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른 / 스위스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빌딩이 없는 스위스의 수도

분수대와 시계탑으로 둘러 쌓인 아래강 안쪽의 작은 풍경



스위스의 수도라지만 그다지 넓지않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많이 작고 번잡하다는 느낌도 없다. 언제나 스위스의 신문에는 환경과 농업과 목축, 과학, 교육만큼이나 정치와 경제에 관한 뉴스거리가 많다. 우리나라 신문이나 포털사이트에 2/3 이상을 장식하는 연예와 스포츠, 스캔들이나 TV및 광고가 적다. 사건사고로 많은면을 할애하지않는것을 보면 확실히 3S와는 동떨어져있다


하루종일 바쁜 시간을 쪼개서 쉬는 시간까지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각종 이슈와 자극적인 재미거리를 찾아가는 일상에서의 탈출은 빠르게 금단현상같은 느낌을 가져다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억지로 쥐어짜듯 생성해내지 않는 않는 스위스 정부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이슈와 스캔들 없이 서로 뻔한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너 그이야기 들었어?]같은 시민들의 대화는 이곳에 없다. 


매일매일 사건사고가 터지는 뉴스를 접하고, 타인의 까발려진 사생활을 하루도 빠짐없이 새롭게 전해들으면서 빌딩숲 사이로 역을 등진채 모두가 이어폰에는 똑같은 가요를 듣는 하루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베른이 스위스의 수도라고 해도 한낱 시골마을 같은 느낌을 줄 뿐일것이다. 생성된 화제 아래서 떡밥을 향해 몰려드는데 익숙한 나 역시도시보다는 한가로운 작은 마을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으니까



역할에 충실한 수도의 낮선 풍경


| Bern Bundeshaus - 스위스 신문 메인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는 스위스 연방건물


번잡한 느낌 하나 없는 베른이 스위스의 수도인 이유는 명료하다. 사전에 나와있는 그대로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도시]이기때문이다. 내가 생각해왔던 수도는 한 나라안에서 가장 번화하고 상업활동이 많고 대기업이 몰려있고 출퇴근 러시아워 속에서 삶을 향해 항상 전쟁처럼 움직여야하는것이 몸에 밴 생활을 해야하는 것이었나. 어딘가에 그런것이 수도라고 명시되어있지도 않은데 내 머릿속의 수도는 여태껏 그렇게 정의되어왔다


사진은 연방건물 뒷쪽 아레강을 걷다가 찍은것이지만 별도의 울타리도 따로 없고 민트색 아치형 지붕을 가진 연방 팰리스는 일반민가와 상업건물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래. 중앙정부가 있으면 수도지] 차가많고 빌딩숲이 있고 상업가가 많아야 수도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걸까


사실, 기업과 경제와 수요가 수도에 몰려있는것 자체가 잘못된 도시계획이고 정정되어야 할것이다. 일자리를 찾기위해 서울로 가고, 노동력을 제공받기위해 서울에 기업을 세우고, 유동인구가 많은곳에 상점을 차리고, 모두가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이동을 하고 인구포화상태가 된곳에서 경쟁없는 삶을 살고싶고 현실에서 이탈하고 싶은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모순일테니까.




삶에 꼭 필요한 요소만 갖추어진 주상복합, 

유흥과 과소비가 불가능할것 같은 단정함


유럽의 풍경을 떠올리면 간판과 차가 없는 거리와 오래된 낡은 건축물들, 낮고 살짝 뾰족한 일정한 지붕색을 통일한 뷰가 가득한 도시일것이다. 스위스에서의 도시와 시골을 내 주관대로 분리해보면, 도시는 시 주도하에 조금더 일괄적으로 통일된 외관을 가지고있는 건물들이 주를 이룬채 빼곡하게 강주위를 둘러싸고있고, 시골로 내려갈수록 집의 색이 조금더 다양해지고, 마당이있고 꽃나무를 심고 동물을 키우는 전원주택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듯 싶다. 이리보나 저리보나 이방인의 눈에는 예쁜 장난감집을 촘촘하게 붙여놓았나, 조금 듬성듬성 놓았나 정도일 뿐이지만.


굽이져 에돌아 흐르는 아래강을 감사고 주변엔 많은 민가가 있다. 강주변은 원래 빠르게 발전해서 땅값이 빨리 오르고 상업건물들이 지리적 이점을 가져가기 마련이지만 베른은 의외로 트램이 다니는 도로 주변으로 상가가 위치하고 상가역시 주로 지하1층이나 1층을 차지할 뿐 2~3층은 일반주택인경우가 많다


상가라고 해봐야 서점, 병원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느낌이고, 술집이나 카페등 도심의 많은부분을 차지하는것은 레스토랑안에 흡수되어있다. 주로 여유롭게 긴 식사를 하는 공간정도로 사용될 뿐 늦은시간까지 유흥을 즐기면서 취기가 오를때까지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술집이나 노래방등의 건물은 없다고 봐야한다. 스위스에서 지내다보면, 친구나 회사사람들끼리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건강하고 여유로운 인생에서 가족과의 여가를 즐기는 시간으로 삶이 변화할수밖에 없을것같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베른


