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그 빛 좋은 개살구
흔적은 있는데
여행하기 전에 딱 한 곳의 식당만 마음에 두고 있었던 곳이 있었다
어차피 맛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서,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가 많이 유니크하고 텍스처가 다른 것 같은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자연도 아니고 식당일 뿐인데 이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곳이었다
직각이 없는 아치형의 전체가 다 둥근 형태의 건물은 여전히 흥미로웠다
단 한곳의 공간도 각진 곳이 없어서 실제로 이곳을 공간으로 쓰는 사람은 공간의 비실용성이 따르겠지만 나는 여행자일 뿐이고, 시각적인 흥미로움이면 족했다
오픈시간이라고 명시된 대로 가게에 들어섰는데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우리가 첫 손님인데, 영업시간대로 운영하지 않는 곳이거나 표기를 잘못했음에도 사과나 개선할 마음은 없어 보였다
2층에 올라가서 대기하고 있어도 된다는 이야기에, 어차피 한 시간 동안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봐야 기운만 빠질 것이 확연해서 2층을 둘러보는데 2층도 오픈전이라서 나가서 대기해야 한단다
메뉴라도 먼저 주문해서 예약해 놓고 다시 올까 싶어 메뉴를 확인하는데 프렌치레스토랑에서 삼겹살과 핫팟 2가지만 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음료라도 확인해볼까 싶어서 메뉴판을 보려고 했는데, 메뉴판이 없다
이곳은 음료도 없다. 삼겹살과 핫팟. 뷔페식 정찰가. 메뉴는 단 두 개뿐이다
이쯤 되면 원래 설계자와 건물주가 가게를 팔아넘겼을 것이다
내가 굳이 필리핀까지 와서 삼겹살을 먹으려고 한 시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흥미로웠던 가게의 인테리와 건축소재들도 의미 없어지기 시작한다
아쉬운데 아쉬움을 채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의 내가 머뭇거리자
동행인이 이곳에서의 나를 밖으로 빼내주었다
가끔 기대했던 유니크한 공간이 실망으로 바뀔 때가 있다
치앙마이에서 이후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