은 다행이다






비를 계속 맞았던 기억때문에 추운것인가

아직 물을 버리지 못하고 담고있기 때문에 추운것인가


베트남은 내가 여행했던 나라들중 가장 한기가 들고

춥고 생각만으로도 체온이 내려가는 마법같은 곳이다


가장 부유하고 풍족할 계산으로 고르고 골랐던 것 치고는 우스운 결과다






하루종일 의미를 구하며 춤을추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않은 덕분에 물위로 올라올수 있었다


내가 내 감정에 휘말려서 놀아났더라면

몇년에 걸쳐 잠식되어있었을지, 아무도 알수없는 노릇이다


내면의 감정은 희미해질수는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던데 

[아니, 살아보니까 다 의미없어지더라고. 기억도 나질않아] 

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물은 너무 많고 내 체온은 너무 낮다


이제 이 많은 물들이 원래 없었던것처럼 서서히 증발하는일만 남았다

매일매일 저체온으로 지내는것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니까







가끔은, 나이들어감이 무서운것인지 내가 무서운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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