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몇천의 나비를 지나 드레이 눌

파란하늘 말고는 모든것이 낮설었던 날





이럴수가 있나 싶은 날이 있었다


비좁은 길을 웅덩이를 피해 조심조심 폭포로 가는 길

어디에서 날아드는지 알수없는 수천 수만, 수억의 나비들을 두시간 내내 마주했다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하얀, 그리고 노란 나비들은

절대 떼를 지을 마음없이 개별적으로 나는것마냥 독자노선을 탔지만 

가는 길 내내 내 시야에 들어오는것은 뇌의 영역으로 셀수없는 정도의 나비무리였다




느린구름과 유난히 따뜻한 그 날

수 억은 되어보이는 어마어마한 나비떼가 다 어디에서 나오는것인지 알수없을만큼 모든곳에서 팔랑거리는 나비를 마주했다


사람이 사는 집 하나 없는 자연그대로 초록의 버려진 땅같은 곳에 현란하고 불규칙적인 비행을 하는 나비들을 두시간 내 마주하면서 어쩌면 나는 사고사로 이미 죽어버린 뒤에 저승으로 가고 있던 길이 아니었을까 싶은 기분까지 들게끔 하는 그런 날이었다







다행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곤충의 대 이동, 조류의 갑작스러운 대 이동, 짐승들의 떼이동은 인간의 영역으로 알수 없는 대규모의 자연재해를 미리 예견한 대피행동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었는데 아주 작은규모의 자연재해도, 내가 죽어서 이승을 떠나고 있던것도 아니었다


따뜻한 날씨를 받아 나른한 기분으로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을 즐기던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비길을 만난것에 행복했다


아마도 그 수많았던 여행길중에 잊지못할 한장으로 남을것같아 소중한 기분을 조심히 유지하려고 애썼다






아주 잘생긴 누르(Nur)왕자는 여행과 모험을 좋아해서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이 땅에서 두 여자를 만났다고 했다

왕이 죽고 난 뒤 공주의 신분이지만 가난한 삶을 연명하고 있었던 두 딸은 매우 아름다워서 왕자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왕자는 그녀들과 함께 쌀독을 채우고 가난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았지만 자신의 고향이 그리워졌고 향수병에 걸렸다


두 아내는 남편이 떠난다면 오랜시간동안 다시 돌아오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향수병에 걸린 남편을 위해 마녀를 찾아갔는데 남편이 돌아올때까지 한명의 희생이 불가피해서 한 여자를 금 사마귀로 변하게 한 뒤 이 동굴로 왕자를 안내했고 폭포를 가로질러 동굴안으로 들어가 왕자가 가족을 만날수 있게 했다


다른 아내는 동굴 밖에서 왕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그가 돌아와야 금 사마귀로 변한 친 자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돌아오기를, 자매가 다시 사람이 되기를 애타게 바랬지만 그녀는 누르왕자가 돌아오는것을 볼수 없었다


그때 이후로 사람들이 이 폭포를 드레이 눌(왕자이름을 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황금사마귀가 살고있다고 믿는단다





나는 황금사마귀를 보지는 못했지만 수억마리의 노란 나비를 따라 이곳에 도착했다


저 넓은 바위중에 유난히 한곳으로만 폭포가 흐르는것은, 넓은곳에서 좁아지는 물줄기가 서로 튀고 밀어내면서 왕자가 들어갔던 곳에서 물방울들이 만나 그 지점에서 울음을 터트리면서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니 오늘의 폭포 이야기 또한 서럽다


언제나 폭포에는 슬픈 전설이 있고, 나는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폭포 아래의 동굴 탐험도 가능하고, 수심이 얕아서 물놀이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탐험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나는 초 브릿지에 서서 폭포와 동굴을 한참 들여다 본다

이쪽길이 맞네 아니네 하고 아빠와 동생이 다툴동안 꽤 오랜시간을 드레이눌에 머물렀다

다른곳에 가기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곳 즈음으로 끼워넣은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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