아름다운 수도가 가능한것도 놀라운데, 베른의 구 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취리히, 루체른, 제네바 등 스위스의 베른보다 훨씬 명성높은 도시들이 즐비하지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는 베른이 유일하다. 수도임에도 다른 도시보다 더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고전적인 도시의 모습으로 고요한 모습 그대로 시 전체가 중세시대 품격을 지니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있는것은 참 부러운 모습이다


구 시가에 연방의사당, 정부청사, 시청사, 대성당, 미술관, 만국우편연합, 국제철토 교통사무국 본부등 주요 행정을 처리하는 기관은 다 있어 국제적인 활동의 무대로 쓰이면서도 15~16세기 건축물 특성이 고대로 잘 보전되어있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수도에 사는 매력이 이런것이라면, 잔디를 벌초하고 정원의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해마다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눈덮인 산을 배경으로 사는 스위스의 시골풍경도 사랑스럽지만, 그럼에도 난 수도를 떠날수 없을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은 베른 구 시가지


| Old CITY 구 시가지


아인슈타인이 결혼해서 살던 그의 옛 아파트[아인슈타인하우스]가 있는 구 시가지의 풍경 역시 옛 건축물로서의 특성이 잘 보존되어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뇌와 지적능력등의 매력적인 모습과는 별개로 간통으로 이혼한 이 남자는 꾸준히 많은 연인을 두었다. 사촌과 재혼을 하고, 재혼후에도 비서와 유부녀와 스파이등의 많은 사람들과 사랑에 빠져 친자식마저 등안시하다가 왕래마저 끊고 자식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던 천재는 미국으로 이주하고 결국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지냈던 아파트의 내부는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이 남아있다.   


베른의 구시가지에서 아인슈타인하우스만큼이나 매력적인 에피소드를 가지고있는것은 한국의 야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붉은색 십자가건물인 교회만큼 베른에 많은 분수대와 시계탑이다. 매 시각 정각이 되기 조금 전에 곰과 광대등 작은 조각이 시계에서 튀어나와 춤을 추는 시계탑과 다양한 디자인 형태로 만들어진 미니 분수들이다. 분수의 도시라는 애칭을 가지고있을만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마주칠수있다. 작은 도시 안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분수대를 장식적인 요소로 만들었는지 식수로서의 역할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8개의 분수가 나와있다




베른에서 어쩌면 혼자 가장 바쁘게 꾸준히 움직이는 한가지


| 붉은 트램은 베른의 가장 동적인 풍경이다


가끔 우리도, 전차를 그대로 살려두었다면 도시의 풍경이 어떻게 남아있을까를 상상하곤 한다. 옛 흑백사진으로 보는 전차가 있던 시대의 서울은 참 운치있던데 빠르게 짓고 부시고 변화하는 서울에 앞으로도 오래 남을것은 왠지 지하철 노선밖에 없을것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크고 반짝거리는 간판도 없고, 광고판이라고는 길가에 놀인 칠판에 붙인 포스터나 POP가 고작인가 했더니, 아무래도 베른에서 가장 큰 광고판은 트램인듯 싶다. 움직이는 붉은 전차 옆면에는 크고 긴 광고들이 알록달록하게 긴 스티커형태로 부착되어있다. 칸칸마다 다양한 색으로 창문을 제외한 한쪽 벽면 전체를 광고로 덮은 트램은 15세기 건물들과 언발란스한듯 하면서도 정적인 도시에 혼자 바쁜 로봇 일개미같다.


트램이 지나다니는데도 도로앞을 활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베른은 인도만 있지 차도는 없는 느낌이다. 아무 위협없이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매번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트램의 풍경이 신기하다. 저렇게 자주 가다서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데도 사고의 위험은 없어보인다. 




스마트폰 대신 그들이 쥐고있는 것


| 유럽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


길옆에 야외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차대신 사람들이 이용하는 많은 자전거가 주차되어있다. 사실 베른은 자전거를 타는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다들 그냥 걷는다. 문명의 혜택이 뭔지, 자동차가 뭔지 모르는 사람처럼 걷는도시다. 그 걷는사람들중 열명에 한명꼴로 목줄을 한 애완동물과 함께 그저 도시를 걷는것이 베른의 풍경이다


건물1층 전면에는 항상 아치형으로 구멍이 뚫려있는데, 사실은 그곳이 인도에 가깝지 않나 싶은 역할을 하는 석조아케이드다. 비올때 비를 피해 걸을수있게 천장이 막혀있고 언제든 길쪽으로 나갈수있게 옆면이 계속 뚫려있다. 유럽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가 베른에 있지만, 사람들은 흐린날이 아니면 햇빛아래를 걸어다니고 넓은길을 걷는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베른을 걸을때마다 항상 석조아케이드의 난간에 한줄로 길게 사람들이 걸터앉아 도로쪽을 향해 가볍게 빵을 먹는 풍경은 아침 점심 저녁할것없이 늘상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도로변을 향해 난간에 주저않아 

일제히 뭔가를 먹고, 이야기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풍경은 유럽 여행중에도 흔치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 벤치가 적다. 긴 아케이드 난간은 아무래도 비를 피하는 인도의 역할보다 베른 사람들에게 벤치의 역할로서 오래 사용되고있는것 같다. 그저 난간만 있으면 쉽게 주저앉아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 당연하고 익숙한 사람들, 그들을 눈멀게 할 매일 새로운 이슈와 3S같은 화제는 없더라도 여유는 있어보인다








20151113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오늘의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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