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어떤것에 대한 실망

내가 생각치 못한 격을 만날때







기상 악화로 몇 일 동안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숙소 내에서 룸서비스로 연명하면서 서로 간에 말도 없고

노트북에 받아 놓은 영화며 오락거리마저 다 떨어져갈 때 즈음 

밖에서 단 한끼라도 먹고와야겠다면도 동생은 택시를 불렀다


리조트에서 우산을 빌려서 택시까지 쓰고가는데, 종업원이 우산을 다시 수거해가는것이 아닌가


택시에서 내리면 다시 우산이 필요한데, 우산을 빌리겠다는 내 말에

우리가 가는 레스토랑의 도어맨이 우산을 씌워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분실의 위험이 있어서 우산을 밖으로 빌려줄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것을 보고 잠깐 멍해졌다


내가 중저가의 숙소에서 머물고있는것도 아닌데, 우산하나가 사람이 비맞는것보다 중요하단말인가

혹시 분실하게된다고 해도 금액을 청구하면 될 일을, 졸지에 우산의 가치보다 못한 인간이 되었다



기껏 불필요한 대화를 나누고 도착한 레스토랑에서의 굴은 신선도가 떨어져서

해외에서는 굴을 먹고 항상 실망한다는 사실만을 각인했다


리버+시티뷰를 잔뜩 기대하고 온 동생은 

테라스가 다 폭우로 가림막이 되어있는 것을 보고 금새 침울해졌다






주문했던 몇가지 메뉴가 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가 

그나마 마지막에 나온 와규스테이크가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마칠정도의 저녁식사였다


동생은 앞서 먹었던 모든 마이너스점수의 메뉴들은 벌써 잊었고

스테이크가 맛있었다면서 종알대는 것을 보니, 그정도로 됐다


택시를 불러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늦어서 정문을 닫아버린 덕분에 우리는 리조트 쪽문에서 택시에서 내려 폭우를 뚫고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허우적거리면서 객실까지 빙 돌아가야했다


비맞은 생쥐정도를 넘어, 정말 아프게 때리는 폭우에 온몸을 흠씬 두드려맞은채로 방 문을 열었을때는

온몸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것처럼 물이 콸콸흘러내릴정도였다


본인들이 택시를 불러서 자신들이 근무하는 리조트에서 사람이 저녁을 먹으러 외출한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문을 닫아버리고 그깟 우산하나 대여해주는게 아까워서 이런 상황을 맞이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부유하지 않은 많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만큼 [돈][돈]을 따지면서 굳은얼굴을 마주한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싶어져서 베트남에서의 여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의 실망감을 털어놓는것이 점점 한줄만으로는 부족해진다


고급식재료처럼 위장하고 어설프게 셋팅해놓은 신선도가 떨어져서 비린내가 나던,

오늘 먹었던 굴요리만 계속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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