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리히 / 스위스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리마트강길 따라 첨탑의 도시로

걷다보면 취리히의 모든 첨탑을 만나다


항상 어느 장소를 여행하다 보면 그 장소에 대한 컬러가 머릿속에 입혀지는데 취리히의 색도 입혀지고있다. 아마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도 다양한 색으로 기억되고 있겠지. 어느 계절에 방문했는지, 어떤 행사가 있었는지,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따라 그곳을 기억하는 색과 분위기는 같은 장소임에도 현저하게 다르리라 생각한다


끝없이 이어진 리마트강길은 철제 구조물로 건물옆에 붙여 길을 만들어놓기도 하고, 둥근 아치형 천장이 있는 인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계단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바로 빵조각을 뿌리면 백조와 오리들이 몰려들어서 물에 몸이 닿을수 잇기도 하고, 띄엄띄엄 분위기 있는 가로등길도 만나볼 수 있다. 한없이 걸어도 계속 다른, 그렇지만 비슷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강길을 걷다보니, 물길과 반대방향으로 걷고있다는것을 알았다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아서, 바람을 등지고 걷는지 바람을 마주보고 걷는지 단 하나의 차이만으로도 다른 감정을 만들어내는데, 나는 오늘 어떤 하루와 마주하게 될 것인가.




취리히 랜드마크 그로스 뮌스터 쌍둥이 첨탑 


| 리마트강길을 따라 걷다 만난 그로스뮌스터 쌍둥이 첨탑


막연하게 취리히 리마트 강을 따라 걷다보면 눈에 조금 더 들어오는 건축물들이 간간히 보이고, 그런것들은 다 취리히 내의 유명한 명소다. 그로스뮌스터, 프라우뮌스터, 성피터교회, 바세르교회, 시계탑등 괜히 첨탑의 도시가 아니구나 싶을만큼 멀지않은 거리에 모두가 다 밀집되어있다. 아무 계획없이 태평하게 걸어다니는 입장에서도 편리한 관광지구나 싶다. 그저 리마트강만 따라 걷다보면 모든 시계탑과 교회, 성당을 차례로 다 만나볼 수 있으니까.


강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다리를 건널때마다, 난간끝에 서서 강을 궂이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냥 일반 포장이 잘 되어있는 도로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리 폭이 워낙 넓기도 하지만 차를 피해 갓길통행이 일반화 된것과 달리, 시간대의 문제인가 차가 도통 다니지않는다. 






어느 강이든 쇠사슬만 있다면 어김없이 달려있는 사랑의 자물쇠들과 물오리, 백조등은 너무 당연스럽고 식상해졌지만 그 감정은 강 사이에 놓여진 다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이때쯤이군 싶어 슬슬 올라오는 체력소비 때문이에 드는 감정이다. 길거리의 적당한 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아 입안에 무언가를 집어넣기 시작하면서 다시 강과 자물쇠와 물오리와 백조등의 뻔한 풍경을 바라보면, '아 정말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도시다'라고 마음은 간사하게 말을 바꿨다





첨탑의 도시 취리히


| 스위스의 강수량과 건축의 관계


첨답의 도시답게 뾰족뾰족한 지붕을 갖은 건축물을 계속 만날수 있다. 시계탑, 교회, 성당은 당연하고, 일반 주택이나 상점들 역시 뾰족한 지붕을 가지고 있다. 머릿속의 뻔한 유럽식 창문과 뻔한 유럽식의 지붕과 뻔한 이 색들과 스타일이 뭐라고 사람들은 유럽풍을 외쳐대는가. 


춥고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은 지붕을 높고 뾰족하게 경사를 만든다. 반복적인 눈쌓임으로 인해 천장이 무너져내리기도 하고, 한번 쌓이기 시작한 눈눈은 계절이 지날때까지 녹아 내리지 않기때문에 지붕의 모형이 날씨와 계절등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 알고있다. 아마도 내가 처음으로 유럽풍에 빠진것은 어떤 만화영화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어릴적 집을 그리면 항상 뾰족한 지붕을 그리는 어린이였던 나는 우리집 지붕이 뾰족하지 않아 각진 다락방을 갖지 못한것이 항상 섭섭했다. 이사를 가게될때마다 새로 가게될 집은 지붕이 뾰족한지, 각진 다락방이 있는지가 내 주된 관심사였지만 아직까지도 뾰족한 지붕과 각진 다락방은 얻지못했다. 


강설량은 많지 않아도 추운 날씨로 인해 눈이 잘 녹지않는 이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뾰족한 지붕아래 각진 다락방이 너무 싫지는 않을까

그런 친구를 찾아 어릴때 교환학생이라도 해보는건데. 이런 내게 익숙하지 않은 그림이었던 풍경들이 마음속에 설레임을 일으키고, 일탈을 요구하면서 유럽풍이니, 지중해풍이니, 뾰족한 지붕이며 각진 다락방같은 것들을 불러내는 것이겠지




취리히의 붉은버스 클래식 트롤리버스


무채색의 건물에 비해 너무 대비되는 트롤리버스가 갑자기 정차하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에 중앙역까지 운행하는 버스인지 궁금했지만 카메라 셔터 두번 누르는 사이에 다가가기 전 벌써 붉은 트롤리버스는 떠나버렸다. 내리는 사람들을 보니 현지인보다는 관광객 느낌이 나는것으로 보아 이곳사람들보다는 외지인들이 이용하는구나 싶은 느낌이다


이곳의 계절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분명 봄인데 눈이오고, 패딩이며 털파카를 입은 사람들도 있고, 반팔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겨울과 봄과 여름의 경계가 애매한 느낌이 드는것이, 나는 봄옷을 입었지만 춥다가 덥다가를 반복하고있다. 날씨가 고약한 날의 취리히를 만난것일까






골목 안쪽에는 형형색색의 조금더 컬러가 자유분방한 건물들이 가득 차 있다. 리마트 강길을 따라 걸으면서 봐왔던 건물색과는 크게 채도차이가 심하고 조금더 활기있어 보이는 귀여운 느낌이다. 성당과 교회, 시계탑 속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산책으로 시작했던 걷기가 초콜릿과 음료, 허기짐을 채울 소비용 구매를 향한 이정으로 바뀌고있다. 뭔가 달달한것이 필요해. 




20151210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네이트 추천콘텐츠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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