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배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새벽시장 호이안마켓

생각이 많은 맛과 친구가 사준 아침식사







동이 트기 전부터 강바람을 쐬면서 일출촬영을 다녀온 뒤라 온몸이 얼어붙었다

우동이나 컵라면, 짬뽕같은 맵건 맵지않건 상관없으니 

뜨끈뜨끈한 국물을 마셔서 식도에서부터 내장까지 내려가는 뜨거운 느낌이 간절할만큼 새벽바람은 추웠다


현지 포토그래퍼 친구를 따라서 조식을 먹을수 있다는 호이안마켓에 들어서면서

쌀국수, 쌀국수 한그릇만 마시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친구는 고민도 없이 익숙한듯 특정 가게앞으로 가서 테이블에 앉더니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주문을 시작했다


난.. 쌀국수. 뜨거운 국물이 필요하다고 차마 말하지못했다

내가 앉은 식당 테이블에는 쌀국수 면은 커녕 고깃국물과 숙주한톨 보이지 않았으니 쌀국수는 물건너갔다

  


나는 내가 도대체 무엇을 먹고있는지 모를것같은 음식을 대접받았다

물론 입에는 웃음을 띄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지만, 

평생을 먹어본적 없는 음식앞에서 당황한 혓바닥과 이빨이 최대한 음식과의 마찰을 피하고 싶어하는것은 어찌할수가 없었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눈을감고 하얗고 동그란것을 질겅질겅 씹어대다가 문득,

한국 사람과 결혼한 베트남 여자의 이혼율 수치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평범한 이혼은 드물고, 거의 절벽끝에 선 여자들이 남편의 폭력을 피해 여러 단체에서 운영하는 쉼터나 센터에서 지내다가 어렵게 이혼을 하는데 주된 이유가 [남편이 아침밥을 차리지 않아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여자들도 꼭두새벽부터 일을 나가기때문에

중산층 서민층 할것없이 아침식사를 사먹는편인데, 한국은 아침밥을 사먹는 문화가 아니라서(라기보다는,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고, 구시대적인 발상과 더불어 남녀의 역할을 따지는등의 복합적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여러 요인에 의한 것이겠지만)

많은 갈등속에 살다가 한결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기사였다


갑작스럽게 뜨듯 미지근해진 기분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괜히 아침을 사먹는 사람들을 눈으로 찾았다






과자를 만들고 남은 부스러기를 이상한 노른자와 콩가루같은 뭔지모를 가루가 뿌려져있는것과 

설탕물과 식초물과 파인애플 통조림같은것을 섞은 물에 담구어서 

바삭바삭해야할것이 물에 젖어버렸는데 뭔가 마구 섞여버린것같은, 


음미하지 않고 삼키려고 노력하지만 자꾸만 입안에서 모든것이 따로놀아서 

머릿속으로 자꾸만 분석에 돌입하려고하는 나를 꾸짖고 정신을 차려보려고 노력했다


아침촬영에서 만난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해외에서 온 친구에게 소박하게나마 아침 한끼를 자국식으로 대접했을 그의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목구멍으로 넘겨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않았다


평생을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생각을하고 다른 문화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얼굴몇번을 보고 조건과 합의에 의한 결혼식을 올린뒤에 생겨나는 마찰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는것일까

짧게 몇일씩만 여행을 하더라도, 어떤 나라와 나의 성향은 정말 맞지않기도 하고

특정 국가의 음식들은 입에도 못댈만큼 괴로운데도 국제결혼의 인기는 끝이없고, 그들은 심지어 연애결혼도 아니라는것이 놀랍다


그래. 음식맛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씹는것을 잊어버리면서 헛생각이 올라오고

헛생각을 하지 않으려고하면 입안에서 모든 조각 하나까지 맛을 분석하면서 삼키기를 거부하는

이 음식은 온갖 잡생각이 나게하는 맛이다





내가 너무 일찍 온것인가.

아니면 이곳은 장사가 되지 않는곳인가.


호이안 구시가지를 그렇게 들락날락거리면서도 내발로는 들어가볼 생각을 하지 못한

로컬들이 이용하는 푸드코트같은곳을 경험하게 된것은 운이 좋았다


가끔, 로컬음식은 입보다 뇌를 더 많이 움직이게할때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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