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깊은 부러움
[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내 마음속 깊은 부러움
포기하는 것도 용기, 다짐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더 큰 용기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나를 부럽게 생각하는 속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내가 어쩌다 한번 볼까 말까 하는 유튜브 주제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골살이 시작' 이라던가 '몇 살 먹은 여자의 귀농귀촌'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짐작이나 할까
재능 있는 사람으로, 잘하는 사람으로, 결국은 잘 해내는 사람으로 왜 내가 굳어지게 되었을까
언제나 부실한 몸과 세상 두려운 것 많은 도움 되지 않는 정신력을 장착한 내가 세상에 나가서 경쟁한다는 것은 이길 확률이 1%도 되지 않는 도박에 올인하는 것과 다름없을 만큼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어서 어느 순간 나와 함께 같은 곳에 속해있는 사람들을 다 아끼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중하지 않고는 내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상대를 인간으로서 깊이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더라도 모든 관계가 좋을 수많은 없다
서로 깊은 관계가 불가능하더라도 괜찮다
상대가 나를 사람이기 전에 '이용의 가치나 도구'정도로 여길 때도 괜찮다
내가 최대한 진심과 후회 없는 매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반대로 모든 것의 흥미 없고 무의미하고 귀찮은 '이익 앞에서만 집중하는 타입'일 때도 괜찮다
내가 아무리 아끼고 깊이 배려해도 '결국 이기적인 타입'일 때도 괜찮다
살다 보니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아끼고 진심으로 대했던 많은 시간들이 결국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도움이 돼서 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돼버렸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강에 대한 영역이라던가 내가 아끼는 주변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영역이 아니라면 어떻게 사는 건지 좀 알 것 같다는 시건방진 마음이 슬쩍 올라올 것처럼 정말 하루하루 사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피 말리고 전쟁 같은 날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나의 공망은 내가 채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망할 것이고, 죽는 순간까지도 그로 인해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괜찮다
이미 여러 번 학습한 사람처럼, 내가 해왔던 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내게 없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씩, 문득문득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주저앉아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 나는 내가 '포기'를 꿈꾸는 것인지 '도망'가고 싶은 것인지 '소박한 욕구'가 큰 것인지 분간하는 것이 어렵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잘하는 게 많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아이는 항상 잘해 냈지만 항상 자기 확신이 없고 두려웠다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확고한 소득은 '만족감'이나 '성취감'이니까 그 감정과 행복을 동일시하는 것이 그 아이에게 유리하고 효율적이다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기계하나 없이 맨손으로 집을 짓고 있는 유럽남자의 필리핀 정착을 코앞에서 직관하고 있다
엉성하게 만든 그늘막도, 바람에 흔들릴 것 같은 벽도 창문도 불안하지만 나는 건축단계의 이 공간이 부럽다
집은 아직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높은 키의 몬스테라가 집을 에워싸고 있고, 집은 아직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6~7살은 돼 보이는 혼혈의 딸아이가 마당에서 아빠가 만든 테이블과 나무의자에 앉아 소꿉놀이에 집중하고 있다
아빠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평생을 자리 잡을 집을 짓는 중일까, 잠시 머물게 될 공간을 짓는 중일까
집도 마당도 없는 공간, 식당 경계 옆 주차된 오토바이들 사이에 세상을 신경 쓰지 않고 앉아서 소꿉놀이 하는 저 아이에게 지금 지어지는 공간이 평생 마음의 고향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