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애닳았던 드레이 삽

말발굽모양의 아름다운 폭포





나는 사실 드레이삽에 꼭 오고싶었다 

폭포 윗쪽에 길이 있어서 폭포위를 걸을수있다는것도,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위에서 바라볼수있다는것도 너무 황홀한 풍경일것 같아서 이곳에서 앉아 한참을 쉬고싶고, U자 모양이 다 드러나도록 어느정도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구도가 있을정도로 원하는것이 명확했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않는다고 했던가

빨간머리앤은 생각대로 되지않기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거라고 황홀한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 얼굴은 마음대로 되지않기때문에 느껴야할 감정치고는 내장속의 오만것들이 요동쳐야할만큼 무언가로 가득했다

 




엉망진창으로 자라난 풀과 나무와 이끼들은 저마다 코끼리인척, 거북이인척, 

무언가의 형상화인것마냥 숲에서의 덩어리감을 과시하고있었는데 나는 그것마저 마음에 들었다


무릎높이까지 올라오는 풀들을 헤치고 넓은 물길 사이에 놓인 위태롭고 초라한 나무다리를 건너 빙 돌아가면 그토록 내가 원하던 폭포의 머리꼭대기에 올라가 앉을수 있었다


코앞에서 [저 다리만, 저 다리만 건너면되는데] 등돌려야했던 내 발걸음은 너무 억울해서 떨어지지도않는데 당장 내앞에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아버지를 따라가서 붙잡아야했다


[언니, 자식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안가고 왜 효도관광 패키지로 보내는지 이제 알것같아] 

동생 역시 여러가지 복합적인 마음과 체력소모로 나락까지 내려가있는 기분을 드러냈다


그 길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않고 앞장서버리는 아버지를 하루종일 쫓아가다보니 시간을 다 버렸다

심지어 폭포앞에 와서도 길이 나있지않은 풀숲으로 들어가서 없는길을 만들면서 헤메고, 왔던길을 마다하고 새로운길로만 가려고하는 이상한 고집덕분에 동행인과 엇갈려서 피로감과 화로 물들어 버린 하루






앞이 보이지않는사람이 왔던길과 새길을 분간하는게 얼마나 어려운것인지를 강제로 체념하면서 이해할수밖에 없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여행을 한다는것이 생각보다 쉽지않다는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잘 안내하고, 잘 가르쳐드리면 될줄알았다

아버지가 갑자기 확신을 가지고 신념이 생겨서 보이지않는 눈으로 자식들말을 외면하고 앞장서서 모든곳을 헤짚어버릴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못했는데, 그가 만약 눈이 보였더라면 그가 기억으로 의존하는 많은것들로 인한 잘못된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분노에 차서 마음 전체가 얼룩진 동생,

결국엔 본인이 틀려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가족외에도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줬다는것을 스스로 알게된 아버지.


[괜찮아요. 저도 길이 헷갈릴때도 많고 이곳이 안내판이나 이런게 없어서 더 그럴법도했어요]

좋은사람인척,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아버지를 위로했지만 나 역시도 하루종일 아버지 뒤만 쫒다가 다리가 풀려서 속으로 이가 갈릴지경이었는데 그가 가진 장애가 스스로를 더 고집스럽게 만들었다는것 또한 잘 알고있어서 나는 솔직하게 화낼수 있는 기회조차 잃었다




내가 당연하게 보고 받아들이면서 판단하는것들이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 않았다


가족의 판단보다 본인의 직감을 더 믿고 확신해 버린 순간 이후로 자식들은 안내자도, 보호자도, 가족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했던길로 걷고 걸었을 뿐인데, 반나절이 날아가고 숲에서 헤메이고, 길을 잃고, 운전사와 떨어지고, 비행기를 놓칠지경이 되었다


한번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들어서 주변의 어떤말도 들리지않을때가 있겠지.

그런일로 후회해도 지난일이 될 뿐이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외에 건질것이랄게 과연 있기나 할것인가

 

시각적인 문제 하나로 무수하게 많은 위험이 깔려있는데  

그는 시각을 잃으면서 너무 많은것들을 한번에 잃었다


그리고 그가 [옳다]고 느껴서 주장하게되는 자주 찾아오는 순간의 기억과 판단이 [옳지않다]일때가 전부였던날.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그 누구도 말이 없었다. 


비행기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Load More
위로가기