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도쿄국제전시장, 빅사이트

Tokyo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고토에서 매일 아침 빅사이트까지 출근하는 일은 한국의 지옥철 출근길과 크게 다를바가없었다

숙소와 전시장의 거리가 가까운듯 하면서도 최소 한번의 환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출근길을 찾기위해 버스+버스, 버스+지하철, 지하철+지하철의 조합을 비교해봤지만 아침출근시간대의 대중교통은 도긴개긴이다


빼곡한 사람들 사이에서 차렷자세로 숨만쉬면서 매일매일을 이동했는데, 한국과 다른점이 있다면 그시간대의 탑승객은 거의가 검은색 정장을 입는다는것이다.


어느 회사를 다니건 남녀노소 할것없이 흰 블라우스나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과 검은색 구두만을 신는 그들의 출근복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색깔맞춤한 성인의 교복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검은색 사람들 사이에 서 지하철을 타고있다보면, 이게 정말 저승행 노선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곤했다






단순 전시면적만 해도 일본 최대규모인 곳에서 내가 마주하게된 한가지 문제점은 노인이었다

애초 거래처나 신규업체 및 대중을 위해 샘플제작된 상품들이나 홍보용 판촉물치고는 고가였던 여러 제품들 및 안내 브로슈어와 명함등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싹 가방에 주워담아가곤했다


눈뜨고도 당한다고 했던가. 

눈앞에서 당당하게 물건들을 쓸어담아가는 어르신들의 당당함에 초반에는 이런저런 대응을 하지 못했는데, 전시관내의 현지사람들을 통해 그들이 '양심없는 도둑'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


나이들어 할것없는 노인들은 전시관에 입장 티켓을 하나 만들어서 교대로 이용하면서 부스마다 전시되어있는 물건들을 막무가내로 털어가거나 한개씩 나누어주는 판촉품들을 두손으로 가득 잡아뺏고 달아나버리곤 하는데, 본인집에 놀러오게 될 손주를 주기위해서 아마도 그러는것일거라고 했다.


그나마 판촉물이면 다행이지, 금형비만 해도 어마어마한 전시용 샘플을 딱 한개씩만 뽑아서 전시회에 출전한 업체의 상품을 눈깜짝할 사이에 가방에 쓸어담아버리고 사라지면 그간 준비한 시간이며 돈과 감정들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일이었다






일본 출장만 이게 몇번째인가.

나는 진심이든 가식이든 남에게 피해주지않고 배려가 몸에 배인 시민의식을 동경했던 

첫 일본여행때의 마음과 현재의 시선은 꽤나 많이 달라졌다


거래전까지 무수히도 두드려보는 그들의 조심성에 매일 지치고, 

웃는 얼굴뒤에 무효되는 거래앞에서 많은것들을 배운다



속마음을 보여주는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는 그들의 문화가 나와 성향이 다르기 때문일까

하루종일 높은톤을 유지하면서 잠시도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은 기계적인 상냥함에 감탄하면서도 주춤하게된다



 



'그들은 시킨대로 해야해요. 어떤톤으로 어떤멘트를 어떤순서에 맞춰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메뉴얼이 있죠.

단 한번 메뉴얼을 주면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그대로 자세와 얼굴과 목소리를 유지합니다'


그들의 장점인 묵묵하고 속깊은 배려와 티내지않고 보내는 도움들을 받아가면서 사회생활을 다시 배워가는 기분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 옷도 어두운 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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