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피해 도착한 텐트
[ 랄랄라라라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햇빛을 피해 도착한 텐트
대중없는 대중교통, 음식, 물가, 숙소, 문화등 알아보기
그녀는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매일 뾰족한 덧니가 보이게 활짝 웃는 일이 잦아졌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덧니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음악을 좋아한다정도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던가 정도까지만 알았다가
그녀가 제법 피아노를 친다는것을 알게 되기까지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공연을 보러다니는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음악에 한정되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체가 있고 그녀 취향의 여러 화가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숨기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배려하고 들어주는데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그녀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간다
이곳에 와서 굳이 경제지 두권과 단편월간지를 챙겨 오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또 그녀의 다분야로 뻗어있는 다양한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를 조금은 짐작해 본다
내가 준 옷을 에어컨이 없는 화장실에서 뒤집어 입고 나오면서
씩씩거리고 이게 맞는 거냐면서 화를 내는 그녀 덕분에
오늘도 저항 감 없이 웃으면서 쓰러지는 상황이 즐겁다
[이걸 입으라고? 이게 맞는 거야?] [도대체 누가 이렇게 입고 다녀요]
그녀는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꼭 구시렁거리고 항의하는 듯했지만 대체로 거부하는 법이 없다
몇 번이고 자신이 아닌 여러 가지 것들에 체념하듯 들어가서 터벅터벅 걸어 다니다가
짓궂게 웃고, 멋쩍게 웃고, 쑥스럽게 웃고, 웃겨서 숨넘어가서 죽겠다는 듯이 웃어댄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다양한 웃음이 있었나 새삼 놀란다
기다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상황이 이미 끝났고 속도가 맞지 않음에도 상대의 시간에 맞추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단지 약속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상대가 내게 의미가 있기 때문인가
나는 항상 내게 아무렇지 않은 것들을 지켜보고, 내게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끝내놓고
대다수의 시간을 기다리는데 내 시간을 사용했다
어쩌다 보니 평생이 기다림이었던 나는 어차피 모든 것이 내 생각보다 지체되고 느리게 흘러갈 것을 알고 있다
사사로운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이곳에서만 내 본연의 모습만 남는다는 것은 다행인 일일까
일 년에 몇 번이나 나는 나답게 지내는 것인가
내가 나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시간이 사실 나일 것이라는 것이 싫어 잠시나마 몸부림쳐본다
기다림이 아무렇지 않은 나는
이곳에서 잡다하고 소심한 걱정 따위를 끄집어 올리지도,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에 만족하면서 시간에 연연하지도 아까워하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고 사는 내가, 얼마 뒤의 내 형태 자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